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학교폭력과 왕따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학교폭력과 왕따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3.0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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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왕따란 두 사람 이상이 집단을 이루어 특정인을 소외시켜 반복적으로 인격적인 무시를 하거나 음해하는 언어적·신체적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왕따’라는 말은 원래 은어였지만 지금은 학교와 직장, 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 되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따돌림’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면서 “‘따돌림’이란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여러 학생이 한 학생을 놀리거나 빈정거리는 행위, 면박을 주거나 겁주는 행동이 모두 ‘왕따’ 또는 ‘따돌림’에 해당한다. 피해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따돌림의 특징

따돌림은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이버 따돌림의 경우 사이버 공간 안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가해행위나 피해사실이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따돌림을 당한 피해학생이 피해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창피해 한다거나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가해학생은 따돌림을 학교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해 자신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따돌림을 한 가해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따돌림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가해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학교 내 왕따’ 위자료 인정한 사건

따돌림에 노출된 피해학생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피해학생은 정신적 피해를 심하게 입어 학교에 나오지 못하거나, 우울증 및 적응장애 등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 판례 사안 중 ‘학교 내 왕따’를 당한 피해학생 측에 위자료의 지급을 인정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피해학생은 거주지인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을 했고, 이에 유가족이 가해 학생과 그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을 괴롭혀 피해학생이 학교 내 왕따라는 소문이 나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고 보아, 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했다.

친한 친구끼리 어울리는 것도 따돌림일까?

따돌림은 물리적·언어적 폭력과 같은 다른 유형의 괴롭힘과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물리적·언어적 폭력과 같은 다른 유형의 괴롭힘과 함께 따돌림이 있었던 경우라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유형의 괴롭힘은 없이 단지 친한 학생들끼리만 어울린 행위를 특정 학생에 대한 따돌림으로 보아 학교폭력이라고 보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보면, 가해학생들은 그저 피해학생과는 친하지 않아서 친한 학생들끼리 어울렸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러 피해학생을 따돌리려 한 것이 아니라 친한 학생들끼리 어울린 것을 따돌림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유형의 괴롭힘을 수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폭력예방법상 ‘따돌림’으로 보아야 할지 애매한 사례들이 있다. 같은 반 친구를 따돌렸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학교의 판단과 서면사과 처분을 받은 학생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사례가 최근에 있었다.

소송을 통해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사례

A와 B는 같은 반 학생인데, B는 A를 포함한 여러 명이 자신을 따돌리는 말과 행동을 했다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A의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상 따돌림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에게 서면사과 처분을 내렸다. 이에 A학생은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과정에서 통학용 승합차 안에서 친구에게 “B양과 같이 다니지 않겠다”는 말을 한 적은 있지만, B를 따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A는 “고의로 친구를 집단 따돌림 한 게 아니어서 학교 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A는 위 소송에서 승소해 학교가 A에게 내린 처분은 취소됐다. 법원은 학교의 판단과 달리 A의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상 따돌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따돌림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A의 행위를 고의성이 짙은 따돌림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법원은 “A와 B는 평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주 어울리는 관계였다가 서로 어울리기 불편해진 것으로 보인다. A가 통학용 승합차에서 한 발언은 제삼자에게 B에 대한 태도를 밝힌 것에 불과하고 인격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교폭력은 학생 보호 및 교육 측면에서 다루어지므로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도 포괄하여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의 범위를 너무 넓히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따돌림과 친한 학생들끼리 어울리는 것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으므로 학교폭력예방법상 ‘따돌림’에 해당한다는 결정에는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現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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