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러우면’이 아니라 ‘침묵하면’ 지는 거다
[특별기고] ‘부러우면’이 아니라 ‘침묵하면’ 지는 거다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4.2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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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

행복해지기 위해 버려야 할 습관으로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 남과 비교하는 습관은 삶의 다양성에서 나오는 재미가 없기 때문에 지양하라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 국가의 다수 국민에게 적용되는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있어 제도를 먼저 도입한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지향해야 할 덕목이다.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베리어프리 전시회(Barrier Free 2018)’를 다녀왔다. 그리고 한국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일부 모체가 된 일본 요양시설의 이모저모를 둘러봤다. 결과는 부러움 가득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사회복지분야 종사자 중 특히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는 감정노동과 근무 강도가 높은 반면, 급여수준이 낮아 기피하는 직종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요양보호사들이 고령화되고 있어 마치 노-노 케어 현장을 방불케 한다.

일본은 달랐다. 개호시설 종사자들은 중소기업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고 있었고, 근골격계 질환을 야기하는 개호 업무와 불필요한 잡무를 줄이기 위해 로봇화(다수 장비를 로봇이라 함)하고 있었다.

지난 2005년 개원한 의료법인사단 녹심회(Green Heartful Group) 산하 개호노인 보건시설은 우리나라 장기요양분야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줬다. 이곳의 시설장은 의사가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입소한 노인은 3개월마다 입원 연장심사를 받아 장기입원과 이에 따른 재정낭비를 예방하고 있다. 시설 재정수지는 연평균 7%~8% 흑자수준이다.

개호보험 수가 산정시 감가상각이 반영되어 있고 중소기업의 평균 잉여흑자율(2017년도 3~4%)의 잉여금을 반영해 3년마다 수가를 조정한다. 종사자의 근무기피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욕도우미로봇(약 4,000만원), 휠체어전환침대(약 1,000만원), 물개로봇(약 450만원), 어르신 이동감지장치(약 1,200만원) 등을 도입해 어르신의 낙상예방과 종사자 산재예방 등 서비스 안전수준을 높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한 건도 도입된 게 없다. 기술도 부족하다. 한국 요양시설의 급여비용에는 감가상각비가 포함하지 않은 채, 수가조정 기점을 손익 0%로 기준삼아 조정한다.

10년의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이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기본으로 하고 중소기업 정규직 수준의 임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장기요양의 재설정이 요구된다.

또 일본처럼 적정수준의 로봇이 도입될 수 있도록 국가는 장기계획을 수립해 기업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급여비용의 적정화를 통해 요양시설들이 장기요양 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령사회를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적정한 기술과 서비스가 연계될 때 일자리와 창업기회가 창출되는 등 소득주도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2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2년이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아야 할 어르신의 수가 86만명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분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요양보호사는 3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예측했다. 장기요양 서비스에 커다란 싱크홀이 예상된다.

장기요양 현장에서 종사자들은 노마드처럼 근무한다. 발전된 4차 산업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의 혜택이 전무한 현장에서 오로지 인체의 근력으로 일해야 하는 원시적 생태계는 진화할 때가 지났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제도는 열패감에 길들여진 우민(愚民)만을 양성할 뿐이다. 사람이 먼저다. /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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