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직장·업무상 문제로 이른 자살 ‘산재’
[오빛나라의 LAW칼럼] 직장·업무상 문제로 이른 자살 ‘산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12.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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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현 노동팀 변호사 오빛나라
법무법인 현 노동팀 변호사 오빛나라

자살에 대한 산재 승인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자살에 대한 산재 승인율은 2016년 34.5%에서 2018년 80%로 급격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살이 산재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지 않아서 산재 신청 건수는 업무 관련 자살로 추정되는 수치에 비해서 낮다.

2017년 경찰청 자료를 바탕으로 동기별 자살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7년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살자 수는 487여 명에 달했고, 2013년 561명, 2014년 552명, 2015년 559명, 2016년 514명이었다. 그렇지만 자살에 대해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2014년 47명, 2015년 59명, 2016년 58명, 2017년 77명, 2018년 95명에 그쳤다.

이러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실제 자살 원인이 업무상 요인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아서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사건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다. 자살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면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산재 신청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유가족들이 산재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는 것을 종종 본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추스르기에도 벅찬 시기에 산재 신청까지 준비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는 버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면, 직장 내에서 만연한 병폐를 지적하여 문제의식을 촉구하고 다시는 다른 근로자에게 이러한 일이 반복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이를 산재로 인정받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간호사의 직장(병원) 내 괴롭힘을 일컫는 ‘태움’ 의혹이 제기되었던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이 1년 만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완벽하게 사라지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간호사 집단 내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던 괴롭힘 문화는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높아졌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태움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가 열악해 발생하는 것이어서 사회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는 인식 또한 생겼다.

근로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연간 약 500명의 근로자가 업무상 문제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사업장 내에 업무로 인한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신문고 제도를 마련하고 근로자와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하고 정신건강 관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산재전문변호사로 활동하며 유가족들, 재해자들을 자주 만나면서 산재는 보상과 배상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잃어버린 생명과 건강은 금전을 비롯한 그 어떤 걸로도 보상받거나 배상받을 수 없다. 얼마를 받으면 산재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충분히 손해배상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잔인한 질문에 되돌아오는 것은 재해자와 가족들의 눈물뿐이었다. 가족과 건강을 잃은 고통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재해자와 그 가족들의 깊은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면 산업보건, 산재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한다.

최근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주최한 산업보건학술제에서 가슴에 와 닿는 산업보건 우수사례들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한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1억 원의 비용을 들여서 작업 공정 시설 설비를 대대적으로 교체 및 정비해서 근로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였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사업장은 과로사가 발생한 이후 근로자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검진 및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근로자의 업무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교대근무제 근무 조 편성을 바꿨다고 한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발표자는 안전을 위한 비용보다 근로자들을 잃었을 때의 손실이 더 크다는 사업주의 판단과 결심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우리 아버지, 우리 배우자, 우리 자식이 일한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일자리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런 역지사지의 마음이 사업주에게 필요하고, 그 마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살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인한 자살 산재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노동환경의 문제, 나아가 사회의 문제이기에 관심을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는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로 포함될 정도로 자살 예방은 국가 중점 과제 중 하나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해 자살의 진행과정(고위험군 발굴 → 적극적 개입·관리 → 자살시도 사후관리)에 따라 단기적으로 이행가능하고 성과가 입증된 과제부터 집중적으로 우선 추진하고, 자살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실직자, 경찰관·소방관·집배원 등 대상별 자살예방 정책을 추진한다는 국가행동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인한 자살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마련되어 신속하게 시행되기를 바란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법무법인(유) 현 노동팀 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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