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아동] “보호아동 그룹홈 열악, 예산 증액 급선무”
[사각지대 아동] “보호아동 그룹홈 열악, 예산 증액 급선무”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7.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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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자 급여 1년차-30년차 큰 차이 없어 "인건비·운영비 지원 늘려야"
복권기금 0.3% 배분하고 ‘소외계층돕기’ 생색…사업 정상화 이행 촉구

■ 안정선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 인터뷰

안정선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
안정선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그룹홈’이라 불리는 아동공동생활가정은 부모의 이혼, 가출, 질병입원, 수감 등 사유에 따른 가족 해체로 정상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요보호 아동’을 가정 밖에서 가정과 같은 환경으로 보호하는 시설을 말한다.

사단법인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는 이같은 요보호아동을 위한 전국의 그룹홈 시설들의 중앙협의체조직이다.

지난 2000년 결성돼 올해 18주년을 맞은 그룹홈협의회를 5년째 이끌고 있는 안정선 회장으로부터 국내 요보호아동의 실태와 이들을 돌보는 그룹홈사업의 현황을 들어본다.

요보호아동이라는 말 자체가 어려운데 쉽게 설명해 달라.

“요보호라는 말이 어려운 단어입니다. 요즘은 풀어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이라고 쓰고 있다. 쉽게 말해서 정상적인 가정에서 가족(부모)과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을 말한다. 이유는 이혼에 따른 가정 와해, 부모의 가출·감옥·장기입원 등으로 가족과 살 수 없는 환경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기에 사회적으로 ‘가정외 보호’를 강구하는 해결책으로 고아원 같은 대규모 양육시설, 가정위탁, 그리고 그룹홈인 공동생활가정이 운영되고 있다.

가정위탁은 대개 할아버지할머니와 사는 조부모 양육, 친인척 양육, 일반가정 양육으로 분류되며 조부모 양육이 80%를 차지한다.

그룹홈은 일반주택에 가정집을 구입 또는 임대해 요보호아동 7명 이내 단위로 사회복지사 자격 종사자가 함께 일반가정처럼 숙식하며 공동생활하는 양육시설이다.“

가정형 아동양육시설 그룹홈의 탄생 배경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선 고아원으로 상징되는 대규모 양육시설이 한때 주류를 이뤘지만, 요보호아동 양육의 세계적 추세가 ‘대규모 양육시설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국내에 그룹홈 운동이 1960년대부터 시작돼 199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복지수요의 양적, 질적 급증과 아동·청소년의 권리 인식 향상 등으로 국가의 틀에서 수용하게 됐다. 1996년 그룹홈 제도 도입, 1997년 시범사업 실시를 거쳐 2004년 그룹홈이 가정위탁과 함께 법제화됐다.

법제화로 이전에 운영돼 오던 그룹홈 민간시설 230개 정도가 정식 등록됐다. 이전에 존재하던 소년소녀가장제도가 위탁양육으로 전환됐지만, 대규모 양육시설 고아원은 없애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없애고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칭만 ‘~마을’, ‘~원’, ‘~숙사’로 바뀌었다.

물론 고아원의 아동보호 인원은 현재 절반 이상 줄었다. 공실률도 과반인 실정이다. 반면에 그룹홈 등록 아동 수는 늘고 있지만 양육시설 수는 정체돼 있다.

정부 방침 대로라면 대규모 양육시설의 아동들을 그룹홈에서 보호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자료=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자료=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요보호아동을 고아원에서 그룹홈으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출산 영향으로 국내 요보호아동 전체 수가 줄고 있다. 특히 고아원 아동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반대로 그룹홈 아동 수가 늘고 있어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원인을 여러 개 꼽을 수 있다. 우선 그룹홈의 내부 사정 탓이다.

그룹홈을 운영하거나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상황이 나쁘다. 종사자들의 급여가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가령, 고아원 종사자의 급여는 호봉제인데 그룹홈은 그렇지 못해 급여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 근무조건도 굉장히 나쁘다.

그렇다보니 보호아동 수가 급감함에도 고아원 종사자들이 그룹홈 쪽으로 넘어오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그룹홈 종사자 처우만 개선된다면 고아원은 자동적으로 없어질 것으로 본다.

협의회에서 줄곧 아이에게 좋은 보호자(어른)가 있어야 좋은 양육 환경이 조성된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종사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아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예산 편성의 문제점이다.

다른 아동복지 예산이 지방자치단체에 이관 집행되는 것과 달리 그룹홈사업은 예산 편성이 중앙정부 40%, 지방정부 30%, 기초자치단체 30%으로 나눠져 있다.

게다가 중앙예산(국고)은 일반예산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관할의 복권기금에서 나온다. 그룹홈 종사자 급여와 시설 운영비(월 31만 4000원)가 복권기금에 배분되는 것이다.

고아원은 아동 지원 경비 전액을 중앙정부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요보호아동들은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고아원, 그룹홈으로 분류돼 시설 보호를 받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별 대우를 받는 일이 생긴다. 같은 상황의 아동인데도 시설 차이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그룹홈은 종사자가 직접 시설을 구입하거나 임대하는데도 유지관리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 반해 다른 아동양육시설은 국가에서 지어주거나 수리해 준다. 그룹홈은 종사자가 알아서 운영비 부족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룹홈 종사자들도 같은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다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경우 임금 가이드라인이 있어 그에 근거에 받는데 그룹홈에는 임금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룹홈 종사자의 월급여 수준은 200만원 정도이며, 근속 1년차나 30년차나 별반 차이가 없다. 급여 책정 기준이 없다. 복권기금 담당 사무관이 ‘올해 얼마로 정했다’ 하면 그걸로 끝나 버립니다.”

복권기금에서 그룹홈 사업에 지원되는 예산 규모는 얼마인가.

“한 해 180억원으로 그룹홈측은 220억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다른 사업과 형편성을 이유로, 인상 상한선을 거론하며 소극적이다.

복권기금을 이용한 사업이 99개라고 하는데 정부는 복권기금이 소외계층을 위한 기금이라 선전하지만 실제 소외계층사업 배정은 1.8%에 불과하고, 그마저 그룹홈은 고작 0.3%에 그친다. 그룹홈 예산을 처음에 복권기금으로 옮기는 명분으로 국고 지원을 정상화시켜주겠다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복지부의 다른 사업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늘려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룹홈 사정이 좋지 않다면 협의회 차원에서 대응책은 무엇인지요.

“그룹홈이 요보호아동을 위한 가정(家庭)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제일 좋은 보호 시스템이라고 알리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그룹홈이 양육비용이 적게 들고 양육의 질은 높다는 평가이다.

그럼에도 시설과 종사자를 위한 여건 및 처우 개선은 매우 미흡하다. 실제로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그룹홈에 뛰어들었다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나가버린다. 평균 근속기간이 2, 3년이 안된다. 그룹홈이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예산 증액의 기대감이 컸는데 오히려 동결돼 그룹홈 종사자 모두 경악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천막농성으로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경험 때문인지 올해도 4월부터 천막농성을 50일간 벌였다.

종사자 처우 개선과 관련해 지난 18일 국회 ‘아동공동생활가정 실태조사 발표 및 발전방향’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인건비 수준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발언은 그나마 긍정적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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