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과 통상임금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과 통상임금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3.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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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회사가 어려우면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할 수 있나? 이 질문에 대해서 답한 법원의 판결이 최근에 나왔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고정급 임금을 의미한다.

상여금을 포함해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반면, 사측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불리하다. 그래서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상여금을 빼고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첨예한 논쟁이 있었고, 지금도 여러 사건이 관련되어 있다.

대법원은 2019. 2. 14. 임금청구소송(2015다217287)에서 시영운수 소속 버스운전기사인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위 사건은 버스운전기사인 원고들이 피고 인천 시영운수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단체협약은 무효이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하고, 이에 따라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청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은 1, 2심 모두 버스운전기사인 원고들이 패소했었는데,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면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어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즉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떠안으며 통상임금을 주는 것은 근로자와 회사 사이의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1, 2심은 이와 같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원심은 ‘원고들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므로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 법원은 ‘원고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이 사건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것은, 피고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어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으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지 않고,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이다. 즉 원심의 판단은 노사 합의 당시 상호 이해하던 것과 다른 법리를 들어 재산정된 통상임금을 토대로 추가 법정수당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해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시영운수 소속 버스운전기사인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고, 통상임금소송에서 사측의 신의칙 주장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즉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이상 회사는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번 대법원 판단이 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통상임금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서울고등법원은 2019. 2. 22. 기아자동차 통상임금청구 사건(2017나28858)에서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위 사건 역시 기아자동차 근로자인 원고들이 피고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각종 미지급 수당의 지급을 청구한 사안이다. 그리고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건 역시 신의칙의 적용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1, 2심 법원은 모두 “기아차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각종 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근로자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기아차의 경영상태로 보아 임금청구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최근 대법원이 사용자 측이 주장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며, 근로자의 손을 들어 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여러 건의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고, 이들 소송에서도 시영운수와 기아자동차 임금청구소송과 동일한 판단 기준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유사 임금청구소송의 결과에 따라 노사 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일련의 판결에 대해, “엄격하고 신중하게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진일보한 판결이다”라며 환영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근로자들이 추가 수당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신의칙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최근 판결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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