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임신초기 낙태금지 ‘위헌’…66년만에 낙태죄 폐지
헌재, 임신초기 낙태금지 ‘위헌’…66년만에 낙태죄 폐지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4.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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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낙태죄·동의낙태죄, 헌법불일치 결정
“임신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하는 위헌”
(사진출처=JTBC 뉴스 캡처)
(사진출처=JTBC 뉴스 캡처)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헌법재판소가 임신초기 낙태처벌을 담은 형법의 조항이 ‘헌법불합치’라고 판결 내렸다. 법 제정 66년만에 낙태죄가 폐지된 것이다.

11일 오후 헌법재판소는 헌재 대심판정에서 형법 269조 1항 ‘자기낙태죄’와 270조 1항 ‘의사(동의)낙태죄’에 대한 위헌소원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은 단순위헌, 2명은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하되, 즉시 무효화를 시행할 경우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법 개정 시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킨다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1953년 제정 이후 66년동안 존속돼온 낙태죄 처벌 조항은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난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임신중절 시술을 69차례 실시, 의료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A씨에게서 비롯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지난 2017년 2월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형법이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건강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헌재 심판 과정에서의 주요 쟁점은 무엇보다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의사(동의)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실시하게 되는 것이므로 위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법불일치 판정을 받은 낙태죄 규정은 2020년 12월31일까지 관련 법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와 관련해 재판관 8명이 참여한 결정에서 4대4 합헌을 선고한 바 있다. 위헌 선언이 가능한 정족수 6명에서 2명이 부족한 결과였다.

당시 합헌 의견을 냈던 재판관들은 독자적 생존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별개의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 의견을 냈던 재판관들은 임신 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시기의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일정 시점’이란 태아가 고통을 느끼는 신경생리학적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임신 초기(1~12주)를 가리킨다.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공소 기각에 따른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헌재 합헌 결정 이후 기소돼 형사처벌된 사람들의 재심 청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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