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자녀를 이해하는 대화 방법
[교육칼럼] 자녀를 이해하는 대화 방법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12.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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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집 근처에 조그마한 미니 서점부터 대형 서점까지 다양한 서점들이 있어 여유가 있을 때 서점을 가곤 한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으면 여행 관련 서적을, 자기 계발을 하고 싶으면 자기계발서를, 감정이 풍만해질 때는 시집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점에서 대화와 관련된 책들을 읽었다. 대화는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는 생활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며 몰랐던 새로운 정보 등을 알 수 있다.

어느덧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보통 겨울방학이면 학생들은 해외여행, 스키장, 눈썰매장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곤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00명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에는 이런 체험을 경험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학생들에게 ‘방학 때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해 물어봐도 학생들은 “집에 있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많이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활동보다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면서 부모님과 자녀들이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 방법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님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자녀와의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자녀가 현재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자녀와의 대화는 자녀의 학교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에서의 대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월리스 체이프(Wallace Chafe) 교수의 레오나와 민디 이야기이다.

레오나는 말을 잘하고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을 하는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다. 레오나가 말을 잘하기에 학교에 잘 적응할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결과는 정반대이다. 레오나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대화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대화 방식과 이질적이기에 학교에 적응을 잘하지 못했다.

한편 민디는 언어를 평범하게 사용하며 질문식 대화를 하는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다. 민디는 가정에서 하는 질문식 대화와 학교에서 하는 대화 방식이 비슷하기에 학교에 적응을 잘했다.

민디를 통해 체이프 교수는 학교 적응과 가정에서의 대화 방법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동의 언어 발달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에서의 공통점은 가정에서의 언어적 상호 작용이 아동이 학교에서 성공할 기회를 높여준다는 점이다.

자녀와의 대화는 단순히 소통의 중요성만이 아니라 학교생활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화 소통 방식을 알아보고, 이를 가정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사는 학생들과 대화를 할 때 발산적(생각을 물어보는)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발산적 대화란 답이 정해진 수렴적 대화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등을 사용하며 학생의 사고를 촉진하는 대화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고, 대상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 가정에서 발산적 대화를 하는 것은 어렵다. 계속해서 자녀들이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봐야 하는데 부모도 그런 대화법에 익숙하지 않고, 생각을 물어보기보다는 가장의 의견에 따르는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문화의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산적 대화를 가정에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발산적 대화를 많이 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의사소통하는 방식과 비슷하기에 학교에 적응을 잘할 가능성이 크다.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대화할 때 같은 말을 반복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일반 성인들의 대화는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물어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정반대이다.

학부모 참관 수업 등에서 학생이 반복하여 질문하는 모습을 본 학부모님들은 자녀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을 하곤 한다. 하지만 자녀의 집중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필자도 처음 교사가 됐을 때 위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분명히 학생들에게 개념을 제대로 설명했고 확인 질문을 하여 학생들의 이해도를 확인했음에도 학생들이 반복해서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개념 설명, 개념 확인, 재확인 등을 했는데 학생들이 왜 계속 같은 내용을 질문하는지 진지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 어려워서 실제로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학생들은 정말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교사가 의도한 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본다는 것이었다.

자녀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녀와 대화를 할 경우, 자녀는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물어볼 가능성이 높다.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나?’라고 생각해 화를 내기보다는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여 친절하게 여러 번 말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교사는 학생들에게 천천히 말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저학년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말을 할 때 더 천천히 한다. 이처럼 자녀들과 대화를 할 때 말을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어른들의 대화처럼 빨리 말하면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아직 성장하는 시기이기에 어른의 대화 인식 속도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에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대학교 2학년 2학기 교생 실습 때 한 수업 영상을 보았다. 지금의 모습하고 비교를 해보니 비슷한 모습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바로 말하는 속도였다. 지금 수업할 때의 속도와 비교를 해보면 실습 때 말하는 속도가 확연히 빨랐다. 이때는 처음 맡은 수업인데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지도하려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가정에서 자녀와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초등학생 자녀와 대화를 할 때 일반 성인들과 대화하는 속도로 말을 한다면 아이가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녀와 대화를 할 때는 천천히 말을 하여 부모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자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학은 학기 중 열심히 공부해온 학생들에게 있어서 재충전의 시간이다. 이와 동시에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여 학업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학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의 대화 방식도 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가정에서의 대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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