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칼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남긴 ‘학교희망가’
[박병철칼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남긴 ‘학교희망가’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4.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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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철 변호사
박병철 변호사

2004년 1월 개봉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현수(권상우 분)가 강남의 정문고로 전학을 왔다. 이 학교는 교사 폭력 외에도 학생들 간 세력다툼으로 악명높은 문제학교였다. 현수의 절친은 우식이었다. 학교짱 자리를 놓고 선도부장 종훈과 한 판 붙은 우식은 종훈의 비열함에 패배하고 학교를 떠난다. 종훈과 그 친구들의 괴롭힘에 견디다 못한 현수는 쌍절곤을 연마하고 결국 종훈과 그 친구들을 제압한다. 그리고 학교를 떠나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다.

이 영화가 개봉된 해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됐다.

300만명 이상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내용과 학교폭력예방법이 오버랩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스템적 조치’는 없었고, ‘개인적 조치’만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 학생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다른 법률과 관계에 있어서 학교폭력예방법의 성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일반적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의 경우 학교라는 특정 조직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고, 또한 학교폭력예방법상의 보호조치나 징계 조치들은 일반 국민보다 가해 학생에 대하여 영향 끼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징계법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인다.

따라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가해 학생에게 징계 조치가 내려진 후에 다른 형사법적인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헌법상의 일사부재리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학교폭력의 규제,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에 있어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폭력예방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유형 중 성폭력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학교폭력과 따돌림, 그리고 사이버 따돌림이란 용어가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물리력 행사와 금품갈취 등의 일탈 행위가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화 과정이 있었다.

그 법적 용어를 들여다보자.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돌림’이란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사이버 따돌림’이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은 그간 학생들이 가해와 피해의 역학관계 속에서 사례들이 누적되어 제도적으로 규정하여 규제에 이른 것이다. 그 유형을 보면 ▲신체폭력 ▲언어폭력 ▲강요 ▲금품갈취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폭력으로 구분된다. 한참 배우고 익혀야 할 학생들이 이러한 행위를 자행한다는 게 믿기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일탈과 범죄임은 분명하다.

피해자의 성격은 보통, 외향, 내향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사건 발단의 원인은 ‘이유 없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피해자의 성격이나 피해 학생의 요인과 상관없이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피해자는 학교 안 교실 내에서 동급생에게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에 집단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한다.

말죽거리 잔혹사 후속편이 제작될까? 영화가 추가 제작된다면 아마 영화 속 주인공은 중학생이 등장하여 가해와 피해 유형을 섬세하게 다루길 바란다. 문화의 힘으로 학교폭력의 실체를 인식하고, 경계하는 스토리라면 말죽거리 ‘잔혹사’가 아닌 ‘희망가’가 아닐까.

*필자 박병철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 서초동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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