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 ‘명품펀드랩’ 위험관리 빵점…예견된 손실
신한금융투자 ‘명품펀드랩’ 위험관리 빵점…예견된 손실
  • 지태섭 기자
  • 승인 2021.01.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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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 투자 손실 70%…‘펀드사기’ 의혹
기초자산 보유사 WBL의 펀드 자전거래·돌려막기 의혹 제기
투자자 “펀드 판매 당시부터 부실채권 포함, 운용부실 책임”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했다가 70% 손실을 기록해 상환 연기된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했다가 70% 손실을 기록해 상환 연기된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베이비타임즈=지태섭 기자]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 상품이 70%의 손실을 기록해 ‘상환연기’된 가운데 상품 운용 과정에서 위험(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사실상 고위험 상품인데도 ‘부실채권 Zero 상품’이라고 투자자들을 속인 것도 모자라 자산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감독원의 상품 등록과 약관 심사를 피하기 위해 50구좌 미만으로 분할 판매하는 방식으로 ‘쪼개기 판매’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임매매 방식으로 운용하는 펀드랩 자산이 70%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운용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사건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29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2019년 5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나눠 판매한 만기 1년 6개월짜리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미국소상공인대출)’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70%로 큰 손실을 기록해 상환 연기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상품 1기 펀드의 만기 10여일 앞두고 지난해 10월 28일 투자자들에게 ‘상환연기 고객 안내문’을 이메일로 발송해 만기일에 상환이 불가함을 통보했다.

투자자들은 신한금융투자가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미국소상공인대출)’ 상품을 “사기판매했다”면서 이 회사를 상대로 금융당국에 집단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떠안겨 ‘사기판매’ 의혹까지 불거진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 상품의 운용 및 관리 부실을 심층 진단해 본다.

◇ 펀드 판매 당시부터 부실채권 포함 의혹

이 상품을 판매할 당시 SPV의 자산에는 부실채권이 포함되지 않았고, 부실채권 발생 시 5영업일 안에 현금이나 정상채권으로 교체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신한금융투자는 펀드 판매 당시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모든 대출에 대해 부동산 담보 조건’, ‘펀드자금으로 운용되는 WBL(기초자산 보유회사)의 대출담보에 대해 독점적 우선권 보유’, ‘SPV의 자산은 정상대출만 포함(NPL 없음)’, ‘WBL은 채무자 SPC의 7%에 해당하는 현금 담보 제공’, ‘WBL의 역사적 손실률은 1% 미만(2015년 부동산 담보 이후)’ 등을 제시했다.

또 LCC가 보유한 대출자산은 정상대출로만 구성됐다면서 부도 발생 시 즉시 현금 또는 다른 정상대출로 대체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실사 결과 지난해 6월 30일 기준 편입 채권 145건 중 무려 142건이 부실채권로 드러났다. 이는 이전부터 이미 부실채권이 SPV에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WBLⅢ, LLC의 채무자·개인이 파산을 신청한 미국 파산법원의 자료가 검색되는 등 해당 펀드 내에 부실채권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WBL의 펀드 자전거래 및 돌려막기 의혹

기초자산 보유회사인 WBL이 SPV에 설정한 3300만 달러 가운데 2500만 달러가 관계사와 대출을 통해 생성된 대출채권(Affiliated Loan) 형태로 되어 있고, 보유한 소상공인 대출채권은 17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 연기통보를 받은 한 투자자는 “대출을 통해 WBL 모회사 혹은 다른 계열사 SPE로 이동한 것으로 보여 WBL의 펀드 돌려막기에 이용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돌려막기’나 ‘자전거래’를 통한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WBL의 관계사 대출 등 주요 운용 조건 변경으로 담보 건전성 훼손 및 담보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운용 조건 변경 전 역외 운용사인 탠덤(Tandem)이 운용하면서 최초 펀드 설정시 대비 변경된 주요 운용 조건들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설득력을 갖는다.

투자자들은 부실채권이 정상채권으로 변경되지 않고 SPEⅢ에 잔류해 자산의 건전성이 악화되었고, SPE 내 담보채권의 가치를 액면금액이 아닌 수취할 미래의 이자금액을 포함한 액면금액의 1.3배로 산정함으로써 담보력이 약화됐다고 주장한다.

WBL이 관계사와 대출을 통해 생성된 대출채권을 SPEⅢ에 편입하면서 건전성 악화 및 담보력 약화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현재 설정된 3300만 달러 중 2500만 달러가 WBL의 관계사 대출채권으로 드러났다.

현재 탠덤 크레딧 퍼실리티 펀드Ⅰ에서 WBL SPEⅢ로 대출된 금액은 총 3300만 달러이며, SPE Ⅲ이 보유한 소상공인 대출채권의 UPB는 1700만 달러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했다가 70% 손실을 기록해 상환 연기된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의 상품 핵심설명서.(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했다가 70% 손실을 기록해 상환 연기된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의 상품 핵심설명서.(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 핵심설명서에 투자위험 허위 기재

신한금융투자는 계약 체결 전에 반드시 이해해야 할 상품의 핵심 조건들을 담은 핵심설명서를 투자자들에게 배부하면서 이 상품의 위험도를 ‘중위험·중수익 추구’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펀드랩에 편입된 자산들이 실제로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중위험·중수익 추구’한다고 홍보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과장광고를 통해 투자자들을 현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투자권유서류에 따르면 해외채권, 해외투자펀드에 투자한 펀드랩으로 ‘초고위험 (Speculative Risk)’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상품인데도 상품등급을 ‘고위험’이라고 표기해 권유했고, 투자자의 투자성향도 공격투자형으로 분류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홍보물에는 ‘중위험·중수익 추구’ 상품이라면서 안전한 상품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뒤, 투자가 이뤄지면 실제로는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운용도 공격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큰 손실을 불러왔다.

