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
[인터뷰]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
  • 송지나
  • 승인 2016.05.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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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주류사회에 합류하도록 도울 것”
상담·양육비 소송·추심·모니터링·양육비 긴급지원 등 진행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지난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 한부모가족실태조사’의 통계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 가구는 178만 가구이며, 그중 집중정책대상인 19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한부모 가족은 56만 가구에 이른다. 

한부모는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혹은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자녀를 키우는 양육모 혹은 양육부를 이르는 말이다. 이렇게 많은 한부모가족 중 대다수가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2012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 당시 양육비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는 대답이 83%에 달했고, 이번 2015년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가 양육비 채권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양육비를 받기로 한(양육비 채권 소지) 한부모 중 약 27%는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부모 가정을 상담부터 소송까지 지원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이선희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한마디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영문표기처럼 ‘Child Support Agency’,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전문기관입니다. 

이혼을 했거나 미혼모, 미혼부로 미성년 자녀를 혼자 키우고 있는 한부모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 상담부터 양육비 소송, 채무자 급여압류와 같은 추심절차를 대신 진행합니다.

더 나아가서 양육비가 실제로 지급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미지급 시 절차를 진행하고, 양육비 미지급으로 자녀의 복리가 매우 위태로운 경우 심사를 통해서 최장 9개월 동안 월 10만원 또는 20만원을 긴급 지원해드리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양육비이행관리원 현판식. 지난해 3월 25일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으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했다.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 이선희 원장, 다섯 번째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설립 배경은.

그동안 생계와 양육, 가사의 3중 부담을 안고 있는 이혼·미혼 한부모들의 경우 복잡한 소송 절차와 시간 부족, 비용 부담,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양육비 받기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부모가족의 양육비 걱정을 덜어주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대통령 공약 및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2015년 3월 25일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는 어디까지 법률 지원을 해 주고 있나.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는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에게 양육비 상담부터 양육비직접지급명령과 같은 가사소송법상의 강제조치까지 모두 지원해드리고 있으며, 양육비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채무자의 주소와 근무지를 조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어 법원에 신청하지 않고도 채무자의 소재를 파악해 주고 있습니다.

- 양육비 관련 상담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양육비이행관리원 사무실이 서울시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건물에 있으니 6층 양육비상담팀으로 직접 방문해 상담 받고 접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담전화 1644-6621로 전화하거나, 온라인으로 상담 받은 후 신청서는 등기우편, 온라인 접수 등 편한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 후 양육비 이행 성과는.

지난해 3월 출범 이후 올해 4월 말까지 4만1,813건의 양육비 상담이 이뤄졌고, 양육비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거나 합의를 이끌어 낸 4,085건 가운데 1,042건은 양육비가 실제로 이행됐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53억(5,319,559,000원) 정도 됩니다.

▲ 지난 3월 25일 여성가족부 강은희 장관(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정은 얼마나 되나.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가족 2,55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5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명 중 2명(약 22%)만이 양육비 채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양육비를 받기로 한(양육비 채권 소지) 한부모 중 약 27%는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2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 당시 양육비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는 대답이 무려 83%에 달했고,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가 양육비 채권이 없다고 답변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양육비 지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양육비 이행이 잘 되지 않는 경우는 어떤 경우들인가. 

비양육자가 재산이 있음에도 고의로 미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돈이 없어서 못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이용사례를 보면, 비양육자와 자녀가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기 때문에 양육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 양육비를 주기로 한 지급의무자가 돈을 안주면 어떻게 하나.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도 지급하지 않는 경우 비양육자의 현재 소득이나 재산, 근무여부 등에 따라 직접지급명령, 이행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비양육자가 돈이 없어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는 있기 때문에, 순리대로 형편이 되는 만큼 일부라도 지급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비양육부모와 자녀의 관계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부모와 아이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 자발적 이행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해 3월 25일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식 후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서울가정법원,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등과 양육비 이행 법률지원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 향후 제도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접수된 건에 대해서는 채무자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법원에 신청하지 않고) 바로 채무자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이걸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절차도 복잡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또한 비양육자가 양육비 이행을 집요하게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이 미비해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이 양육비는 아이 생존에 관계된 생존권과 인권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아이가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돈이기 때문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급의무자가 최우선적으로 부담해야 할 부분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고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해외 선진국과 같이 운전면허 정지 등 강력한 제재조치 도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진국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하고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 도입은 ‘양육비는 자녀를 위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며 비양육자의 개인정보보호 등 그 어떤 이익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제도연구와 더불어 인식개선 홍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  외국의 양육비 이행제도는 어떻게 돼 있나.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자녀양육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국가차원에서 한부모가족의 양육비 이행을 지원하는 전담기구를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호주, 영국, 독일 등인데, 다만 소관부처는 나라마다 달라 미국과 호주는 복지부, 영국은 고용연금부, 뉴질랜드는 국세청, 독일은 법원 및 지방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부부가 이혼을 하면 원칙적으로 아내가 아이들의 양육권을 갖고 남편은 이혼한 아내가 법적으로 재혼할 때까지 양육비와 생활비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양육비지급의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서 우선 양육비를 지급하고 양육비지급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양육비선급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994년에 독일 남부에 있는 뮌헨의 법원에 방문했을 때 그곳의 판사에게 이런 제도가 어떻게 시행 및 유지될 수 있는지 물었는데, 그때 들었던 답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라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니까 그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선지원 후 국가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차세대를 위해 기꺼이 투자해야 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 우리나라는 이혼한 사람, 특히 이혼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심하게는 사회에서 왕따처럼 차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독일은 이혼한 부모보다 그 사이에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인상에 깊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늦게나마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생겨 다행이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참고로 올해 2월과 3월에 일본의 법학과 교수, 사회학과 교수가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본에도 아직 양육비 이행 전담기구가 없다고 하면서 한국을 부러워했습니다.

-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비전은 무엇인가.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자녀가 정서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느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자녀와 비양육부모가 원하는 경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면접교섭센터를 설치하고, 부모-자녀 캠프 같은 관계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양육비 이행 지원뿐만 아니라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대학생이나 사회인과 아이들을 매칭해 아이들과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아동전문가를 초빙해 양육부모들에게 사춘기 자녀들의 심리 상태를 알려주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서포터를 연결해주는 등 양육부모와 비양육부모, 또 그 사이에 있는 아이들의 애로사항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전문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편부·편모, 한부모가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아이에게만 집중해서 아이의 성장을 지원해주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 지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싶습니다.

▲ 지난 7일 여의도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제6회 싱글맘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선희 원장은 인터뷰 중 ‘쉽게 말해서’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는데, 소통을 중시하는 이 원장의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원장은 양육비이행관리원 회식자리에서 건배사로 ‘소통을 통한 화합이 제일이다!’를 줄인 ‘소화제’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한다. 오랫동안 가정법원 판사로, 또 현재 양육비이행관리원 원장으로 일하며 쌓아온 내공이 인터뷰 내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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