김승연 한화 회장 7년만의 복귀...주어진 과제는?
김승연 한화 회장 7년만의 복귀...주어진 과제는?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3.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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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9)이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한다. 지난 2014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7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후 7년 만이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이번달 중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등 3개사의 미등기 임원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회사의 등기이사를 맡는 대신 사업 지원과 승계 안정화 작업에 신경을 쓰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이번달 주주총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을 모두 관장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한화가 김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는 만큼, 그룹 전반에 걸친 과제를 해결하고 추진력을 더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한화그룹은 개선된 체질을 바탕으로 반등을 노려야 하는 시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63빌딩 (사진=한화생명 제공)

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한화생명은 지난 2019년 기준 약 14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손해액 청구가 증가했고, 금리 하락으로 변액보증준비금 적립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을 금리 민감도가 높은 회사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더군다나 보험이익도 전년 대비 하락해 한화생명은 이러한 손실을 채권 등을 처분해서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한화생명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최초로 전속 채널을 판매 자회사로 설립해 제판 분리를 이뤄냈고, LIFE MD를 새로 설립하는 등 조직 변화를 통한 출구전략을 세웠다.

이에 한화생명은 지난해 영업이익 1478억원으로 흑자전환을 이루고, 전년 대비 71.8% 증가한 순이익 196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제 막 체질개선을 이뤄낸 참이기 때문에, 올해가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험 영업이익은 견조하나 이차손 변동성 확대가 지속적인 우려 요인이다"면서 "장기금리 방향성은 우호적이지만 이익 방향성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초 한국은행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통한 부담 감소를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한화솔루션 여수 공장 (출처=한화그룹)

그룹의 중점 사업 중 하나인 태양광 사업을 책임지는 한화솔루션도 올해가 중요하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019년 태양광 부문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2235억원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이익 증가를 태양광 사업에서 이루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중단하면서 적자를 줄이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에도 석유화학 제품의 안정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태양광 등 신사업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전체 영업이익은 59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늘었다. 한화솔루션은 이러한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향후 종합 에너지솔루션 사업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해 태양광 사업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늘어난 것은 한화솔루션 입장에서 부담이다. 지난해 유리와 EVA시트, 은 같은 태양광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원가부담을 해결하고 이익 개선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의 현 주가가 이미 과거 2007년과 2011년의 고점까지 도달한 상태"라며 "지금부터 주가가 역사적 고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태양광 실적 개선을 동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작업자가 엔진을 검수하고 있다. (출처=한화그룹)

그룹의 미래 먹거리 선점에 앞장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올해 한층 도약시켜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9년, 3년 만에 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1652억원을 달성하면서 한화그룹으로 편입한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파워시스템과 정밀기계 분야에서 체질을 개선하며 흑자 기조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47.6% 증가한 영업이익 2439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지역 B2B 사업에 집중한 자회사 한화테크윈이 수익 창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 1월 인공위성 전문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하며 기대감이 커졌다. 에어로스페이스 계열사가 위성 산업 밸류 체인의 역량을 보유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미 가진 발사체 역량에, 자회사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가 힘을 합쳐 위성 본체 및 지상체 역량을 더할 수 있다.

다만 수출 감소와 매출 지연 등의 상황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수출 감소를 겪었기 때문에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등 해외 비호복합(이동식 대공포) 수주가 절대적인 과제다. 한화파워시스템 역시 매출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위성 사업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과 민항기 부문의 침체에 따른 주가할인을 막 해결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오랜만에 돌아온 김승연 회장은 승계 작업을 구체화하면서 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과제도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세계 무대에서 사업 역량과 리더십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한 만큼, 향후 김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김 회장이 그동안 회장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그룹의 굵은 현안을 챙겨 온 것처럼 앞으로도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고령의 나이로 복귀한 김 회장이 그룹의 수익 기조 유지와 지배구조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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