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아들 때문에 힘겨워하는 엄마들에게
[워킹맘 공감] 아들 때문에 힘겨워하는 엄마들에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3.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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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교육 때문에 막막할 때마다 서점에 간다. 자녀교육서를 읽다 보면 다른 사람의 경험에 크게 도움을 얻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부쩍 눈에 띄는 책은 이른바 ‘아들교육서’다.

최근 몇 년간 아들을 키우는 방법, 아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 아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등 아들을 전면에 내세운 책이 여럿 나왔다. 관련 책만 어림잡아도 수십 권에 달한다. 심지어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라는 책도 있다.

모든 엄마가 임신 중에는 우아하고 편안한 육아를 꿈꾼다. 말로 조곤조곤 설명하면 아이가 그것을 찰떡같이 이해하고 반응하는 그런 육아. 매일 하하 호호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일상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특히 딸이 아닌 아들을 둔 엄마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전쟁을 치른다. 에너지가 왕성한 아들을 교육하기란 체력적으로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숙제하기 싫다며 떼쓰는 아들, 밥 먹으라고 소리를 질러도 꿈쩍도 않는 아들,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인 아들을 엄마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큰 소리 내는 게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윽박지르며 아들을 다그치곤 한다. 두 아들을 둔 나 역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아한 육아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소리 지르는 자신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엄마들은 아들을 키우는 것이 힘들까. 아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평생 딸로 살아온 엄마가 남자인 아들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그렇게 다른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악화하는 것은 엄마들이 자신의 입장과 경험에서 아들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엄마가 바라보는 세상과 아들의 세상은 다름에도 그것을 혹독하게 깨닫기 전에는 간과하곤 한다.

한 번은 두 아들을 둔 지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두 살 터울의 형제가 심하게 다투는 일로 고심하던 그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음식 냄새를 맡은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싸움을 멈추고 화기애애한 것이었다. 감정의 여운이 오래가는 엄마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외출했다가 돌아온 아들에게 학습지 과제를 했는지 물으며 손 씻고 옷 갈아입고 밥 먹자고 했더니 아이가 한참 동안 머뭇거렸다. 그때 아들에게는 용건만 간단히, 그것도 한 가지씩만 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은 장황한 말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나와는 다른 점이었다.

최근 초중고에 다니는 세 아들을 둔 수학교사가 쓴 ‘아들익힘책’을 읽었다. 어디 가든 모범생으로 늘 칭찬을 받을 만큼 완벽했던 저자가 세 아들을 낳으면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순간들을 모아서 정리한 책이었다.

저자는 초반에는 분석과 계획이 통하지 않는 삶에 좌절할 때가 잦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세 아들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이 아닌 아이들의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중 마음을 흔드는 구절이 있어 전한다.

‘엄마도 우아함이 좋던 젊은 시절이 있었어. 비싼 도자기같이. 하지만 너희의 모양이 너무 독특하고 거칠어서 우아한 도자기에 담기 불편했지. 이상하고 이해 못할 모양의 너희를 품기 위해서 엄마는 깨지기 쉬운 도자기의 모습을 버리고 대신 어떤 충격에도 깨지지 않을 고무 대야가 되기로 했어. 삶의 재질을 바꾸고 크기를 늘리는 과정은 엄마 자신을 깎아내듯 했기에 아팠지만 그만큼 성숙해지는 시간이었단다.’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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