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생명안전법안 국회 방치…정쟁에 발목 잡혀
어린이생명안전법안 국회 방치…정쟁에 발목 잡혀
  • 서주원 기자
  • 승인 2019.11.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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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해인이법’·‘하준이법’·‘태호·유찬이법’·‘한음이법’ 뒷전
‘스쿨존 사망사고 가해자 가중처벌’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 계류

[베이비타임즈=서주원 기자] 교통안전사고를 당한 어린이들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 등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이 여야 정쟁에 밀려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20대 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여야가 첨예한 갈등을 만들면서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안전법안들은 여야 이견이 없는 ‘비쟁점 법안’임에도 짧게는 두 달, 길게는 3년 넘게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가까스로 상임위 문턱을 넘은 ‘민식이법’을 비롯해 ‘해인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이 먼지에 묻힌 채 계류 중이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민식이법’이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됐으나 다른 어린이안전법안들은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사고 방지를 위한 법안 통과를 당부했지만 여전히 많은 어린이 안전법안들이 여야 정쟁에 밀려 처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스쿨존 안전 강화 ‘민식이법’ 법안심사소위 통과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21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른바 민식이법을 의결했다.

법안은 또 해당 지자체장이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안전표지 등을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지난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김민식(9) 군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한 달 뒤인 10월 11일 이른바 ‘민식이법’을 대표 발의했고, 이날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전체회의로 넘겨졌다.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민식이법’은 의결 과정에서 기존 제출법안에 있던 ‘예산의 범위’라는 표현이 삭제돼 스쿨존 내 어린이 보호시설 설치에 대한 ‘예산’ 장벽도 없어졌다.

‘민식이법’으로 묶인 법안 중 하나인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스쿨존 교통 사망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토록 강화하는 내용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경우 가해자를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음주운전, 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이 원인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님을 만난 뒤 국회와 청와대 참모진, 관련 부처에 ‘민식이법’ 처리를 주문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키로 하면서 ‘민식이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많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참모진 및 관련부처에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지시해 ‘민식이법’ 입법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과 정부도 26일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해 예산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민식이법이 지난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멈출 수 없다”며 “교통안전 법안 처리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식 군의 아버지가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해당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청원은 27일 오전 0시 현재 37만여명이 동의해 정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겼다.

어린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어린이 통학안전을 위한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결의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강훈식 의원실)
어린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어린이 통학안전을 위한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결의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강훈식 의원실)

◇ 어린이 안전 관련법 20대 국회 폐기 위기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26일 당정협의에서 “민식이법, 하준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안타깝게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며 “당정은 사고로부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계류 법안을 신속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인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은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상임위 논의를 거치지 못해 폐기될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면서 소위가 열리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해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해인이법’은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어린이가 응급상황에 처하거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경우 응급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어린이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 ‘어린이안전기본법’ 제정안이다. 2016년 4월 경기 용인에서 차 사고를 당한 뒤 응급조치가 늦는 바람에 숨진 이해인 어린이와 같은 사건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하준이법’은 주차장 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2017년 10월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세워둔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숨진 하준이 사건를 계기로 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발의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의 ‘제2하준이법’과 함께 국회 계류 상태다.

하준이법 중 하나인 주차장법일부개정안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를 남겨두고 있지만 처벌 수위를 놓고 여야가 다시 이견을 보이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통학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민주당 표창원·자유한국당 윤상현·정의당 이정미·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 여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한음이법’은 특수학교 차량에 방치돼 어린이가 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6년 7월 특수학교 차량에 어린이가 방치돼 숨진 것을 계기로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한편,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첫 질문자로 나서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며 입법을 호소했다.

민식 군처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이 만들어진 피해 부모들은 21일 행안위 법안소위 회의장 앞에 모여 ‘모든 아이들에게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이 필요하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신속한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2016년 4월 경기 용인에서 차 사고를 당한 뒤 응급조치가 늦는 바람에 숨진 고(故) 이해인 어린이의 부모 이은철·고은미씨는 “3년 7개월을 기다렸다. 관심을 기울여 달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로 아들 태호를 잃은 김장회·이소현씨도 “오늘 민식이법만 10분 만에 수정안으로 (통과됐는데) 하나라도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저희는 21만명 청원을 받아 청와대의 답변도 받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된 게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26일 열린 당정협의 회의장에도 들어와 어린이안전법 통과 촉구서를 전달하는 등 법안 처리를 읍소했다.

이날 회의에는 2016년 4월 경기 용인에서 차 사고를 당한 뒤 응급조치가 늦는 바람에 숨진 이해인 어린이의 부모,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로 아들 태호를 잃은 부모 등이 참석해 ‘해인이법’과 ‘태호·유찬이법’ 등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민식이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법안들이 길게는 3년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소위에서 논의가 안 되고 있다”며 “사고가 일어나면 여론의 눈치를 잠깐 보고 법안 발의까지는 하지만 그다음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못해 여러 가지 소위에서 밀리는 일들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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