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2020년 말까지 법 개정해야
낙태죄 ‘헌법불합치’…2020년 말까지 법 개정해야
  • 이성교 기자
  • 승인 2019.04.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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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임신초기 낙태 금지 위헌, 임산부 자기결정권 침해”
재판관 7대 2 의견 ‘헌법불합치’…66년만에 법 개정 결정

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재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재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헌법재판관.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헌법재판소는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한 결정을 내놨다.

현행 ‘낙태죄’ 조항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과 특수상황에서의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모자보건법의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1953년 제정된 낙태죄 규정이 66년 만에 임신 후 일정기간 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개정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현법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동의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태아의 발달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이어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처를 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태아의 생명권이 무조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게 아니라 임신 기간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임신 후 얼마가 지났는지에 따라 태아의 생명권 보호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로, 2012년 합헌 결정 당시 위헌을 주장한 소수의견에서도 비슷한 견해가 제시된 바 있다.

헌재는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A씨는 물론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에 따른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2년 헌재의 합헌결정 이후 기소돼 형사처벌된 사람들의 재심청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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