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폭염과 산재예방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폭염과 산재예방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8.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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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날씨가 무더운 날에는 종종 폭염경보 문자를 받는다. 문자에는 “폭염경보. 물 충분히 마시기, 무더위쉼터 이용, 실외 작업장 폭염안전수칙(물, 그늘, 휴식) 지키기 등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라고 되어있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 33℃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 35℃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발령된다.

폭염이 발생하면 불쾌지수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보통 습도에서 25℃ 이상이면 무더위를 느끼며 장시간 야외 활동 시 열사병, 열경련 등의 발생 가능성이 높고,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열대야에서는 불면증, 불쾌감 및 피로감 증대를 경험한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 선조들은 초복, 중복, 말복을 일컫는 삼복에 몸보신을 할 수 있는 음식을 드셨고, 지금도 세시풍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햇빛이 강한 한낮을 피해 농사일을 했다. 하지만 요즘엔 에어컨이 보편화 되어 더위로 인한 질병보다는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질환을 유의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실내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열사병보다는 냉방병을 주의해야 한다. 더운 여름철에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냉방이 지속될 경우 가벼운 감기, 몸살, 권태감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춥게 느낄 정도의 지나친 냉방을 피하고, 에어컨 송풍 방향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맞추어 에어컨의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실내 근무자와는 반대로 실외 근무자의 경우 열사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열사병은 과도한 고온 환경에 노출되거나, 더운 환경에서 작업이나 운동을 할 경우 신체의 열이 발산되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외부로 발산되지 못한 체온이 중추신경, 근육, 간 등의 여러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고,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면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고 한다.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에 건설현장 등 야외 작업 현장은 말 그대로 ‘찜통’이다. 야외 작업장의 아스팔트, 철근, 콘크리트 등에서 반사하는 열로 인해 작업 현장의 기온은 해당 지역 기온보다 높아진다. 또한 안전모와 안전화 등 보호구를 착용한 근로자의 체감온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열사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된 날 야외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은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작업기한이나 작업효율 때문에 근로자들이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열사병 예방법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해 여름 온열질환자가 4526명 생겼고, 이들 중 48명이 사망했으며, 상당수는 작업 현장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장에서 열사병 예방법을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 작업 중 열사병으로 쓰러진 경우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실제로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러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무더운 날씨에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내부 바닥 작업 중 모르타르 작업을 수행하던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부검결과가 사인 불명으로 고체온증으로 사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산재가 아니라고 보고 부지급 처분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망 당일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로 공사현장의 온도가 최소 40℃ 정도는 되었으리라 추정되고, 망인이 오전에 출근하여 15시30분경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이 작업을 한 점 등 여러 가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체온증이었다고 추론함이 경험칙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보아 산재로 인정했다(서울고등법원 2017누66505 판례 참고).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도 문제지만, 무더위에서는 근로자들의 작업 집중도가 떨어져 사고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무더위 때문에 보호구 착용을 소홀히 하게 되므로 산재 사고 노출 위험이 증가한다.

더위 때문에 안전모나 안전대 등 보호구를 작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의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근로자가 민사 손해배상 청구 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점이 과실로 평가되어 손해배상금액이 적어진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폭염대비 노동자 건강보호대책’의 폭염 위험단계별 대응요령에서 폭염시 무더위 시간대(오후 2시~5시) 옥외작업에 대하여 심각 단계인 38℃에 작업을 중지토록 권고하였으나, 7월 31일 폭염이 심화됨에 따라 경계단계인 35℃에서 작업중지를 지도하도록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지침을 시달했다고 한다.

(자료=고용노동부)

한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567조)은 사업주로 하여금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폭염일수는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폭염일수가 증가하면 온열질환자도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고용노동부의 권고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특히 폭염 시 작업중지에 대해서는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다. 지금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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