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레미콘 트럭 기사
[오빛나라의 LAW칼럼]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레미콘 트럭 기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7.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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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현 노동팀 변호사 오빛나라
법무법인 현 노동팀 변호사 오빛나라

최근 천안 사방댐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가 비포장도로 비탈길에 세워 둔 레미콘 믹서트럭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는 근로자가 아니어서 중대재해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것일까.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규정하고 있어서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

산재보험법상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한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으로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라고 해서 특수고용노동자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와 동등하게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특정 직종을 모두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하는 것은 보호를 가장한 배제가 되기 때문이다.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가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사람의 생명에 경중이 없는 이상 이들도 충실하게 보호해야 한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역시 보호대상으로 포함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산업재해 사건을 자주 접하면서 산재는 인재(人災), 즉 사람에 의해서 일어나는 재난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더라면, 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했더라면, 작업 전에 철저하게 안전 점검을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가 일어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이므로 누군가 책임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면 어떨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할 유인이 생긴다. 안전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발생할 수도 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 철저한 안전조치를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로서는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신념이 없는 이상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조심하면 사고가 나지 않으리라는 유혹에 빠지기 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하위법령은 법으로 안전조치를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제1조에서 천명하는 것처럼 산업안전,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약 30여 년 만에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를 넘어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과 보건까지 유지,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개정되었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까지 보호영역으로 포함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이들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고,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뜻 보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령이 특수고용노동자까지 충실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을 보면 건설업계의 도급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76조의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건설공사도급인이 유해·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대상 기계·기구 또는 설비 등을 타워크레인, 건설용리프트, 항타기, 항발기로 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의하면 건설공사 도급인은 건설기계 27종 중 단 4종에 대해서만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레미콘 믹서트럭 역시 제외되었다.

건설기계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지만 현장에서 하청업체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원청에게도 의무와 책임을 부과해야 실효성 있게 산재를 예방할 수 있다.

천안 사방댐 건설현장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레미콘을 납품하는 건설현장에 평탄하고 견고하게 지반을 다져놓은 장소를 마련하고 하중에 따른 기초 지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은 원청이 해야 하거나 적어도 원청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자가 레미콘 믹서트럭을 비롯한 건설기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안전보건조치를 하는 게 타당하다.

그렇지만 고용노동부는 건설기계 조종사 대부분이 특수고용노동자이고,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용하는 곳이 하청업체인 상황에서 건설기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원청의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를 비롯한 건설기계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영역에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천안시 사방댐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 유가족들은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신 부친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사망하였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실제 현장에서 건설기계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여 원청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게 필요하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근로자를 넘어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과 보건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역시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모두 충실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모든 건설기계 근로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보완하여 입법되어야 할 것이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법무법인(유) 현 노동팀 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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