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출퇴근길 사고와 산재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출퇴근길 사고와 산재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4.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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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출근 중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다친 경우에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최근 위와 같은 사례를 산재로 인정한 판결(서울행정법원 2019. 1. 16 선고 2018구단61348)이 나와 눈길을 끈다.

A회사에 근무하던 B씨는 2018년 1월 출근하던 중 횡단보도 앞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어깨를 다쳤다.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불승인 처분을 했다. 이에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법원에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후 출퇴근 중 사고를 산업재해로 폭넓게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을 출퇴근 재해로 규정했다. 그래서 종전에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인 회사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산재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2014헌바254 결정)는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출퇴근길 사고에 대해 광범위하게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와 달리 일반 근로자의 출퇴근 중 사고에 대해서만 산재를 좁게 인정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개정된 산업재해보상험법은 기존의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추가하여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산재로 규정하였다.

개선 입법이 시행되는 2018년 1월 1일부터는 일반 근로자가 출퇴근길에 사고를 당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즉 2018년 1월 1일부터는 사업주가 제공한 수단인 통근버스 등이 아닌 도보나 자가용, 대중교통 등으로 출퇴근하다 사고가 나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위 사례(서울행정법원 2018구단61348 판결)의 B씨가 2018년 1월 1일 이전에 걸어서 출근하던 중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다쳤다면,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B씨의 사고는 개정법 시행 후 발생했고, 이에 법원은 개정법에 따라 사업주가 제공한 수단인 통근버스 등이 아닌 도보로 출근하던 중 사고를 당한 B씨의 경우도 산재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개정법 아래에서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만 산재로 인정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즉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산재로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C씨가 회사에서 거주지까지 자가용을 이용하여 통상적인 경로로 이동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는 산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C씨가 퇴근길에 친구들과의 모임장소에 들르기 위해 회사에서 거주지에 이르는 통상적인 경로를 일탈한 경우에는 산재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정법에서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했는지가 중요하다. 다만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도 산재로 인정되는 예외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3항은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통령령(동법 시행령 제35조 제2항)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1.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는 행위

2. 학교 또는 직업교육훈련기관에서 직업능력 개발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이나 훈련 등을 받는 행위

3. 선거권이나 국민투표권의 행사

4. 근로자가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아동 또는 장애인을 보육기관 또는 교육기관에 데려주거나 해당 기관으로부터 데려오는 행위

5.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진료를 받는 행위

6. 근로자의 돌봄이 필요한 가족 중 의료기관 등에서 요양 중인 가족을 돌보는 행위

위 사례에서 C씨가 친구들과의 모임장소에 들르기 위해 통상적인 경로를 일탈한 것이 아니라, 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에 들르기 위해 통상적인 경로를 일탈한 것이라면 산재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산재 신청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과거에는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 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2018. 1. 1.부터 출퇴근 중 사고도 산재보상 대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재 신청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개정법의 출퇴근 재해 인정 요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전달과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인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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