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행 칼럼] 남녀 중고령자 은퇴의 차이와 특징
[이선행 칼럼] 남녀 중고령자 은퇴의 차이와 특징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6.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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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들이 대거 은퇴함에 따라 중고령자들의 은퇴 이후 삶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에 관련한 정부의 정책들이 시행 중에 있다. 그러나 현 노후준비서비스 및 노후설계 제도는 정년을 채우고 안정적으로 은퇴한 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남성과 여성의 생애주기가 같다는 전제가 기반이 되어있다.

남성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현 노후준비서비스 제도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여성 근로자의 ‘은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여성의 은퇴가 남성의 은퇴와 비교하여 여러 측면에서 다르게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 칼럼에서는 중고령자 남녀의 은퇴를 분석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9년도 연구보고서인 ‘중고령자 여성의 경제상태에 관한 연구: 은퇴시점을 기준으로’(홍지현·김종숙·이선행·김경태·이재민, 2019)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매년 생산되는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를 분석에 사용했다. 이 조사에서는 2015년과 2003년 장년층을 대상으로 은퇴와 관련된 부가조사를 실시한 바가 있어서 비슷하거나 동일한 문항을 비교하여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은퇴에 대한 인식과 현황의 변화를 성별로 분석했다.

주요 변화를 살펴보면 먼저 은퇴자의 비율이 크게 줄고, 취업경험이 없었다는 여성 중고령자의 비율이 줄어들어 은퇴자의 남녀비율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또한 여성의 평균 은퇴연령에 대해 50세 미만 비율은 줄어들고 55세 이상 60세 미만 비율이 증가했다. 고령화의 진전과 함께 은퇴 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하기 제도적 장치들, 일과 은퇴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의 고용률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중고령 여성 은퇴자들의 특성을 노후소득보장과 같은 노후지원 정책에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은퇴 이유를 보면 본인 건강이 가장 높고, 명예퇴직이나 해고, 구직어려움, 정년퇴직이 주된 이유로 나타났다. 성별로 비교하면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본인 건강, 가계의 경제적 여유, 여가 및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이유로 은퇴한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2003년과 비교하면 본인 건강 때문에 은퇴한다는 비율은 낮아지고, 정년퇴직이나 업무스트레스, 해고나 고용주의 압박 등 비자발적 사유로 은퇴한다는 비율이 높아졌다. 또한 여성의 경우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혹은 여가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퇴한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은퇴 후 여성의 삶에 있어 경제적 조건이나 건강만큼이나 여가가 갖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비은퇴자를 대상으로 은퇴계획 여부, 예상 은퇴시기에 대해 질문했는데, 은퇴계획이 있다는 비율이 2003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예상 은퇴시기에 대해서는 2003년과 비교해 70세 이상의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예상 은퇴시기와 실제 은퇴시기의 격차는 남성이 7.1년, 여성이 10년으로 특히 여성에게서 예측하지 못한 은퇴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은퇴자의 과거 주된 일자리에서의 상황을 분석했다. 여성의 경우 임시직, 시간제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통해 많은 중장년 여성들이 임시직, 시간제 일자리로 투입된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결국 주된 일자리에서의 짧은 근속연수로 이어지고, 이는 은퇴 이후를 위한 준비자산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은퇴 전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급여제도와 급여액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 여성 은퇴자의 경우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급여제도가 있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매우 적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매우 적은 금액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은퇴자의 경우 배우자가 없고, 가구주인 경우가 상당수임을 고려할 때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퇴직급여제도의 사각지대를 공적영역에서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성은 퇴직연금이 9%인데 반해 여성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연금을 통한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에 있어 여성은 매우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자들의 퇴직급여 사용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본인의 생활비가 가장 비율이 높았고, 남성은 여성에 비해 자산형성이나 사업투자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미은퇴자의 퇴직 후 계획에 대해 질문했는데, 재취업이나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비율은 5.5%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계획이 없다고 응답해 은퇴에 대한 준비가 매우 미흡한 것을 알 수 있다. 은퇴 후 재취업 또는 창업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여성은 생애경력설계지원, 취업알선 등을 남성보다 더 선호했고, 반대로 남성은 창업컨설팅, 전직지원 프로그램 등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61%가 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답했으며, 여성에게서 다소 두드러져 은퇴를 위한 경제적 준비에 여성이 남성보다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은퇴를 위한 경제적 준비 방법 1순위로는 남녀 모두 공적연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여성보다는 남성이 공적연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여성은 예금이나 적금, 저축성 보험에 의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높았다. 연금을 통한 안정적인 노후보장 시스템에 여성들이 다소 소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의 증가와 함께 남성은 근로를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여성은 자녀양육과 가사에 전념한다는 전통적인 성별 분업체계가 크게 변화했다.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은퇴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이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은퇴에 대한 인식과 준비, 외적인 환경들이 성별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중고령자의 은퇴 후 소득보장, 생애경로설계 등의 정책을 성별의 특성에 맞추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후준비 종합진단-자가진단 시스템출처: 내연금(국민연금 노후준비서비스) 홈페이지
노후준비 종합진단-자가진단 시스템. (출처=내연금(국민연금 노후준비서비스) 홈페이지)

[그림]처럼 현재 노후준비를 위한 상담서비스나 교육 등은 성별, 연령별, 소득수준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나, 그 외에는 경력단절 전업주부에게 국민연금의 추후 납부를 허용하는 기존의 정책 이외에 다층적소득보장체계 구축이나 신중년 경로설계 등과 관련해서는 성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중년 이후는 성별로 특수한 생애주기의 결과들이 응축되는 시기로써 정책수립의 성인지적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책이 평균적인 임금근로자의 경우를 상정하여 설계되어 있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정된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성평등 구현을 목표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대부분 저출산 영역에만 해당되며 노후소득과 관련한 정책에는 성평등 구현과 관련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기본계획이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목표와 의제를 설정함으로써 긴 안목에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수립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성별의 차이를 고려한 중장기적 처방들이 향후 기본계획에 담겨야 할 것이다.

*본 기고문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9년 연구 보고서인 ‘중고령자 여성의 경제상태에 관한 연구: 은퇴시점을 기준으로(홍지현·김종숙·이선행·김경태·이재민, 2019)’의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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