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대안은...“부처 이관” vs “신설 통합 편제”
여가부 폐지, 대안은...“부처 이관” vs “신설 통합 편제”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4.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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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예산 규모, 한 개 부처 수준 아냐
타 부처 조정만으로 업무 소화 불가능
(사진=황예찬 기자)
5일 여성가족부 폐지 대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재차 확인한 가운데 여가부 폐지 대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허명)는 국회의원 윤상현 의원실과 함께 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환영사를 건네며 “여성가족부 폐지는 위기가 아닌 기회의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양성평등 문제에 대해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규모 있는 체제로 개편하는 독일식 모델을 검토해볼 필요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차인순 전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하나베커 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 등이 함께했다.

◆ 폐지 후 이관이냐, 확대 개편이냐

발제를 맡은 홍 교수는 조직의 업무와 예산 규모, 행정 부처 개편의 관점에서 여성가족부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홍 교수는 “부처의 존폐 이야기와 함께 기능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가부가 하나의 ‘부’ 수준에서 감당할 만한 업무를 하고 있는지를 지적했다. 홍 교수는 “실제로 여성가족부 장·차관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실도 기획조정실과 청소년가족정책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여성 정책만 놓고 보면 하나의 실 단위로 뺄 만큼의 규모가 안 된다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1년 예산은 1조4650억원 규모다. 보건복지부 예산 62조2729억원에 비하면 예산 집행 규모가 작다. 홍 교수는 “그중에서도 가족 정책에 들어가는 금액이 9063억원, 여성과 성평등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이 1055억원”이라며 “원래 보건복지부 소관 업무였던 가족 정책을 갖다 붙였는데도 이런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가부가 계속 존속해온 배경에 이익집단 정치와 관료 이익의 연합이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여성 관련 이익집단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고, 여성단체 리더들의 정계 진출이나 장·차관 등 자리 확보에도 신경 썼으리라는 주장이다.

이에 홍 교수는 여가부를 폐지한 다음 대부분의 여성 정책을 보건복지가족부로 개편해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각 부처에서 보고서를 제출하고 위원회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사진=황예찬 기자)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사진=황예찬 기자)

반면 이러한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는 “타 부처 조정만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주무부처가 탄생했다”면서 “현재 주무부처인 여가부와 8개 부처·청이 함께 일하고 있고, 이는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본다”고 전했다.

또한 이익집단 정치와 관료 이익의 연합에 대해 “이런 문제가 있다면 다른 부처에도 공통으로 있을 것”이라며 “공익과 이익은 서로 구분이 되는데, 성평등을 추구하고 성차별을 폐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은 공익에 해당했던 부분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과 성평등 분야를 위원회 형식으로 편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이미 새 정부가 공약과 인수위를 통해 이미 책임내각과 위원회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별로 효율적이지 않은 위원회를 신설한다는 주장은 전체 방향과 모순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차 교수는 “부처별 기능을 통합 편제하는 것이 시너지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설 부처에는 여가부의 4대 정책(양성평등, 젠더폭력방지, 가족, 청소년)을 모두 담고 성평등 일자리 정책과 젠더 갈등 해소, 가족 변화에 대응한 돌봄 정책 강화를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타 부처 흡수, “업무 소외 우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현 정부의 여성가족부가 무능했기 때문에 ‘폐지론’까지 나온 것이라며 기능과 정책을 통합해 부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차관은 “권력형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여가부가 침묵하거나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는 여당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갈등이 여가부 폐지로 의도치 않게 빚어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건들의 배경이 된 젠더 갈등 자체를 부처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 여가부가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전 차관은 “예를 들어 일·가정 양립 제도는 여성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양성평등채용 제도 역시 이를 통해 남성들을 채용하는 예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아이 돌보미, 양육비 이행제도,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등 타 부처에서 하지 않던 사각지대 업무를 발굴해서 제도화하기도 했다”면서 “이는 여가부가 폐지되면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남성도 정책 대상이고 함께 포괄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일부 여성 정책만 강조되다 보니 오해가 쌓인다는 것이다.

여가부의 기능이 지금보다 더 포괄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전 차관은 “청소년은 여가부 소관, 방과 후 교육이나 유치원 업무는 교육부 소관 같은 식으로 한 부모의 자녀도 때에 따라 소관이 달라진다”며 “특히 코로나 이후 돌봄 이슈가 두드러지고 가족 정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기능과 정책을 통폐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타 부처 흡수 방향으로 가면 평등 관련 업무가 소외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피해자 보호 업무를 가해자 처벌에 방점이 있는 법무부로 이관하면 피해자 권익 보호에 소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각 지역에서 올라와 토론회에 참석한 지자체 관계자 중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유영상 충북도청 사무관은 “양성평등위원회 성격으로 여성정책을 다루게 되면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단절되는 상황이 일어날 것 같다”면서 “여가부라는 구심점이 없어지면 지자체에서는 양성평등 정책의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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