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유치원’ 지적사항 내용별로 살펴보니(상) - 서울지역
‘비리 유치원’ 지적사항 내용별로 살펴보니(상) - 서울지역
  • 김철훈 기자
  • 승인 2018.10.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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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박용진 의원 공개 서울지역 38개 유치원 197건 지적사항 내용 분석
예산목적외 사용,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편성 등 회계비리 이외 사례도 많아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않는 현행 제도탓...현실 맞는 회계시스템 필요”
10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게 저지를 받고 있는 모습.(사진=베이비타임즈DB)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사진=베이비타임즈DB)

[베이비타임즈=김철훈 기자]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4년 이후 유치원 감사보고서를 언론을 통해 공개, 전국 1146개 유치원의 실명과 4418건의 처분 내용이 일반에 공개됐다. 공개된 유치원 중 95%인 1085곳이 사립유치원이었고 나머지 61곳이 공립유치원이었다. 

 
유치원생 학부모와 국민들은 이 1146개 유치원을 '비리 유치원'으로 이해하고 분노를 표출했다. 국민들은 이 보고서가 전수조사 결과가 아니라는 데에 더 큰 충격을 받았고 이 기회에 유치원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을 대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립유치원은 비리집단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유총은 공개된 감사결과를 살펴봐도 유치원에 내려진 행정처분 4418건 중 96%에 달하는 4252건이 현지조치·주의·시정·경고·개선·통보 등 지도·계도처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진짜 ‘비리 유치원’은 얼마나 되고 ‘억울한 유치원’은 얼마나 될까.
 
본지는 박 의원이 공개한 유치원 중 서울지역 유치원 38곳의 전체 처분 197건에 대해 지적사항 내용과 처분수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예산 및 회계에 관한 지적사항이 과반수를 차지했고 그 중 ‘예산목적 외 사용’,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편성’ 등 불투명한 회계관리 사례를 비롯해 ‘교원 수당 과다 수령’ 등 비리라고 해도 반박하기 어려운 지적사항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한유총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과 국가세금이 혼재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설립자는 자신의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해 공공교육을 수행하는데 현행 법제도는 설립자의 사유재산을 인정해 주지 않고, 이에 맞는 회계시스템도 없다. 이번에 공개된 지적사항의 대부분은 비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서울지역 38개 유치원 197건 처분...예산 및 회계관련 지적이 과반수 
 
본지는 박 의원에 의해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교육청 3개 특정감사 결과보고서, 즉 2015년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사립유치원 12곳), 2016년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사립유치원 5곳, 공립유치원 1곳), 2017년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사립유치원 21곳)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총 38개 유치원(중복 1곳)의 지적사항 197건이 대상이다. 각 유치원 당 많게는 11건, 적게는 2건의 지적을 받았으며 한 유치원 당 평균 5.2건의 지적을 받았다.
 
아래에서는 197개 지적사항을 편의상 ‘예산 및 회계관련 지적사항’과 ‘운영 등 그 밖의 지적사항’으로 나누어 살펴봤다.
 
회계관련 지적사항으로는 '회계관련 증빙서류 보관·관리 소홀'이 27건으로 가장 많았다. 명단이 공개된 38개 유치원 중 2/3가 각종 청구서, 견적서, 세금계산서, 납세증명서, 세금계산서합계표 등 회계관련 증빙서류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거나 세무서에 제출하지 않아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 중 단순한 관리소홀이나 세무서 미제출은 국세청 과세자료 통보 처분에 그쳤으나(12건), 장부 일체를 아예 작성하지 않거나 누락 정도가 심해 지출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감사기간까지도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등은 주의(3건)나 경고(12건)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 예결산서 제출기한을 준수하지 않아 주의 처분을 받은 곳도 있었다(2건).
 
설립자 또는 원장이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혐의로 중징계 처분을 받고 사법기관에 고발된 경우는 총 4건이었다. 이들은 유치원회계에서 각종 명목으로 자신의 개인 자택 공과금, 승용차 렌트비, 자동차세 등을 지출했다. 
 
