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TV는 든든” LG전자, 애플과 함께 전장 도약?
“가전-TV는 든든” LG전자, 애플과 함께 전장 도약?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7.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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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 코로나 확산 이슈 등에도 H&A·HE 실적 선방
마그나·애플과 접점 넓힌다..."전장 턴어라운드 기대"
파리 생제르맹 거리에 문을 연 LG OLED TV 갤러리 스토어 (사진=LG전자 제공)
파리 생제르맹 거리에 문을 연 LG OLED TV 갤러리 스토어 (사진=LG전자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아쉬움도 남았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이 나오자 증권가는 대체로 이렇게 정리하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지난 7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해 2분기 영업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LG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 매출액은 17조1101억원, 영업이익은 1조1128억원이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4%, 65.5%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으로 지난 2009년 2분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전자 관계자는 “MC사업부문(휴대폰 사업)의 생산과 판매를 종료하면서 2분기부터 중단영업손익으로 분류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우선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 외부 환경 문제였다. 신흥국에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찾아왔고, 원자재·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류비 부담, 자동차 관련 반도체 수급 이슈 등도 실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LG전자는 가전과 TV를 통해 2분기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TV 사업부인 HE는 2분기 3302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눈에 띄게 증가세를 보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HE 사업부는 패널 가격 상승과 미니 LED TV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부담에도 OLED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기대 이상의 수익성을 실현했다”고 분석했다.

가전 사업부인 H&A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도 봉쇄 영향으로 직전 분기와 비교해 29.6%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와 레진, 철강 등 원재료 비용 상승 부담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했지만, 원가 상승과 제품가 인상 사이의 시차로 그 효과가 반영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H&A 부문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는 3.1%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가전은 프리미엄과 렌탈 가전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신성장 가전의 해외 확판, 북미와 유럽 내 입지 강화를 바탕으로 매출 호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사진=LG전자 제공)
(사진=LG전자 제공)

증권가는 전체적으로 프리미엄 가전과 TV 수요가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기에 LG전자의 하반기 실적도 크게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금 견조한 가전 사업에서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과 OLED 확판으로 세트의 ASP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소비 수요는 코로나 환경에서의 역기저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코로나 회복기에는 경쟁 강도의 정상화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트 기업의 주요 변수인 IT 수요와 비용을 언급하면서 지금 상황에서 견조한 사업이 하반기에 확실히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어 “현재 견조한 가전이 아닌 신성장 동력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며 “향후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모멘텀은 VS(전장)의 매출 성장과 손익 개선이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LG전자의 전장 사업부인 V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별개로 턴어라운드 예상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상황이다.

우선 마그나와의 합작법인(JV)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이 지난 1일 출범했다. 애플카 위탁생산(OEM) 유치에 적극적인 마그나와 설립한 JV라는 점에서 향후 LG전자의 전장부품 수주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OLED TV 판매량 증가와 더불어 VS 사업부의 흑자전환 여부와 이파워트레인 출범 후 활발한 수주 활동”이라고 짚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올해 4분기 VS 사업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상한다”며 “엘지 마그나 합작법인 출범과 더불와 향후 전장부품의 수주 증가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애플 제공)
(사진=애플 제공)

마그나를 통한 간접 접촉 외에도, LG전자가 애플과 직접 가까운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일 애플은 북미 시장에서 LG스마트폰에 대한 보상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국시장에서도 LG폰을 아이폰으로 교체하면 중고가격에 보상금을 15만원 추가 지급한다고 전했다. 애플이 타사 스마트폰에 대한 보상판매를 진행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북미와 한국시장에서 LG폰의 점유율(3분기 기준 북미 15%, 한국 10%)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지만, LG전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이미 MC사업부에서는 손을 뗐기 때문이다.

오히려 LG전자는 자사 유통망(LG베스트샵)을 이용해 애플 모바일 제품 판매를 검토하는 등 애플 고객 유인을 통해 자사 제품 판매의 시너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LG그룹 임직원몰에서는 애플 제품 기획전도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애플과의 관계는 더 넓은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와 애플은 단순한 모바일 제품 판매를 넘어 차세대 미래 제품인 메타버스 XR 기기(VR 헤드셋) 및 전기 자율주행차인 애플카까지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오는 2022년부터 삼성이 독점 공급하던 아이폰용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기술이 적용된 OLED 패널과 아이패드용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타버스와 함께 주목받는 XR 기기 핵심 부품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LG전자는 하반기에도 TV 등 전통적인 강세 부문의 수익을 이어나가면서 전장 부문 등 새로운 신성장 산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가전과 TV의 견조한 수익을 발판 삼아 새로운 분야에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투자자들은 하반기 모멘텀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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