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행칼럼] 여성노동과 이중노동시장
[이선행칼럼] 여성노동과 이중노동시장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0.08.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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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경제위기는 급격한 고용량의 위축을 가져왔고, 긴급 고용안정자금 지원과 같이 고용량 축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긴급 처방들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자리 감소로 인한 충격은 남성보다는 여성, 특히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시장 하층부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각종 지표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여기서 필자가 언급한 ‘노동시장 하층부’라는 말은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많은 이론 중 고용의 질과 관련해 특히 많이 인용되는 ‘이중노동시장 이론(dual labor market theory)’ 혹은 ‘노동시장 분단론(labor market segmentation theory)’이라고 불리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

통상 불황과 같은 경제위기가 닥치면 휴업이나 폐업과 같이 비자발적 이유로 발생하는 실업 등 경제활동 중단과 같은 고용량 변화에만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럼 그동안 사회경제적 이슈로 논의돼왔던 임금이나 근로시간, 기타 근로환경을 둘러싼 ‘고용의 질’과 관련된 이슈들은 이러한 위기담론 안에 묻히고 만다.

여성노동에 대한 이슈도 마찬가지이다. 당장은 일자리 감소가 현재의 가장 큰 이슈겠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불안한 고용상 지위 등 질적인 문제들로 채워져 있다.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직종 역시 질적인 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본 칼럼에서는 이중노동시장의 프레임을 활용해 여성 고용의 포괄적 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 2016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김태홍 외, 2016)의 연구결과 일부를 소개하면서 여성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Doeringer and Piore(1971)에 의해 제기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론(dual labor market theory)은 노동시장 분단론의 가장 대표적 가설로 노동시장은 고임금・고용안정으로 특징되는 1차 노동시장과 저임금・고용불안의 2차 노동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1차 노동시장 진입은 시장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할당(ration)되며,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은 매우 힘들고, 따라서 이러한 부문 간 분단의 고착화가 결국 고용의 질에 있어서도 격차를 낳게 된다는 것이 이중 노동시장 가설이 주장하는 바이다.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여 2006년부터 지난 10년간의 경제활동참가, 고용 및 실업 등의 변화를 살펴보았는데,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 수는 남녀 모두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증가속도 면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그러나 실업자 수 증가율은 남성이 7.3%인데 반해 여성은 40%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 실업률의 변화를 보더라도 실업률을 제외한 나머지 두 지표의 변화는 남녀 모두 비슷한데, 실업률의 격차는 지난 10년간 계속적으로 좁혀지면서 2015년에는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지만 취업과 실업상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여성의 고용이 경제환경 변화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활동참가율을 연령구간별로 살펴보았을 때 여성 경제활동참가의 전형적인 패턴인 M자형 패턴이 2015년에는 이전 연도와 비교했을 때 완화되는 경향이 미세하게 관측된다.

30대의 경제활동참가가 미세하나마 다소 증가하고, 40대에 높아진 경제활동참가율이 50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형태별 임금근로자의 규모, 비중 등의 변화를 분석하였는데, 전체 임금근로자, 정규직 임금근로자의 절대적인 규모는 남녀 모두 지난 10년 동안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정규직 근로자가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는 남성이 7.1%포인트 증가한 것에 반해 여성은 2%포인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에는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 32.6%, 여성 42.3%였는데 10년이 지난 2016년 3월 현재 남성은 25.5%, 여성 40.3%로 남성의 비정규직 근로형태는 점차 완화되는 추세이나 여성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비정규직 근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여성 시간제 근로가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사업체 규모에 따른 임금증가율을 분석하였는데, 남녀 모두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임금증가율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 규모가 동일한 집단에서 남녀 임금격차를 분석한 결과 규모가 커질수록 남녀 간 임금격차는 커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2009년 이후 10∼99인 규모의 사업체는 임금격차가 더 커지고, 그 외 사업체는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다소 크지만, 그 격차는 중소기업에서는 심화되는 반면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완화되는 추세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근로형태에 따른 임금변화를 분석한 결과 정규직,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여성 노동시장에서 심화되고 있고, 성별 임금격차는 정규직 부문보다는 비정규직 부문에서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근로형태에 따라 월평균 근로시간, 근로복지 수혜, 사회보험 가입, 노동조합 가입 등의 현황과 추이를 살펴보았다.

월평균 근로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5년에는 173.5시간으로 2009년 대비 8.2% 감소율을 나타냈다. 근로시간 감소율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가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났고(정규직 4.2%, 비정규직 21.4%), 비정규직 내에서는 여성의 근로시간 감소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여성 23.1%, 남성 19.6%).

여성의 경우 임신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다양한 형태의 시간제 근로 증가가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 가입률을 근로형태에 따라 분석하였다. 전체적으로 ‘노조없음’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노조가입 비율은 12%대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 내에 노조는 있으나 가입대상이 아닌 비율은 2015년 정규직이 5.7%, 비정규직이 12.1%로 비정규직이 두배 이상 높고 정규직 내에서 성별로 보면 여성은 11.9% 남성은 20%로 여성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이 현저하게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노동시장의 현황과 추이를 개괄적으로 살펴본 결과, 경제활동참가, 취업 등의 지표를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지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많은 서비스 분야에서 여성의 월평균 임금이 감소하며,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부문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심화되는 등 지표 및 부문별로 여성고용의 질적 격차가 관측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입과 미가입 등의 구분,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인식의 틀은 임금이나 근로시간뿐 아니라 직장 내 각종 복지수혜 및 사회보험 가입비율에서의 차이를 가시화시킴으로써 여성고용의 질적 문제점들을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는 유용한 분석도구임을 알 수 있었다.

최근 급변하는 정책환경은 각 부문별 정책에 대한 총괄적인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고용과 관련된 각종 경제적 사회적 여건, 각종 관련 정책들이 보다 정합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각 부문별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종합연구의 필요성이 커진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과제들은 전체 사회정책을 통하여 여성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출산 등 인구정책, 교육정책, 복지정책 등은 여성고용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고용의 관점에서 연구가 부족하였다.

또한 여성고용은 여성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정책 뿐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임금 및 근로시간, 근로조건 개선정책, 인적자원개발 정책 등의 여성고용 관련성에 주목하고 전체 노동시장 정책의 성인지적 분석을 통하여 여성고용을 고용률 제고정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여성고용률 제고 정책과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에 대한 상호 배타적인 접근들을 지양하고, 여성고용의 질적, 양적 측면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통하여 현재의 여건과 미래의 방향을 함께 점검하고 향후 여성고용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과 정책과제를 모색하는 것이 더욱 요구된다.

*본 기고문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6년 연구보고서인 ‘정부정책의 여성고용 영향과 분야별 개선과제(Ⅱ)(김태홍·김영옥·김나영·최재성·이선행, 2016)’의 내용 일부를 인용하여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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