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초유의 보육대란을 겪으며
[워킹맘 공감] 초유의 보육대란을 겪으며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3.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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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자녀를 키우는 일은 늘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과정을 마주해야 한다. 특히 교육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시킬지, 어떤 환경을 조성해줄지,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할지 등등. 항상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런 관점에서 요즘 또래 자녀를 둔 주변 엄마들의 가장 중요한 선택은 아마도 코로나19로 발생한 장기적인 보육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일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정부가 전국의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오는 23일까지 추가로 연기했다. 앞서 2일에서 9일로 일주일 연기한 데 이어 2주 추가로 연장한 것이다. 그로 인해 총 3주일간 유치원과 학교가 올스톱되는 초유의 상황이 온 것이다. 당연히 영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육아공백 사태를 직면하게 됐다.

주변 엄마들의 한숨은 크게 늘었다. 이구동성으로 ‘개학 연기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다. 너무 힘들다는 사정을 서로 잘 아는 엄마들끼리는 굳이 말로 하지 않을 정도다. 그저 탄식만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미성년자들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고자 가정보육을 권고하면서 긴급 보육신청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킹맘들은 회사에 배려를 바라며 아이를 집에서 돌보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긴급보육 신청을 하는 선택에 당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택의 맹점은 어느 것을 선택하든 죄책감이 기회비용처럼 따라온다는 점이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집에서 가정 보육을 할 경우 회사에 계속 양해를 구하고 진행하던 일을 잠시 미뤄야 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반대로 아이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위험부담을 죄책감처럼 떠맡아야 한다.

나 역시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매일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다행히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 찬스로 긴급보육을 신청하지는 않고 있지만, 집에 아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회사로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 고령의 부모님께 아이를 맡길 때마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어 개학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워킹맘들의 마음 한편을 더 불편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다. 회사에 최대한 양해를 부탁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 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시선, 아이 맡길 곳이 없어 긴급돌봄을 신청할 경우 이런 시국에 아이를 챙기지 않는다는 차가운 시선을 받곤 한다. 이에 주변 엄마 중에는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아니 앞으로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며칠 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아이돌봄 예산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번 사태로 아이돌봄에 어려움을 느낀 가정이 비용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아동수당 지급대상자 263만명에게 4개월 동안 매달 1인당 10만원씩의 지역사랑상품권, 온누리상품권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마냥 기쁘게 받아들이는 워킹맘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조금의 물질적인 지원으로 이번 사태로 인한 어려움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안 받아도 좋으니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막는 곳에 예산이 가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 그럴테지만, 누구보다도 하루 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런 사태가 두 번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겠지만, 만약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많은 워킹맘들이 지금보다는 마음을 덜 졸일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이나 정서적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다.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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