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외국기업을 지배기업으로 하는 한국법인과 외국기업 한국영업소가 사무공간을 공유하고, 두 회사의 소속 직원을 구분하지 않고 담당 업무별로 팀을 구성하여 업무를 수행하며, 재무·회계와 인사노무에 관한 권한을 통합해 행사할 경우 이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함은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 단위를 의미하며, 법인격의 분리 여부가 독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우선적인 기준이 되는 법인격이 다른 기업조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없음이 원칙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여러 개의 기업조직 사이에 단순한 기업간 협력관계나 계열회사, 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 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경우에는 이들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때 복수의 기업조직이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업무의 종류, 성질, 목적, 수행방식 및 장소가 동일한지 ▲업무지시와 근로자의 채용, 근로조건의 결정, 해고 등 인사 및 노무관리가 기업조직별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사업주체 내지 경영진에 의해 통일적으로 행사되는지 ▲단위별 사업활동의 내용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해 결합돼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서로 밀집하게 관련되어 운영되는지 등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즉 대법원이 다국적 기업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 2024. 10. 25. 2023두57876판결)
해당 사건의 경우 B사(社)는 2006년 5월 10일 서울 서대문구에 본점을 두고 B2B(Business to business) 호텔판매업(주로 일본 등)을 영위하고 있는 법인이다. A사는 두바이와 호주에 각각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15년과 2018년 두 번에 걸쳐 B사 지분 100%를 취득한 최상위 지배기업이다.
A사는 종속기업인 한국영업소 C사를 2017년 2월 1일 서울 종로구에 설립해 B2B(Business to business) 호텔판매업(주로 유럽 등 전세계)을 영위했다. C사는 2019년 3월경부터 2020년 12월경까지 B사와 사무실을 공유했고 2019년 8월 1일 B사와 별도로 사무실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근로자 ‘을’은 2016년 10월 17일 B사에 입사해 재경팀 소속으로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중 2020년 10월 22일 B사로부터 폐업 및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당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해당 사건의 쟁점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해당 여부 ▲해고의 정당성 유무였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을’의 퇴직일 전 1개월 동안 B사의 상시 근로자 수는 3명으로 산정되므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며 기각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B사가 실질적으로 C사(A사의 한국영업소)와 인사·회계 등이 통합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됐으므로 이 두 사업장의 근로자 수를 합산하면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이 되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며, 정당한 해고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을’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원고인 B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불복하고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은 원고 B사와 C사가 독립된 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보고 근로기준법상 해고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취지로 원고(A社)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B사와 C사는 사무실을 공유하고 두 회사의 직원들과 관리자들이 구분 없이 통합된 팀(Combined team)이라는 표제 하에 협업한 점 ▲참고인(‘을’)이 속한 재경팀 직원들이 C사 회계업무를 일부 분담하며 업무가 과중해진 문제 등으로 업무상 다툼과 갈등이 발생하자 C사가 B사의 업무상 갈등에 조사를 진행하고, C사가 통합 근태관리, 승진, 휴직 등 인사노무관리도 담당한 점 ▲2020년 3월경 B사 근로자 중 5명은 사직하자마자 곧바로 C사로 소속을 옮겨 근무해 ‘을’의 해고 무렵 상시 근로자 수가 3명이고, C사의 상시 근로자 수는 6명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두 회사는 별개 법인이지만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전제로 대법원은 B사의 사업 폐지는 사업의 일부 축소나 C사와 업무통합으로 보일 뿐 사업 전체의 폐업이라고 보기 어렵고, 근로기준법 제24조의 해고 요건을 모두 갖췄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을’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워킹맘들도 근무 중인 회사의 조직 구조에 대해 확인하여 회사가 어떻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워킹맘의 휴일 및 연차휴가 사용권이 보장되는지 등을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안진명 노무사 프로필>
- 홍익대학교 불문과/법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現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