'예산목적 외 사용'으로 지적받은 경우도 24건에 달했다. 예산목적 외 사용이란 세출 예산이 정한 목적 이외에 경비를 사용하거나 지출해선 안 된다는 원칙으로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제21조(예산목적 외 사용금지)에 규정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산목적 외 사용 사례가 만기환급형 보험 가입이다. 설립자 또는 원장이 보험을 계약하고 유치원회계에서 보험료를 납입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사립유치원 설립·경영자들이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제21조를 준수하지 않고 만기환급형 보험으로 변칙 적립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체 679개 사립유치원 전수조사 결과 약 40%의 유치원이 다양한 만기환급형보험에 가입해 변칙적으로 적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38개 유치원 분석 결과 총 14건의 보험가입 사례가 지적됐다. 원장 명의의 가입이 대부분이었으며 원장 배우자, 교직원 단체 보험가입도 있었다. 12곳이 경고 조치를 받았고 1곳은 주의, 그리고 감사 전 보험을 해지한 1곳은 통보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회계사고의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립유치원 보험관리기준'을 마련하여 소관부서인 유아교육과에 통보했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외에 '예산목적 외 사용' 사례로 10건이 있었다. 찜질방 이용, 홈쇼핑 자켓 구매, 차량유지비, 유류비, 교통범칙금, 유치원연합회 회비, 자선단체 후원금 등으로 사용됐다. 대부분 시정과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 다른 ‘예산 및 회계 관련 지적사항’으로는 세입세출예산 편성에서 '사유재산 공적이용료'를 편성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총 9건 지적됐다.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편성은 사립유치원측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설립자의 사유재산인 토지와 건물을 공교육에 사용하고 있고 재산세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익, 건물 감가상각비 등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 '사유재산 공적이용료'가 지급되도록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치원측 입장을 감안한 때문인지 이번에 지적된 총 9건은 모두 시정 조치만 받았다. 주로 설립자 보수나 유치원 건물 개보수(감가상각비)를 위한 목적으로 편성되었으며, 편성만 하고 집행은 안하거나 일부만 집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특정감사 보고서에서 "사립학교법 제31조(예산 및 결산의 제출) 조항에 인정되지 않는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예산 편성 및 집행이 다수 발견된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관할청의 별도 시정조치가 없어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 공적이용료를 인정한다고 오판할 수 있으므로 유아교육과에 이를 통보하여 관할청이 위반사항을 지도하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 회계 관련 지적사항으로는 ‘교원 수당 과다 수령’, ‘수익자부담 교육비 유치원회계 미편입’, 시설적립금 별도 적립‘, ’교원 4대보험 및 소득세 관리 소홀‘ 등이 있었다.
 
우선 원장, 교사 또는 관리직원의 수당을 과다 수령한 경우가 7건 있었다. 담임을 맡던 교사가 담임직을 그만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고하지 않아 담임수당을 계속 수령한 경우, 원장이 공무원 연봉보다 높은 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장 보수를 낮게 보고해 교원 처우개선비를 부당하게 수급한 경우 등이다. 이 중 5건이 주의를 받았고 2건이 시정 조치를 받았다.
 
수익자부담인 특성화교육비나 현장학습비 등을 유치원회계에 편입하지 않고 별도 계좌로 받거나 집행 후 잔액을 학부모에게 반환하지 않은 경우는 5건 있었다. 이는 경고(2건), 주의(2건), 시정(1건) 조치를 받았다.
또한 시설적립금 명목으로 개인 명의의 계좌나 기타 별도 계좌에 임의로 적립하는 경우도 7건 있었다. 적립만 하는 경우는 보전 또는 시정조치하고 일부 집행한 경우엔 경고 또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교직원과 조리사 등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4대보험 및 소득세를 원천징수 하지 않는 경우, 상여금을 소득에서 제외하는 경우, 퇴직금을 일반예금으로 적립하는 경우 등도 있었다(9건). 이는 주의(2건) 또는 시정(7건) 조치를 받았다.
 
이 외에 다양한 유형의 회계관련 지적사항이 있었다. 직책급업무추진비 1000만원을 설립자 부인에게 지급한 경우(1건, 경고), 유치원회계에서 물품구매대금을 지불한 후 추후 일부를 환불 받을 때 원장 부인 계좌로 돌려받은 경우(1건, 경고), 교육실습생 실습비를 유치원회계에 편입하지 않은 경우(1건, 주의), 통학차량 보혐료를 설립자의 다른 유치원회계에서 집행하는 경우(1건, 통보), 회계세입징수결의서를 원장의 결재를 안받고 행정이사 또는 설립자가 결재한 경우(2건, 주의) 등이 있었다.
 
이밖에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회계관리가 투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회계업무 미숙으로 징수내역을 누락하거나 개인 계좌로 수업료를 수납한 후 유치원 교비통장으로 이체하는 경우(1건, 경고), 졸업선물 공급업체가 금액을 할인해 주겠다고 하자 원장이 유치원 계좌를 기억하지 못해 개인계좌로 받았다가 200만원 가량 소액이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경우(1건, 경고), 청소근로자 급여를 근로자 요청으로 제3자에게 지급한 경우(1건, 경고), 식자재 대금을 식자재를 공급한 농장이 아닌 다른 조경업체에 지급한 경우(1건, 주의) 등도 있었다.
 
또한 교직원이 내는 소득세를 급여지급일에 유치원 금고에 현금 보관하다가 세금납부일에 납부하는 경우(2건 주의), 식자재비를 현금인출 한도액을 초과해 현금 집행한 경우(1건, 경고), 통학버스 기사 퇴직금을 설립자 통장으로 이체한 경우(1건, 경고), 자동차회사의 공급부족으로 통학차량 납품 전에 선금을 지급한 경우(2건, 경고) 등도 있었다.
 
총 197건의 지적사항 중 300만원 이상 회수, 환불, 보전, 반납, 세금납부 등 재정상 처분을 요구받은 건은 총 33건이었다.
 
