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글쓰기의 소중함과 쓰기의 즐거움
[교육칼럼] 글쓰기의 소중함과 쓰기의 즐거움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9.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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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에 다녔을 때, 일기를 써본 경험은 다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그림일기를,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에서 나눠주는 일기장에 일기를 작성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쓴 그림일기는 너무 오래되어서 잃어버렸지만 고학년 때 일기장들을 가지고 있다.

일기장은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 나의 모습, 감정들이 잘 나타나 있는 역사이다. 가끔 예전에 쓴 일기장을 읽으면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사회생활로 힘이 들 때 어린 시절의 동심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잊게 해준다.

학창 시절 이후 글을 많이 썼을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 보니 군인으로 있었을 때였다. 친구들, 가족들에게 손편지를 많이 보냈었다. 물론 부대에는 컴퓨터 등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페이스북 메시지, 전자메일 등을 보낼 수 있었고 전화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편지로 소통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했다. 손으로 쓰는 편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정성이 들어가 있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많이 애용했던 것 같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형식적인 편지를 쓴 기억만 있다. 편지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처음 편지를 쓸 때는 생각하는 시간도 쓰는 시간도 오래 걸렸었다. 편지를 쓰면서 글 쓰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 해지고 자연스러운 문장이 만들어지면서 쓰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다.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을 그때 편지를 쓰면서 느꼈다.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방법 중 하나는 책을 읽고 나서 쓰는 감상문이다. 학기 초 학생들에게 독서하고 난 뒤 감상문을 쓰는 것을 과제로 내준다. 아이들은 글을 써본 경험이 적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감상문 작성을 싫어하거나 책의 줄거리로만 내용을 채우곤 한다.

학생들이 작성한 독후감을 지속적으로 피드백해 주거나 모둠 친구들끼리 돌려 읽으면서 글 쓴 것에 대해 서로 피드백하도록 지도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줄거리만이 아니라 책과 관련된 자신의 느낀 점, 생각, 감명 깊은 글 등을 적으면서 독후감을 잘 쓰게 된다. 학년말이 되면 학생들은 자신이 처음 쓴 독후감과 최근에 쓴 것을 보고 변화된 글쓰기 실력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글쓰기는 학창 시절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할 때 등 평생 해야 한다.

초등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용 시험을 본다. 임용 시험 중에 글쓰기인 논술 시험이 있다. 바로 논술 글을 쓰지 않고 시험지를 보면서 지문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론에서 어떻게 흥미 유발을 할 것인지, 서론과 본론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할 것인지, 본론에서 해야 하는 주장이 무엇인지, 주장에 대한 근거의 적절성, 결론에서의 마무리 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주어진 시간에 글을 작성한다. 평상시 많이 읽고 많은 글쓰기를 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작성할 때 바로 쓰는 사람은 드물다. 만약 지금 쓰는 글이 연설문인 경우,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가 있어야 하고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에 언어도 존댓말을 사용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목적, 주제 등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학교 교육에서는 과정 중심 쓰기 모형을 적용해 학생들에게 글을 작성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과정 중심 쓰기 모형은 계획하기-생성하기-조직하기-표현하기-고쳐쓰기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계획하기 단계는 무엇에 대해서 글을 쓸지에 대해 생각을 하는 단계이다. 내용 생성하기 단계는 정해진 주제에 맞는 내용을 고민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브레인스토밍, 마인드 맵 등 내용과 관련된 글쓴이의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된다.

조직하기 단계에서는 내용 생성하기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글의 주제에 맞는 내용을 글의 구조(서론-본론-결론, 주장-근거, 원인과 결과 등)에 맞게 조직을 하는 것이다. 표현하기 단계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글쓰기로, 실제로 글을 작성하는 단계이다.

고쳐쓰기 단계는 글 쓴 내용을 타인에게 피드백 등을 받거나 본인 스스로 글을 계속해서 고쳐 쓰는 것이다. 고쳐쓰기 단계를 마지막에 제시했지만 고쳐쓰기 단계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고쳐쓰기 단계는 특정 단계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모든 과정에서 활용되어야 한다.

자신이 쓴 글을 수정해야 하기에 고쳐쓰기를 싫어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고쳐쓰기를 하면 할수록 글의 완성도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글쓰기를 할 때 고쳐쓰기를 일상화하고 적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을 쓸 때 문법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글쓰기에 있어서 문법은 중요하다. 글자 하나, 띄어쓰기 하나 등으로 인하여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있다. 전자의 경우 ‘방(Room)’에 들어가시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후자의 경우는 ‘가방(Bag)에 들어가신다’라고 하는 다소 해괴한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글을 작성할 때는 문법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문법이 다소 틀리더라도 우선은 생각한 대로 글을 쓸 필요가 있다. 글을 쓰고 난 뒤에 앞에서 말한 고쳐쓰기 단계에서 틀린 것이 있으면 수정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혹여 틀렸을 경우에도 심각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앞의 예시처럼 띄어쓰기를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후자의 경우로 해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글 쓴 사람이 띄어쓰기를 잘못하였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을 작성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도한 바를 표현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평소에 문법에도 관심을 가져서 틀리는 비중을 낮출 필요는 있다.

글은 머릿속에 있는 자기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말과 비슷하지만 글은 흔적이 남는다는 점에서 말과 다르기도 하다. 글을 쓸 때는 신중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말보다 어렵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다. 학생들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글쓰기를 즐겨할 수 있고 자신감 있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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