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한국마사회 기수들의 자살과 산재
[오빛나라의 LAW칼럼] 한국마사회 기수들의 자살과 산재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0.03.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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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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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2018년 경영공시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이 9209만원으로 36개 공기업 중 가장 높았다. 이같이 한국마사회는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을 제공해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대표적인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한국마사회 기수가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목받고 있다.

故 문중원 기수가 남긴 유서에는 “기수라는 직업은 한계가 있었다. 모든 조교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주행검사부터 살살 합격만 할 정도로 타라하고 데뷔 전에 살살 타게 하고 다음엔 쏘아 먹고, 말들은 주행습성이란 게 있는데 그 습성에 맞지 않는 작전지시를 내려서 인기마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많았지. 이런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에 말도 안태우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다…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죽기 살기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그럼 뭐하나.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에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되니.”라는 내용들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 자살은 산재로 인정될까. 산재보험법에서는 자해행위와 이로 인한 결과인 자살 자체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않으나 예외적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은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①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②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③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그러므로 자살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해행위 또는 자살 전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 또는 “정신적 이상상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사건 발생 이전의 재해자의 정신적 이상상태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의무기록, 과거력, 평상시의 행동 및 심리적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건 발생 이전 병원 방문 기록이 있는 경우 의사와 면담 일지를 포함한 의무기록을 모두 살펴보고, 사건 발생 이전의 정신적 이상상태를 기준으로 업무와 관련한 위험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사건 발생 이전 병원 방문 기록이 없는 경우에는 이메일, SNS, 일기, 유서, 메모 등 당시의 심리적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고 가족, 직장 동료 및 상사, 친구 등 지인들의 진술을 통해 심리적 상태와 사회적 기능(회사생활과 일상생활)에서의 변화, 체중 및 수면, 식이의 변화 등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자살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 관련성이 중요한 기준이지만, 이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건 자체의 강도와 크기 등 객관적 조건뿐만이 아니라 근로자의 주관적 충격의 정도를 감안하며, 사건 발생 이후 처리과정에서 적절한 지원과 지지, 근로자의 보호가 가능한 체계였는지,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과정 등을 파악하여 주요 스트레스 요인의 심각도를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주요 우울장애와 관련하여 높은 직무요구도, 낮은 사회적 지지, 노력-보상 불균형, 직무불안정성, 위협 및 폭력, 불공정성 등이 일반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장시간 근로, 해고의 경험 등도 주요우울장애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본 등의 경우에서 업무 관련성 판단에 있어서 인정하는 위험요인이다.

동일한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사건 발생 이후 대응조치의 적절성이나 대응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따라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 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당 사건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스트레스가 가중되며 사건 후의 상황이 지속되는 정도를 감안하여 스트레스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

다음의 사례는 외국 사례, 국내 사례에 비추어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질병이나 부상을 당함) 장기간 입원을 요하거나 원직장 복귀가 곤란한 수준의 질병이나 부상이 발생한 경우

❖ (업무에 관련하여 중대한 인신사고, 중대사고 경험) 타인에게 장기간 입원을 요하거나 원직장 복귀가 곤란한 수준의 부상을 입게 하고 사후 대응에도 관련하게 된 경우. 타인의 질병과 부상이 중증이 아니더라도 사후대응에서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된 경우

❖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업무상 실수) 도산 또는 큰 폭의 실적 악화, 신용 하락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수를 하였고 사후 대응에도 관련하게 된 경우. 실수의 정도가 약하더라도 사후대응에서 징계, 강등, 월 급여를 넘는 배상책임을 추궁 받게 되는 등의 불이익(패널티)을 부과 받고 직장 내 인간관계가 현저히 악화된 경우

❖ (퇴직을 강요받음) 퇴직 의사가 없음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퇴직을 요구받은 경우나 공포감을 주는 방법을 사용한 퇴직 권유를 당한 경우

❖ (심한 괴롭힘, 따돌림, 또는 폭행) 부하직원에 대한 상사의 언행이 업무지도의 범위를 벗어나 있으며, 그 가운데 인격이나 인간성 모독을 하는 것과 같은 언행이 포함되며, 또한 이것이 집요하게 이루어진 경우. 동료 등에 의한 여러 사람이 결탁하여 인격이나 인간성을 모독하는 언행을 집요하게 하였던 경우.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도의 폭행을 당한 경우

한국마사회 노동자의 자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故 문중원 기수가 일했던 부산경마공원에서는 2004년 개장 이후 기수 4명, 마필관리사 3명이 목숨을 끊었다.

한국마사회 노동자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데에는 한국마사회가 책임을 지지 않는 중층적인 고용 관계와 투명하지 않은 조교사 발탁 시스템, 지나치게 성과 위주로 책정된 임금 구조와 불안정한 고용환경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마사회 노동자들이 연이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반복되는 데에는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병폐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산재 인정에 더해 다시금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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