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도입촉구’·의료계 ‘일방 정책’…출생통보제 추후 향방은?
시민사회 ‘도입촉구’·의료계 ‘일방 정책’…출생통보제 추후 향방은?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3.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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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단체 21곳, 출생통보제 우선확립 성명 나서
산부인과의사회 강력 반발…“의료기관으로 국가책임 돌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시민사회가 아동 출생 미신고에 따른 학대 사례를 언급하며 출생통보제 우선 확립 의견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향후 의료계(산부인과) 및 정부 각각의 입장 추이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출생통보제 우선 확립”…시민사회 한 목소리

지난 2월 19일, 총 21곳 아동권리옹호단체의 입장이 담긴 성명서가 발표됐다. 주 내용은 정부의 출생통보제 도입 우선 확립 촉구였다.

굿네이버스·세이브더칠드런·월드비전·유니세프한국위원회·홀트아동복지회 등은 지난해 정부가 약속한 출생통보제 및 보호출산제 도입 진행이 주춤한 사이, 인권유린아동의 삶은 계속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각 단체들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최초 실시한 ‘만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이하 전수조사)’ 결과를 예로 들며, 관계부처 간 협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지적했다.

조사는 국내 거주 중인 만3세 아동 총 2만 908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다. 그리고 그 결과 총 4명의 아동에게서 학대 사례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 중 3명은 모두 방임에 해당하는 사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 관리 조치가 취해졌으며, 나머지 1명인 원주 소재 아동은 학대 정황이 의심돼 피해 여부 수사가 진행된 바 있다.

◇ 학대 피해 3남매, 방임 끝에 숨진 두 아이

이 중 원주 아동 가정은 아동이 보호자에 의해 얼마든지 고의 은폐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번 전수조사 대상이었던 원주 아동은 삼남매 중 첫째 자녀였는데, 확인 결과 둘째·셋째 자녀 모두 부모의 방임 끝에 사망에 이르렀으며 그 시신까지 유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셋째는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유령 아동’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 아동권리단체들은 “아동의 등록될 권리 보장은 모든 존재의 존엄한 삶을 위한 시작 단계”라며 “모든 아동들은 공적 시스템에 기반해 국가와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공적 시스템의 구축 없는 아동 전수조사는 상시적인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 “민간기관이 개인정보 수집?” 취지는 좋지만 글쎄...

반면 이 같은 출생통보제 도입과 관련해 산부인과 의사들은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어찌보면 의료계의 반발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나 다름없다. 모든 초점이 출생신고 의무 확대에만 집중돼, 의료계와의 사회적 합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출생통보제 자체가 아동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좋은 취지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그 결과를 위한 과정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출생통보제 시행 현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는 일부 산부인과 병원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중”이라고 답한 김 회장은 “해당 병원들의 경우 정부 지침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산부인과계가 출생통보제 도입을 걱정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민간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에 따른 비전문성’이다.

김 회장은 “출생신고를 하려면 부모의 국적·나이 및 신생아의 이름 등 개인정보 수집이 필요한데, 미혼모의 경우 정보의 제공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혹여 정보를 알려준다 해도 병원은 해당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검증할 방법 또한 없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병원은 국가의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이 아니라는 호소이기도 했다.

이어 “불법체류자 또는 무국적자의 경우, 병원에서 아이 낳기를 꺼려하게 돼 결국 이들의 출산 현상이 음성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특히 김 회장은 “출생신고 업무는 사실상 기존의 행정기관에서도 실수가 발생해 왔다”며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민간기관에 국가업무를 떠넘기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아쉬워 했다.

현재 산부인과계는 일방적 통보가 아닌 충분한 협의와 절충안이 수반돼야 실효성있는 출생등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돼야 합니다”

현재 시민사회가 원하는 출생등록제도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모든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 ▲병원 내 출생통보 의무화 ▲아동의 지위와 관계 없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시행(무국적 아동 포함)

이와 관련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실제로 해외 일부 국가의 경우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의료기관이 부모보다 먼저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지역에 따라 출생 후 5~10일 이내에 출생 사실을 등록해야 한다.

영국은 아이가 태어난 직후 정보등록 및 의료보장(NHS)번호를 발급하고 있다. 부모에 의한 출생신고는 42일 안에 별도로 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 각각 1주일 이내에 출생등록을 마쳐야 한다.

결국 ‘보편적 출생등록’이란, 현존하는 모든 국가가 지켜야할 세계적인 약속인 것이다.

'보편적 출생등록' 관련 해외 적용 사례(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편적 출생등록' 관련 해외 적용 사례(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시민사회·의료계 외침, 돌아오는 것은 아직 침묵

법무부는 지난 2019년 4월, 출생통보제 등록을 위한 논의를 위해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관련 입법안 또한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관련 부서에 연락도 취했지만 연결은 불가했다. 다만 한 가지, 제도의 실현 및 소통의 속도가 자꾸 더뎌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듯 했다. 시민사회·의료계 모두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침묵 중이다.

아동은 선택적 존재가 아닌 당연히 보호해야 하는 의무 대상이다. 따라서 학대 등의 피해로부터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 자체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

이에 따라 지금은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와 사회적 합의, 더 나아가 실효성있는 대책이 절실한 무척 중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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