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 탈피 저녁이 있는 삶 위한 ‘워라밸 인식’ 확산
일벌레 탈피 저녁이 있는 삶 위한 ‘워라밸 인식’ 확산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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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노동에 저출산·고령화·일자리 맞물려 ‘일생활 균형’ 적극 모색
국회정책포럼 3월초 발족, 일생활균형재단·기업도 참여 공감대 형성

 

▲ 사진=일생활균형재단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대한민국은 작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순위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빛나는 경제성장의 밑바닥에는 아직도 후진적인 ‘장시간 노동’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35개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긴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 최하위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같은 사회 전반의 장시간노동 행태로 노동자들은 개인적으로 일과후 생활(여가)의 부족에 따른 피로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일과 생활의 불균형에 따른 국민행복지수의 감퇴, 건전한 사회생산력의 침체 등을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 사회가 저출산 심화, 고령화 가속화, 일자리 창출 한계 등 국가적 난제에 직면하면서 장시간 노동의 ‘고질병’을 타파하기 위한 민관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가족·생활 균형 실현’ 대선공약에 맞춰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해 왔고, 정치권도 7년간 끌어오던 주간(7일 기준) 최대 52시간 제한 등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오는 7월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지난 3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생활균형 국회포럼 발족식 및 창립기념 세미나의 모습.

최근에는 지난 3월 7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정춘숙,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30여명으로 구성된 ‘일생활균형 및 일하는 방식 혁신을 위한 국회포럼’이 발족하며,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분위기 조성, 입법 준비 등 잰걸음을 하고 있다.

정춘숙 의원은 포럼 발족식에서 “저출산·고령화, 고용절벽, 제4차 산업혁명 등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해 국가 최우선의 과제로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흔히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 Work-Life Balance)로 불리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한 직장 내의 생산적인 문화 구축, 노동자 개인에게 일과 후의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 내수경기 진작, 가족유대 강화 및 결혼·출산·육아 진작 등 사회적 순기능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워라밸 트렌드는 노동 선진화를 이룬 외국에서 먼저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1970년대 후반 워라밸을 처음 사회적 문제로 제기한 영국에선 직장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골든 레저 타임시대’를 전망하고, 1979년 ‘일 공유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03년 ‘삶과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자’는 모토의 ‘워킹 패밀리즈(Working Families)’를 출범시켰다.

영국은 워킹 패밀리즈를 주축으로 맞벌이가정, 아이돌봄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직장내 유연근무제 확산 등을 적극 전개해 오고 있다.

일본의 워라밸 추진은 ‘직장인의 건강경영’에 초점을 맞춰 시작됐다.

직장 스트레스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의 노동문화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2000년부터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사업장 내 노동자 마음건강 만들기를 위한 방침’을 제시하고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에선 장기휴직에 따른 복직 불안으로 직장인의 우울증 발생과 휴직 반복을 예방하기 위해 휴직자 복직 적응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사진=일생활균형재단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의 근로기준법 시행, 정치권의 워라밸 정책모임 발족 등 공적 영역의 노력이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서 2010년 4월 재단법인 일생활균형재단 창립 및 연구소 설립 등 민간 영역의 움직임도 진행돼 오고 있다.

특히, 국회 워라밸 포럼에는 대한변협,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위원회, 한국여성벤처협회, 유한킴벌리, 풀무원, 한화생명,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프론텍 등 기관 및 단체강 외부 회원으로 참여해 워라밸 추진에 힘을 보탰다.

이보다 앞서 2010년 4월엔 재단법인 일생활균형재단이 창립한데 이어 산하에 WLB연구소를 가동하는 등 워라밸 관련 정책 및 제도의 이론적 토양 제공에 힘쓰고 있다.

워라밸 포럼이 아니더라도 출산과 육아에 직결된 여성노동자 비중이 높은 뷰티 및 패션 업종 기업들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신세계인터내셔널 등도 탄력근무제, 전사동시휴가제, 출산장려금, 임산부 보호 근무환경 등 워라밸의 포괄적 범주에 속하는 제도들은 적극 도입,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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