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어린이날, 장애아동 현주소는?
100번째 어린이날, 장애아동 현주소는?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2.05.04 10: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사회와 관계 맺는 24시간 지원체계 확대로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말 그만하고파”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어린이날 노래, 윤석중 작사, 윤극영 작곡)”

오는 5월 5일은 지난 1922년 한반도에서 어린이날이 첫 선포된 이래 100번째 맞이하는 어린이날이다.

완연한 봄기운 아래 모든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걱정없이 지낼 ‘어린이날’은 과연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든 걸까?

1919년에 3.1 운동 이후 일본의 도요대학교 아동 미술과에 입학한 소파 방정환은 1921년 김기전, 이정호 등과 함께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하고 본격적인 소년운동을 펼쳤다.

이후 1922년 4월 각 소년운동 단체, 신문사 등이 모여 논의한 결과 ‘새싹이 돋아난다’는 의미로 새싹이 돋아나는 5월 1일을 어린이날(소년일)로 정하고 천도교소년회에서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했다.

어린이날이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자 어린이 운동이나 어린이날 행사가 민족의식을 높일 것을 염려한 일제는 1937년에 소년단체 해산명령을 내려 어린이날 행사를 금지시켰다. 결국 이로 인해 어린이날은 1939년부터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광복을 맞은 후 1946년에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살리기 위해 어린이날이 다시 제정됐다.

시간이 흘러 1981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어린이를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하여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한다’는 조문이 포함됐다. 이후 2000년 전부개정을 통해 아동복지법 제6조(어린이날 및 어린이 주간)에는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높임으로써 이들을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하기 위하여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하며, 5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를 어린이주간으로 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어린이주간’ 더 마음 아픈 장애아동 부모

이런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날로 자리 잡은 ‘어린이날’이지만 모두가 즐거워해야 할 이날을 오롯이 즐길 수 없는 이들도 존재한다. 바로 장애아동과 그 부모들이다. 치료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어린이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채 누리지 못한 채 공공적인 무상보육과 특수교육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가슴앓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많은 부모들에게는 5월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어린이주간’도 그저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4월 19일과 2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2일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19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에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인환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19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에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인환 기자)

19일 오후 1시,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삭발식을 진행했다. 나이도, 성별도 모두 제각각인 이들이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발달장애인 및 그 가족’이라는 것이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이 좋은 날 500여 명의 부모가 삭발하겠다고 나온 이유는 단 하나, 하루가 멀다고 세상을 등지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 때문”이라며 “주간활동 서비스 중심의 지원체계 확대를 윤 당선인의 국정과제에 넣어달라”고 말했다.

“부모 떠났을 때 지원체계 없이 남겨질 아이 걱정돼”

장혜영 정의당(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우리의 현실에는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하며 현장에서 삭발을 결심했다. 이후 “민생 현안 중 가장 급한 곳이 바로 여기 있다”며 윤석열 당선인과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데 동참해달라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19일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발달장애인부모들과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인환 기자)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19일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발달장애인부모들과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인환 기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결의대회에 참석해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할 기회를 갖고, 감옥 같던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관계를 맺기 위해 24시간 지원체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거리에 나와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발달장애인 및 그 가족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19일 시위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 중 하나는 “부모가 떠났을 때 이 세상에 지원 체계 없이 홀로 남게 될 자녀들이 걱정된다”였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많은 부모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아이보다 단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다며 “이제는 이러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매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한마디 말이다.

장애 어린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우리 사회를 만들어갈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어린이날을 오롯이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