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자살의 경우 산재 인정 기준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자살의 경우 산재 인정 기준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7.0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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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자살 ‘경고신호(warning sign)’란, 자살사망자가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자살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를 의미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보건센터의 ‘2017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경고신호는 언어적·행동적·정서적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심리부검센터 ‘2017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나타난 자살경고신호(warning sign)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한다.

•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한다.

• 자기비하적인 말을 한다.

• 평소보다 너무 많이 자거나 너무 적게 잔다.

• 다이어트를 하거나 신체적 질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체중이 감소하거나 증가한다.

• 집중력 저하 및 사소한 일에 대한 결정의 어려움으로 인한 수행 저하가 발생한다.

• 평소보다 화를 잘 내거나 짜증을 낸다. 멍한 모습을 보인다.

• 평소에 기쁨을 느끼던 활동을 더 이상 즐기지 않거나 타인과의 관계를 피한다.

과거,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됐다.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 산재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자살은 본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비극일 뿐 아니라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큰 슬픔과 어려움을 초래하며 사회 전체에도 매우 큰 손실이다. 따라서 자살자 및 자살 시도자, 우울증 환자를 감소시키고 자살에 내몰린 사람에 대한 사회안전망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혹시라도 회사나 주변에 위와 같은 자살 ‘경고신호(warning sign)’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관심 있게 지켜보고, 도움을 주시기를 바란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자살은 ‘고의·자해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업무상의 원인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일 경우 업무상재해로 인정된다.

여기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란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 등 업무상 원인으로 인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발병하거나 악화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를 의미한다.

그러면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나 되어야 자살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판례는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여야 업무와 자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예전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한편 업무상 원인으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발병 또는 악화된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간명한 방법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부터 진단 및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기재된 의무기록을 제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살한 사람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는 경우, 산재 신청을 하면 “정신질환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여 업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 그 기록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경우 의무기록 이외의 자료(생전에 남긴 수첩 등의 기록, 동료근로자와 유가족의 진술 등)를 통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음을 입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도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자살한 사람이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어 정신질환이 있었다는 입증이 없다 하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자살 무렵 망인의 정신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면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이 극복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예방해야 하는 문제이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만드는 등 자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에 관하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대법원도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자살 직전에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도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해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예전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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