◇ OEM 펀드 및 쪼개팔기 정황

신한금융투자는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을 1차 49명에 120억원을 판매했고, 2차는 32명에 90억원, 3차는 12명에게 20억원, 4차는 10명에게 22억원을 판매했다.

총 103명에게 252억원의 펀드상품을 판매하면서 4차레로 나눠서 투자를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가 ‘동일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금융당국의 심사와 정기보고를 해야 하는 규정’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4차로 나누어 판매한 ‘시리즈 판매’, ‘쪼개 팔기’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는 관련 직원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신한금융투자 한 직원은 “회사 랩운용부가 자산운용사의 역할을 했다”면서 “국내 자산운용사가 기획해서 판매해 달라고 신한금융투자에 의뢰한 제품이 아니다”고 실토했다.

다른 직원은 “국내 운용사는 해외 오퍼레이션상 필요로 편입시킨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기초자산도 1~4차 모두 동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내한’이라고 내부 교육용으로 배포한 영업자료와 1~4호 판매시 배포한 설명제안서도 1~4차 모두 기초자산이 동일하다고 돼 있다.

이 상품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요청해 신한금융투자가 자산 실사를 의뢰한 현지 회계법인 체리 베카트(Cherry Bekart)는 “역외운용사 변경에 신한금융투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신한금융투자는 내부통제 실패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OEM펀드, 쪼개팔기를 진행했고, 이에 따른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OEM 펀드는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모펀드 방식으로 판매하는 펀드로 불법이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뜻하는 OEM과 방식이 유사하다고 해 OEM 펀드라고 부른다.

◇ 고객 동의 없이 투자운용사 변경

투자계약 조건상 투자자산 운용사 변경 시 고객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 약관 제3조 ⑧은 ‘회사가 투자자산운용사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당 투자자산운용사의 경력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서면 또는 전화 등 증빙 가능한 방법을 통하여 고객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투자자산운용사의 사망, 퇴직 등으로 인하여 사전에 고객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투자자산운용사의 변경 후 지체없이 고객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고객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지난해 5월 1일 역외운용사를 탠덤(Tandem)에서 PGCM으로 임의 변경했다.

신한금융투자는 6월 말 분기성과보고서에 랩운용역 변경(황00→이00)을 게재하면서도 이 상품의 투자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역외운용사 변경 고지는 전혀 하지 않았다.

PGCM은 초기에 WBL의 SPE펀딩에 도움을 준 피아이 캐피탈(Pi-Capital)의 매튜 윤(Matthew Yoon)이 이끄는 운용사다.

한 투자자는 “신한금융투자는 뉴욕에 있고 WBL과 소통이 잘 돼 PGCM으로 변경했다고 했으나, 매우 영세한 사업자여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랩의 사기구조를 설계한 장본인에게 사태 수습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투자자는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자신들의 관여한 내용 및 증거를 은폐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초기 상품 설계 때부터 도움을 준 PGCM으로 역외운용사를 변경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펀드 자산 미실사 등 운용 부실

한 투자자는 “랩운용부 부서장 미팅 시 신한금융투자는 펀드 설정 전에 펀드 및 기초자산에 대한 실사를 직접 실시하지 않았고, 계약 관계의 검토만을 거쳐 상품을 판매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계약서 검토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핵심 조항들을 투자자 동의 없이는 ’WBL이 탠덤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운용사 및 다른 운용 참여자 간 이면 계약 및 계약변경 리스크에 대한 검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SPE 내 현금흐름에도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신한금융투자는 펀드 설정 이후 대출목록을 보고 받아 검토했다고 했으나, 국내에서 3300만달러를 설정한 펀드 안에 채권이 1700만달러 어치에 불과해 나머지 투자자들의 돈이 SPE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투자가 자산의 외부 유출을 용인한 것인지, 아니면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 수익률 허위 공지 등 수탁자 책임 위반

이 상품은 일반 사모펀드 상품이 아니라 펀드랩으로, 랩운용부가 고객과 자산일임관리 계약을 맺고 투자가 진행됐다.

일반 사모펀드로 판매할 수도 있는 상품을 랩으로 씌워서 팔아 랩운용 수수료를 선취하였으나 이에 상응하는 선의의 관리자 의무는 지키지 않은 것이다.

랩운용부는 수탁자로서 제품에 대한 검증, 관리의 의무는 물론 투자 운용 경과에 대해 투명하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 약관 제13조는 “회사는 ’투자일임재산의 운영경과 및 손익현황‘ 등 투자결과를 고객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한 투자자는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12월 랩상품 편입 자산에 대한 부도위험(리스크)를 감지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지난 2019년 3월 교보증권 상품의 환매 연장으로 리스크 확인→5월 역외운용사 교체→8월 자산실사 결과 확인 등의 과정에서 수익률을 지속해서 허위로 보고하고, 고객에게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신한금융투자는 일련의 사태가 발생한 이 기간 일부 고객이 운용상황에 대해 유선으로 문의했음에도 “문제가 없다”며 허위로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금융투자는 홈페이지상 상품의 리스크에 대해서도 2019년 11월 초까지는 ‘이상 없음’으로 고시했는데, 사실상 이때는 자산 부실이 현실화된 상황이어서 신한금융투자가 고의로 “아무 문제 없다”며 투자자들을 속인 것인지, 상품 위험경보 시스템의 유명무실함 때문에 공시가 잘못된 건지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2분기 이미 리스크가 확인돼 역외운용사를 불법으로 변경하는 와중에 전문적 대응해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운용역을 변경함으로써 비효율 야기하고 운용역들의 책임 회피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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