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가 게하시에게 이르되 네 허리를 묶고 내 지팡이를 손에 들고 가라 사람을 만나거든 인사하지 말며 사람이 네게 인사할지라도 대답하지 말고 내 지팡이를 그 아이 얼굴에 놓으라”(열왕기하 4:29)
오늘 머리글 성경 속 인물은 청출어람의 대표 격인 ‘엘리사’와 그의 속물 제자였던 ‘게하시’입니다. 제자가 훌륭하게 성장하여 오히려 스승보다 나을 때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을 씁니다.
파란 물감을 만들기 위해 쪽을 찧어 물속에 넣었더니 원래 쪽빛보다 물이 더 파랗다는 뜻입니다.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가 손발을 닦을 때 물을 부어주던 사람이며, 엘리야가 바람을 타고 승천하는 자리까지 따라가 끝까지 모시고 능력의 겉옷과 갑절의 영감을 받은 과연 청출어람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또한, 모세의 제자 여호수아, 설리 반의 제자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를 말할 때도 우리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엘리사 선지자가 활동하던 시기는 아합왕과 그의 아들들이 왕이 되어 다스리던 때로 바알신과 금송아지를 섬기던 악한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영적 암흑기에 빛나는 신앙과 품성을 지닌 귀한 여인 수넴 여인 같은 사람이 있었고, 이방 나라의 장수인 나아만이 한센병을 고침받고 “내가 이제 이스라엘 외에는 온 천하에 신이 없는 줄을 아나이다”(열왕기하 5:16) 고백하고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엘리사의 복음 사역, 치유 사역을 가까이에서 섬기던 실패한 제자 게하시 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어느 날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선물인 수넴 여인의 아들이 일터에서 머리를 안고 쓰러졌다가 어머니 무릎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정신이 없었겠습니까?
이에 수넴 여인은 예전 엘리사 선지자가 쓰던 침상에 죽은 아들을 눕혀두고 허둥지둥 갈멜산에 있는 엘리사에게 찾아갔고 그 앞에 엎드려 발을 붙들고 흐느낍니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엘리사와 게하시의 태도와 사역이 너무나 다르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게하시는 달려들어 엘리사에게서 이 여인을 떼어내 물리치고자 합니다. 참 냉정하고 사무적인 처신입니다. 분명 엘리사가 수넴 여인 댁에 머물 때 수종들었던 그도 그곳에 있었을 것이고, 후한 대접을 받았을 것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자신에게서 여인을 떼어 놓으려는 게하시에게 “가만두라 그의 영혼이 뭔가 괴로운 일이 있는 것 같지 아니하냐?”(열왕기하 4:27) 이는 하나님의 마음이요. 예수님의 긍휼하심이며 함께 아파하는 ‘컴패션’(compassion)입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내게 숨기시고 이르지 아니하셨도다”(열왕기하 4:27)
그리고 오늘 머리글 열왕기하 4장 29절 말씀을 합니다. 이는 제자인 게하시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의 능력을 상징하는 겉옷을 물려받았습니다. 그것은 곧 갑절의 영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엘리사의 지팡이 역시 엘리사의 능력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게하시가 이러한 기회를 잘 살렸다면, 우리는 엘리야, 엘리사 못지않은 또 다른 선지자 게하시 선지자를 만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게하시는 마치 기계처럼 달려가 그 지팡이를 죽은 아이의 얼굴에 놓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 지팡이를 스승에게 돌려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시큰둥하게 보고하고 손을 떼어 버립니다. (열왕기하 4:31)
이 사건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에 버림받은 가룟 유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대한 스승 엘리사에게 게하시 같은 제자도 있을 수 있다는 암시, 복선을 성경은 깔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우리를 구원한 능력이지만, 아무런 믿음도 없이 십자가를 목에 걸고 차에 걸어 둔다고 무슨 능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목에 걸고 차에 걸어 두는 것은 우리가 구원받은 것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요 십자가의 능력임을 기억하고, 구원받은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는 경외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게하시는 죽은 아이에 대한 긍휼도, 전능하신 하나님께 매달리는 간구도 없는 ‘영혼이 없는 형식적 행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게하시에게 엘리사의 지팡이는 나무토막일 뿐이었습니다.
사무엘 시대에 영혼 없는 믿음으로 미신처럼 법궤를 메고 전쟁에 나갔다가 전쟁에도 패하고 법궤도 빼앗기고,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이 전사하고 그 소식을 들은 엘리 제사장도 충격으로 죽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게하시의 지팡이가 되지 않도록 항상 성령께서 인도하여 주옵소서. 오늘도 성령 충만함으로 하루를 살게 하시고, 감사함으로 새 궁정에 들어가 찬양함으로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새날 되게 하시길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변요한 목사 약력>
- 경찰청교회 시무
- 극동방송 운영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경찰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동창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