운영 등 그밖의 지적사항, 무자격 공사업체와 공사계약 많아
 
‘운영 등 그밖의 지적사항’에 관해서는 ‘부적격 또는 무면허 공사업체와의 공사계약 체결’이 가장 많았다. 소방․전기공사를 하면서 소방공사업 및 전기공사업 면허가 아닌 실내건축공사업 면허업체에 공사를 의뢰하여 집행하거나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전문공사 면허가 없는 무등록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이 그 예다.
 
이는 총 14건이 지적됐으며 그 중 6건은 무면허업체에 대하여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발조치 됐다. 나머지 8건은 주의(3건) 또는 경고(5건)를 받았다.
 
이밖에 부적격 업체와 폐기물처리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자등록증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아 고발 조치된 경우도 있었다(2건).
 
부적절한 수의계약 체결로 지적받은 경우도 7건 있었다. 일정금액 이상의 공사나 재료비 구입은 일반경쟁에 부치거나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 견적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하나 특정 1인으로부터만 견적서를 제출받아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다. 6건이 경고를 받았고 1건이 주의를 받았다.
 
이 외에 운영 관련 지적사항으로는 ‘급식’ 관련 지적사항과  ‘유치원운영위원회’ 관련, 특성화교육활동‘ 관련 지적사항이 많았다.
 
급식 관련 지적은 ‘급식비 일괄 정액 징수’가 가장 많았다. 아동에게 급식비를 징수할 때는 실제 급식한 날만 계산해 징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매월 정해진 금액을 징수한 것이다. 이는 총 6건으로 시정(3건) 또는 주의(3건)를 받았다. 이외에 교직원에게는 급식비를 징수하지 않은 경우(3건)도 있었으며 시정 또는 주의를 받았다.
 
영양사를 채용하지 않거나 월1회 또는 연1~2회만 출근하도록 해 일괄결재하도록 하는 경우(3건)도 지적됐다. 이는 경고(1건) 또는 시정(2건) 조치를 받았다.
 
또한 급식운영일지를 작성하지 않거나 자체 위생점검표만 작성하는 경우, 식품위생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3건)도 있었으며 시정 또는 경고를 받았다.
 
이 외에 사소한 경우로는 행사장에서 참가인원을 잘못 추산해 우유 90개(43200원)를 과다 구매해 시정 조치를 받은 경우(1건)도 있었다. 반면 단체급식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무자격 식재료업체와 구매계약을 체결한 경우(2건)도 있었다. 1건은 고발조치 됐고 1건은 경고를 받았다.
 
‘유치원운영위원회’ 관련 지적은 총 6건으로 위원회 자문을 거치지 않거나(4건), 학교시설 안전관리에 대해 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경우(1건), 위원회 규정 개정을 소홀한 경우(1건) 등이다. 모두 시정조치를 받았다.
 
‘특성화과정’ 관련해서는 특성화과정 활동을 교육과정이라 보고하고 진행한 경우(2건, 주의 또는 경고), 특성화 프로그램 수요조사를 안 한 경우(1건, 시정), 출결 작성을 안 한 경우(1건, 시정), 유치원 정보공시에서 누락한 경우(1건, 시정) 등이 있었다.  
 
이밖에 원생의 출결입력을 부정확하게 해서 학비를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과다 수령한 곳도 있었으며(3곳) 모두 시정 조치를 받았다. 또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1건, 통보), 인사기록카드를 일부만 작성하는 경우(2건, 주의)도 있었다.
 
‘바깥놀이’ 시간을 60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축하거나 아예 하지 않은 경우(3건, 시정), 무인가 시설에서 야외 체험학습을 한 경우(1건, 경고), 놀이시설 안전수칙 표지판을 부착하지 않은 경우(1건, 시정) 등도 있었다.
 
시설물 관련해서는 옥탑증축 시정명령 불이행(1건, 주의), 관리실 용도 미준수(1건, 경고), 조리시설 변경사항 미인가(1건, 경고), 유치원시설 무단 용도변경(1건, 주의) 등이 있었다. 
 
‘통학버스’ 관련해서는 지입차량을 운행하고 경찰서에 통학차량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2건, 시정)가 있었으며 통학차량 운전자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은 경우(1건, 주의)도 있었다.
 
이밖에 신규교원 채용 시 공개채용하지 않은 경우(1건, 경고), 근로계약서에 권고사직 조항을 삽입한 경우(1건, 주의)도 있었다.
 
지적사항 분석 결과 사소한 실수로 인한 지적도 있었지만 명백히 비리라 할만한 지적사항도 많았으며 특히 절반 이상을 차지한 회계관련 지적사항의 상당수가 사유재산과 국가세금을 혼용해 유치원계좌와 개인계좌, 현금과 카드를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였다.
 
정부는 앞으로 모든 감사 결과를 전부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이것이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의 여론을 감안하면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한편으로 바람직해 보이기도 하다. 다만 공개 시 ‘비리 명단’이 아닌 ‘감사 결과 명단’임을 지금보다 좀 더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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