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색국가서 일본 제외…대일 수출 까다로워져
정부, 백색국가서 일본 제외…대일 수출 까다로워져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8.1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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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우대국 ‘가’에서 ‘가의2’ 별도분류…심사기간 15일로 늘어
의견 수렴 거쳐 9월 시행 예정…WTO 제소도 신속 추진 방침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정부가 12일 한국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함으로써 대일 수출이 대폭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백색국가 제외 조치와 별도로 국제법상 맞지 않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신속하게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연례적으로 해오던 수출통제 체제 개선의 일환이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양국 관계는 전면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행 전략물자수출입고시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한다면서 기존 백색국가는 가의1로 분류하고, 이번에 백색국가에서 빠진 일본은 가의2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자국의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한 달여만에 한국도 비슷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성 장관은 “신설되는 가의2 지역에는 4대 국제수출통제 가입국가 가운데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포함될 것”이라면서 “이번 고시개정안에는 일본이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이뤄진 후 설득과 설명 작업을 지속했지만 양국 간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더는 일본과 무역 부문에서 공조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내법과 국제법 틀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국제법상 맞지 않는 수출제한 조치를 가한 일본이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임을 거듭 밝혔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일반적인 고시 개정 절차에 따라 행정예고를 하면 20일간의 의견수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9월 중 시행된다.

산업부는 14일 행정예고를 할 예정이며 의견 수렴 마감 시한은 오는 9월 2일까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 한국의 백색국가, 29개국에서 28개국으로 줄어

이번 조치에 따라 기존 한국의 백색국가는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29개 국가에서 28개국으로 줄게 됐다.

가의2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기존 4대 수출통제에 가입하지 않은 ‘나’ 지역의 수준을 적용하게 된다. 다만,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허가는 면제할 계획이다.

원칙상 기존 가 지역은 사용자포괄수출허가를 받지만 나 지역은 개별수출 허가를 받아야 했다. 북한(제3국 경유 재수출에 한함), 중국 등 나머지 나라는 나 지역에 속한다.

자율준수기업(CP)에 내주고 있는 사용자포괄허가는 가의1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가의2 지역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

아울러 개별수출허가의 경우 제출서류가 가의2 지역은 5종으로 가의1 지역 3종보다 많아지게 되고, 심사 기간도 가의1 지역은 5일 이내지만 가의2 지역은 15일내로 늘어나는 등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이 같은 허가 처리기간은 일본의 90일 이내보다 훨씬 짧은 편이고, 개별허가에 대한 유효기간도 일본의 6개월 미만보다 긴 1년이다.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통상적인 고시개정 절차에 따라 20일간의 의견수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중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일본이 국제 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보면서도 일본의 개별품목 수출규제와 같은 방법으로 특정 품목을 지목해서 대일수출에 제한을 가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7일 한국을 자국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수출지역 분류 체계를 백색국가와 일반국가에서 A, B, C, D 등 4개로 세분화하고 기존 백색국가는 그룹 A에 배정하고 한국을 그룹 A에서 B로 강등했다.

◇ ‘가의2’ 지역 신설하고 ‘비백색국가’ 수준 제재 적용

한국의 전략물자 품목은 민감품목 597개, 비민감품목 1138개 등 모두 1735개이다. 이들 품목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의 적용을 받는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본이 새로 들어간 가의2 지역에는 비백색국가인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한다.

가 지역에 대해 인정하고 있던 포괄허가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개별허가는 심사 절차를 대폭 강화한다.

우선 사용자포괄허가의 경우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거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어 수출하는 등 예외적 경우에만 허용해준다.

사용자포괄허가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된 수출자가 정해진 품목을 구매자, 목적지국가, 최종수하인을 지정해 일정 기간 수출할 수 있게 허가하는 것을 말한다.

품목포괄수출허가는 가의1 지역은 자율준수무역거래자의 등급이 AA, AAA 등급인 경우 모두 가능하지만, 가의2와 나 지역은 AAA 등급에만 허용한다.

품목포괄수출허가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가 정해진 품목을 특정한 구매자, 최종목적지국가, 최종수하인, 최종사용자, 최종사용용도에 따라 일정 기간 수출하는 것을 허가하는 제도다.

포괄허가 신청서류는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나고, 유효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짧아진다. 재수출은 허가하지 않는다.

개별허가의 경우 가의1은 3종(신청서·전략물자 판정서·영업증명서), 가의2는 기존 3종에 최종수하인 진술서와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포함한 5종, 나 지역은 가의2 지역 5종 서류에 수출계약서와 수출자 서약서를 추가한 7종의 신청서류를 내야 한다.

심사 기간은 가의1 지역은 5일이나 가의2와 나 지역은 15일로 길어진다. 재수출과 중계수출 시 가의2 지역과 나 지역은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가의2 지역에 들어가는 첫번째 나라이다. 이에 따라 기존 가 지역에 있을 때보다 강화된 규정을 적용받는다. 다만 일본이 한국에 대해 적용하는 규정에 비해서는 약한 편이다.

일본의 경우 한국으로 수출하는 전략물자의 개별허가 심사기간은 기존 1주일에서 90일 이내로 대폭 늘리고 유효기간은 3년에서 6개월로 줄였다. 중개허가는 가의2 지역도 종전처럼 심사가 면제된다.

성 장관은 “가의2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나 지역의 수준을 적용한다”며 “다만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허가는 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함께 꾸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는 13일 첫 회의를 열고 산업현장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조치에 신속하게 나서기로 했다.

대책위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각종 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설치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여러 기구의 소통을 주관하고 조정하는 ‘관제탑’ 역할을 하기로 했다.

대책위 정세균 위원장은 “쏟아지는 현안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문제 점검과 해결을 위해서는 흩어진 분야별 기구와 체계를 종합적으로 조정·통합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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