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생리대·계란·살균제 “화학성분 믿을수 없다”
[긴급진단] 생리대·계란·살균제 “화학성분 믿을수 없다”
  • 송지나
  • 승인 2017.08.3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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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유해성분 검출 화학제품에 소비자 ‘케미포비아’기업 전성분 공개, 정부 공정검사로 신뢰회복 급선무
▲ 여성환경연대 관계자가 지난 24일 접수한 생리대 부작용 제보 3009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여성환경연대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인체 건강을 해롭게 하는 유해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증, 이른바 ‘케미포비아(chemophobia)’의 먹구름이 한국 사회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살균제 치약, 살충제 계란, 독성 생리대 등등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실생활에서 건강에 도움과 편리성을 주는 것으로 알고 애용했던 생활제품들에서 인체 위해 허용치를 넘어선 유해 화학성분들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국민들이 극도의 불안감과 함께 제조기업 및 관리감독 보건당국에 큰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인에게 편리함을 안겨주는 화학제품에 함유된 일부 독성물질들을 생산업자들이 제대로 사용 기준을 준수하지 않거나, 허용치 초과 화학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전에 보건당국의 유해성분 검사작업이 매우 철저하고, 과학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탓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이 커지고 급기야 집단적 공포증세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공식 사망자만 163명
지난 2011년 4~5월께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일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원인 역학조사에 들어간 보건당국은 그해 8월 말 폐질환 위험요인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곧이어 시민단체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영유아가 사망했다는 주장과 함께 피해자모임이 결성됐다.
이후 피해자측의 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정부와 국회의 원인 규명 및 피해자 구제대책 마련 등이 뒤따랐다.
그러나 검찰의 가습기살균제 조사에서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인체피해 유무실험을 위탁받은 대학 연구진이 성분조사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화학제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또한 매번 국민건강 안전 문제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해명은 ‘유해성분 관리감독 규제 근거의 부재’를 입버릇처럼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결국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정부 공식집계 기준 사망자 163명을 포함해 총 388명의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그러나 피해자모임측은 누적 사망자 수를 정부의 공식피해접수 창구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올해 8월 11일까지 신고된 피해자 5803명의 21%에 해당하는 약 1230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다.
올들어 지난 1월 6일 가습기살균제 재판 1심에서 기소 당한 사건 책임자 중 신현우 전 옥신 대표(징역 7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금고 4년), 김원회 전 홈플러스 본부장(징역 5년) 3명이 선고형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모임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선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와 피해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야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과가 이뤄졌고, 가해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2000억원 규모의 특별구제 지원금을 신속하게 조성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뿐, 철저한 원인 규명을 위한 제품 및 제조사 등 기본 및 전수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등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자료 사진.

 


‘살충제 계란’ 부적합 농장 52곳 중 31곳이 친환경인증
가습기살균제 충격의 여파가 아직 국민들 뇌리에 맴돌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지난 8월 ‘살충제 계란’ 파문이 밀어닥쳤다.
한국보다 앞서 7월 하순 벨기에,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나라에서 산란계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이 검출된 계란이 나왔다는 외신 보도가 터지면서 국내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이 국산 계란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초기에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존 조사결과를 근거로 한국엔 살충제 계란이 없다고 호언했지만, 결국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 조사에서 살충제 계란이 잇따라 확인됐다.
더욱이 친환경 인증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다수 발견되면서 소비자들의 정부와 농가에 대한 배신감은 커졌다.
이 과정에서 농가 전수조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적합 판정’ 농가의 계란에서 재조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내리거나 전수조사가 아닌 농가가 제출한 표본 계란만 대상으로 실시해 정부 조사의 신뢰성 상실 등 여러 허점들을 노출시키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경악스러운 사실은 부적합 농장 52곳의 60%에 이르는 31곳이 친환경인증 농장이라는 점이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일반계란보다 40% 가량 비싼 가격에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믿음에 비수를 꽂은 셈이다.
이들 부적합 농장에서 넘긴 판매업체 1617곳을 비롯해 대형마트, 도소매업체, 가공업체, 음식점 등의 계란 451만 2000개 가량이 압류·폐기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수입계란 및 계란성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모든 국가의 계란과 알가공품에 살충제 27종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조처에도 소비자의 살충제 계란 불안감이 줄지 않자 식약처는 “피프로닐 성분에 오염된 계란을 하루에 영·유아 24개, 3~6세 아동 37개, 성인 126개를 섭취해도 인체에 위해하지 않다”는 인체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냉랭한 반응이다. 정부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이 전체 시중 유통량의 80% 이상을 차지함에도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계란을 선뜻 구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종의 ‘케미포비아’ 반응이다.

‘독성 생리대’ 전성분 공개 의무화 필요
살충제 계란 파문이 채 진화되기 전에 이번엔 여성 위생용품인 생리대 제품에 함유된 유해 화학성분의 작용으로 건강 이상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후폭풍을 몰고 왔다.
‘독성 생리대’ 문제는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학교 연구팀과 국내 시판 중인 일회용 생리대 10종의 성분 조사를 의뢰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검사 결과, 대상 생리대 10종 모두에서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또는 유럽연합(EU)의 생식독성,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돼 충격을 줬다.
특히 유해물질 22종 가운데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경우, 여성의 생식기능에 악영향을 끼쳐 생리 중단, 생리혈 감소 등 중대한 신체 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사 대상 브랜드였던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의 경우, 업체와 제품 실명이 외부로 유출 공개되는 바람에 이후 릴리안 생리대를 쓴 여성 사용자들이 블로그, SNS 등을 통해 피해사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독성 생리대 개선을 촉구하는 여론이 쌓여가던 중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유해 화학제품 공포의 불똥이 생리대로 옮겨붙으면서 생리대 파문이 핫이슈로 등장했다.
생리대 제품의 전성분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여성환경연대는 피해여성의 기자회견을 갖고 생리대 유해성분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한편, 정부에 독성 생리대 대책 요구했다.
여론과 시민단체에 떠밀린 식약처는 국내 생리대 제품 수거 및 품질검사, 제조업체 현장조사를 진행한데 이어 ‘생리대 안전검증위원회’를 빠른 시일내 구성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위원회를 통해 생리대 전수조사를 실시해 업체명, 품목명,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량, 위해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내 생리대 소비자들은 해외 유명 생리대 제품을 직구로 구매하는 갈아타기 움직임을 보이는 등 국내 화학제품 공포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의약외품의 전성분 표시 의무화를 담은 개정 약사법에는 생리대, 구강청결용 물휴지 등 일부 의약외품이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다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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