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행칼럼]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
[이선행칼럼]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0.01.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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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정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포함해 다양한 법 제도와 정책을 통해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과 해고 사례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2018년 발간한 ‘2017년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집’을 비롯해 여성노동 관련 단체에서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존의 노동시장 성차별 실태조사는 주로 임금, 채용, 승진 등에 집중되어 있어,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실태 관련 정보 수집과 그에 기초한 정책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또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 문제에 대해 질적, 사례 분석 중심으로 일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통계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밝혀진 것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에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옛 한국여성개발원)에서는 2018년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실태와 정책과제’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수행하였고, 실제 기존 통계자료를 통해 출산 등의 경험이 직장 내에서 겪는 각종 인사상의 차별 경험과 어떤 상관성을 갖고 있는지 실증 분석한 바 있어 일부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용한 자료는 고용노동부에서 수행한 ‘2017년 일·가정 양립 근로자 실태조사’ 자료이며, 이 조사에서는 근로자 개인의 출산 경험 및 출산휴가를 포함한 각종 모성보호제도 활용 여부는 물론이고 인사상의 차별 경험과 관련해 취업 시, 업무 배치, 보상이나 임금, 교육훈련 기회, 승진, 퇴직 시 근로자의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겪은 경험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따라서 출산 및 출산휴가 경험이 여성 근로자의 인사상(채용, 배치, 보상, 승진, 교육훈련, 해고나 퇴직) 차별 경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교차분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교차분석 결과, 각종 인사상의 혜택 면에서 출산을 경험한 집단이 경험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는 비율이 대체로 높게 나타났고, 출산휴가를 사용한 집단이 사용하지 않은 집단보다 응답비율이 높았다.

특히 승진이나 승급에 있어서 그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출산휴가를 사용한 집단은 출산 경험이 없는 집단이나 출산휴가 미사용 집단과 비교해 그 어떤 차별보다도 승진과 승급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직접적인 차별 경험이 아니더라도 사업체 인사관리의 성 차별성을 묻는 문항에 대해서도 모든 문항에 있어 임신·출산을 경험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더 성차별적이라고 응답하였다. 직접적인 차별 경험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승진이 느리다’라고 하는 문항에서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출산 경험 유무에 따른 차별 경험>

(출처 : 전기택·이선행·손성림(2018).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실태와 정책과제)
(출처 : 전기택·이선행·손성림(2018).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실태와 정책과제)

다음으로 차별 경험의 횟수, 각 항목별 차별 경험 유무에 미치는 영향을 로지스틱 회귀분석 방법론을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차별 경험 정도(횟수)에 영향을 주는 변인은 출산휴가 사용 유무, 여성 근로자 비율, 조직문화의 경직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출산(휴가) 경험이 있을수록 인사상 차별의 정도가 높아지고, 여성 근로자 비율이 높을수록, 조직문화가 유연할수록 차별의 정도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 차별 경험 유무에 영향을 주는 변수 역시 세 항목과 일부 연령효과나 노조 효과가 존재하였다. 출산(휴가) 경험이 개인의 인사상 차별에 영향을 주는 항목은 부서 및 업무 배치와 승진이나 승급에서만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즉 출산휴가를 갔다 온 경우 업무나 부서 배치, 승진 등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았다고 여성 근로자 개인이 생각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모든 항목에 일관되게 영향을 주는 것은 조직문화의 경직성인데, 조직문화가 경직적일수록 채용, 배치, 보상, 승진, 해고나 퇴직 등 모든 항목에서 차별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령은 배치와 교육·훈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는데 고연령대의 노동자일수록 차별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보호제도의 도입과 활용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부합되는 결과들이 다수 도출되었다. 조직 내 여성 비율보다는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이 제도 도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근로자가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근로시간이나 장소의 유연성, 효율적 업무방식 등 경직된 조직문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은 기존 연구와 차별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임신·출산의 경험이 조직 내에서 여성 근로자에게 암묵적으로 가해지는 차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험적 결과도 다른 연구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의미 있는 결과다. 간접적으로나마 출산휴가라는 대표적 법정 모성보호제도의 활용이 조직 내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법이라는 강제장치에 의해서 출산휴가를 대부분의 사업체가 도입하고, 근로자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제도사용에 따른 불이익이 조직 내에서 교묘하게, 암묵적으로 가해질 수 있음을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출처 : 전기택·이선행·손성림(2018).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실태와 정책과제)
(출처 : 전기택·이선행·손성림(2018).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실태와 정책과제)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회자되는 것이 그 해 첫 출생아에 대한 뉴스이다. 경자년 새해를 맞이해서 뉴스를 검색하는 포털에 출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았는데, 2019년 말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인구감소가 본격화되었다는 뉴스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2020년 새해 첫날 인도에서는 무려 6만7000여명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한국은 고작 1152명이 태어났다는 자조 섞인 뉴스도 볼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인구감소, 인구절벽, 출산율 하락과 같은 무서운 단어들이 횡행하고, 한 세대가 지나면 지방의 군소 도시, 농어촌의 마을들은 송두리째 사라질 것이라는 잿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대응해 수년째 정부 차원의 대책과 계획들이 쏟아지고 있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정책의 효과가 미미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전히 임신과 출산을 여성 개인의 몫으로 전가시키고, 특히 노동현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사직을 종용한다거나 각종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퇴행적 관행들이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대립되는 가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실제 노동현장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사회와 국가의 영속도 보장할 수 없다.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을 예방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 보장을 뛰어넘어 어쩌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본 기고문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8년 연구 보고서인 ‘임신·출산기 여성 근로자의 차별실태와 정책과제(전기택・이선행・손성림, 2018)’의 내용 일부를 요약 및 재구성해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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