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코로나 시대의 사이버 학교폭력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코로나 시대의 사이버 학교폭력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12.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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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 날이 많았다. 최근 학교폭력 실태를 보면 폭행, 협박, 강요와 같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유형의 학교폭력 비중은 낮아지고, 사이버 학교폭력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 폭력은 속칭 사이버모욕, 사이버명예훼손, 사이버성희롱, 사이버스토킹, 사이버음란물 유통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특정인에 대해 모욕적 언사나 욕설 등을 인터넷 게시판, 채팅, 카페 등에 올리는 행위, 특정인에 대한 허위 글이나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사실을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 공개하는 행위가 사이버 폭력에 포함된다.

또한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위협하는 내용, 조롱하는 글, 그림, 동영상 등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포하는 행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 음향, 영상 등을 휴대폰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내는 행위 역시 사이버 폭력에 해당한다.

최근 사이버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 있었다.

남자 고등학생인 A는 친구 2명과 페이스북 대화방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매기고, 성적인 표현이 기재된 사진을 본 후 “성적 취향을 받아주면 결혼해”라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대화에서 이름이 거론된 한 여학생이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빌려 사용하던 태블릿PC에서 A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저장돼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계정에 로그인해 대화 내용을 보게 되었고, 그 여학생은 함께 이름이 언급된 친구에게 대화 내용을 알리고 학교에도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A와 남학생들이 나눈 대화가 사이버성폭력 등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출석정지 등의 조치를 의결했고, 이에 학교장은 A에게 해당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는 “메신저 대화 내용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결론부터 밝히면 법원은 A의 손을 들어 주었다. 즉 A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성적 취향을 받아주면 여학생과 결혼하라’는 말을 한 것이 학교폭력예방법에 명시된 위법 행위에 준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대화가 A와 다른 남학생 2명만 있는 대화창에서 이루어졌고, 대화창에 참여한 인원이 3명에 불과해 한 학급의 남학생 구성원 전체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 대화창에서 같은 내용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 등과는 발언의 영향력, 그와 같은 발언이 피해 학생에게 전달될 가능성 등에서 심각성의 정도를 달리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법원은 “여학생이 A의 계정에 임의로 로그인함으로써 대화 내용이 알려지게 된 것이어서 A와 대화자들이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화 내용의 전달범위를 벗어난 점, 대화가 이루어진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이며, 명예훼손·성폭력에 해당하거나 음란정보와 같은 심각한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A와 다른 남학생 2명만 있는 대화창이라는 점 및 여학생이 A의 계정에 임의로 로그인 후 대화 내용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관계 등으로 인해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대화창에 참여자가 더 많았다거나 대화 내용이 전달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었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할 여지도 있었던 사건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해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도 포괄하여 학교폭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학생 보호 및 교육 측면에서 학교폭력을 인정함에 있어서 형법상 범죄와 동일하게 엄격한 판단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도 학교폭력에는 해당할 수 있다.

법원 역시 “학교폭력은 폭행, 명예훼손‧모욕 등에 한정되지 않고 이와 유사한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라도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대화를 하는 것은 학교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친한 친구들과의 채팅이나 SNS를 통해서 무심코 장난으로 한 말이나 대화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이버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피해 학생은 사이버 폭력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기 전에 인터넷의 게시판이나 카페 등에서 공개적인 비방 및 욕설의 내용은 그 자체로 저장하는 등 모든 자료는 증거 확보를 위해 저장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고,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사이버 폭력의 특성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폭행, 협박과 같은 물리적 유형의 학교폭력보다 그 피해가 심각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피해 학생은 상담교사나 상담센터와 연계하여 상담을 받고, 심리적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사이버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할 여지도 증가하는 만큼 우리 학생들이 가해 또는 피해 학생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학교와 부모님의 지도와 관심이 필요하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現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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