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아파트 관리소장의 과로사와 자살
[오빛나라의 LAW칼럼] 아파트 관리소장의 과로사와 자살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4.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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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최근 법원에서 악성 민원인에게 장기간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파트 관리소장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하여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판결은 입주민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의 요인에 겹쳐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됐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됐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파트 관리소장이 하자보수 관련 민원을 다수 처리하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잦은 마찰, 아파트 시공사와의 마찰 등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다가 업무를 수행하고 귀가한 후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관리소장으로서의 업무와 심장질환 또는 그에 따른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해 업무상 재해, 즉 산재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직원들 관리 및 업무결정권에 대한 심적 부담감으로 인해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직업군이다. 또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다수의 입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하면서 업무상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입주민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제기를 하고, 그 과정에서 거센 질책이나 폭언 등이 이루어지면 아파트 관리소장의 업무 스트레스가 매우 높아진다.

전국 공공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주민들로부터 주취폭언, 폭행, 흉기협박 등 괴롭힘을 당한 사례는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5년간 총 2923건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분양 아파트 사례까지 합치면 그 피해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위탁관리업체에 관리소장에 대한 불만이나 교체를 요청하거나 아파트 관리 업무 전반에 관해 지방자치단체에 감사를 청구하거나 세무조사를 요청하는 등 사건까지 있으면 아파트 관리소장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극도로 과중해진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형식적으로는 위탁관리회사에서 고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소장 후보들 중 누구를 채용할지 선택하거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 교체를 요청하거나 해당 위탁관리회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소장을 해임하는 등 방식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입주민들이 불만이 높을수록 고용불안정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업무 과중 부하 및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과 같은 과로성 질병 및 과로사가 발생하거나 아파트 관리소장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는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65조(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 간섭 배제 등)

① 입주자대표회의(구성원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제64조제2항에 따른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하여 입주자등에게 손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관리사무소장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이를 보고하고, 사실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③ 시장·군수·구청장은 제2항에 따라 사실 조사를 의뢰받은 때에는 즉시 이를 조사하여야 하고, 부당하게 간섭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제93조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에 필요한 명령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④ 시장·군수·구청장은 사실 조사 결과 또는 시정명령 등의 조치 결과를 관리사무소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⑤ 입주자대표회의는 제2항에 따른 보고나 사실 조사 의뢰 또는 제3항에 따른 명령 등을 이유로 관리사무소장을 해임하거나 해임하도록 주택관리업자에게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5항을 위반해 관리사무소장을 해임하거나 해임하도록 주택관리업자에게 요구한 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기는 하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제재 규정이 없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2020년 6월 8일 아파트 근로자들의 부당한 처우 개선과 갑질 방지를 위해 ▲아파트 근로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 필요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용의 ‘갑질 방지 법률’ 마련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공동주택관리 공영제’ 또는 ‘공동주택관리청’ 도입 ▲입주민의 안전이 담보되는 ‘아파트 근로자의 인력 배치 기준’ 마련 등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파트 관리소장 역시 아파트 입주민과 같이 감정이 있고 가족이 있는 ‘사람’이다. 아파트를 관리하는 것은 관리사무소장의 본연의 업무에 해당하고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리하며, 아파트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일정 부분 의견 제시가 필요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정당한 수준을 넘어서 과도하게 간섭한다거나 관리사무소장을 업무에서 배제한다거나 무시, 폭언,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은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감당하기 힘든 업무 과중 및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자칫 잘못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삶을 앗아갈 수도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1명이지만 입주민들은 절대다수고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를 위해 일하고 인건비 역시 사실상 입주민들이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소장은 항상 입주민들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입주민이 친절하고 그중 극소수만이 관리소장에게 폭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관리소장 입장에서는 강경하게 대처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보호막을 만들어 줄 필요성이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에 대한 부당한 처우 개선과 갑질 방지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아파트 관리소장의 근로환경 개선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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