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기가 행복한 조산원 출산
엄마와 아기가 행복한 조산원 출산
  • 김아름
  • 승인 2013.01.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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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산원에서 출산을 하는 산모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편한 방법으로 진통과 출산을 겪는다.

 


“병원에 아이를 빼앗겼어요” 대형 종합병원에서 딸아이를 낳은 김미영(가명)씨가 한 말이다.

김 씨는 출산 직후 캥거루 케어(맨몸인 엄마가 아기를 안는, 살을 맞대는 양육방식)를 통해 애착을 형성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건강 검진, 병원 방침 등의 이유로 간호사는 아이를 데려갔다. 병실에 갔을 때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있었지만, 상실감은 컸다고 하소연했다.

“그때 간호사가 절 봤던 눈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김씨.

“이번에 낳는 둘째는 조산원에서 낳을 거에요. 소중한 아이를 다시 뺏긴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싫어요”라며 조산원에서 아기를 낳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씨가 첫 출산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은 단순한 기분에 그치지 않고 조산원 출산 결심으로 이어졌다.

여전히 대다수 산모들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한다. 하지만 각자의 이유에 따라 조산원을 선택하는 산모들도 늘고 있다. 조산원과 산부인과의 출산 과정, 그 차이점과 유사점을 <베이비타임즈>가 알아봤다.

산모 중심 출산과정

조산원은 조산사에 의해 출산할 수 있는 기관을 일컫는다. 법으로 의료행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의료개입 없이 자연분만만 가능하다. 따라서 제모, 내진, 관장, 금식 등도 하지 않는다.

산모는 출산을 위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순산을 위해 체조나 산책을 하고, 자신이 가장 편한 자세로 진통과 출산을 한다. 낮은 조명과 조용히 나누는 대화 등 모든 것은 '산모 중심'으로 이뤄진다.

조산원에서는 출산 직후 탯줄이 연결된 아이를 엄마 배위에 올려주어 아기와 엄마간의 눈맞춤이 가능하다. 아기와 첫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으로, 이른바 캥거루 케어다.

이후 태맥(탯줄로 느껴지는 맥박)이 끊기면 탯줄을 끊는다. 같은 공간에서 출산에 참여하는 아빠는 윗옷을 벗고 아기와 살을 맞대면서 1시간 이상 안고 처음 만난 아이와 교감할 수 있다.

진통부터 출산까지 남편과 함께

조산원과 산부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료적 개입 유무 △기다림 △아빠 분만 참여 △엄마의 양육 자신감이다.
조산원에서의 의료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기 때문에 회음부 절개, 유도분만, 분만촉진제, 무통주사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굴욕 3종세트로 불리는 제모·내진·관장도 하지 않는다.

또 엄마의 골반이 아기가 나올 수 있을 만큼 벌어지고, 아기가 스스로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마쳐졌을 때 출산이 이뤄진다. 산모와 아기가 준비될 때까지 모든 환경과 출산을 촉진하는 행위가 대기상태로 있는 것이다.

마마스 조산원 박경재 간호사는 “조산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의료행위와 기다림이지만, 아빠와의 관계에서도 큰 특징이 나타나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조산원에서는 진통부터 출산까지 아빠(남편)가 함께한다. 아내와 함께 진통을 하고, 출산할 때는 옆자리를 지키면서 아이가 태어나는 모든 순간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성애가 생긴다.

실제로 임신 육아 카페인 맘스홀릭의 글쓴이 소중맘은 “남편이 20시간 진통을 함께 하고 아기 탯줄 자르고 모든 시간을 함께 하다보니, 아기한테 집착할 정도로 사랑듬뿍이에요”라고 말했다.

또 “수유도 자신이 먹이겠다고, 흡착기도 하라네요. 함께 있을 때는 저는 모유수유만 할 정도로 아기와 잘 놀아줘요”라며 조산원 출산 후기글을 개제했다.

조산원에서 자연분만한 엄마는 스스로 출산을 해냈다는 자신감과 양육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진통할 때 분비되기 시작하는데, 아기에게 가장 애착과 밀착을 느끼게 하는 역할도 한다.

자연분만한 엄마들은 출산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출산 직후에도 유지되는 반면, 의료적 행위를 겪은 엄마들의 옥시토신은 출산 후 급격히 떨어진다. 옥시토신 호르몬이 유지되는 조산원 출산모의 경우 양육 자신감은 물론 아기에 대한 애착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이유다.

본능적인 모성애와 학습된 부성애

1월8일 새벽 5시경에 출산한 조미정 씨는 “수중분만을 하기 위해 조산원에서 출산했어요. 수중분만은 아무래도 진통이 덜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진통부터 출산을 함께한 남편 김진용 씨는 “병원에 가면 우리 아기는 내가 아닌 의사나 간호사의 손을 거치잖아요. 내 아이, 첫 아이는 내가 처음으로 보고 싶었어요”라며 병원이 아닌 조산원 출산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아내 분만과정을 지켜본 남편들이 갖는 충격(자연분만 트라우마) 에 대해서도 “충격같은 건 없었어요. 오히려 아이가 태어나는데 신비하고, 감동스러웠어요. 출산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서 거부감은 없었어요”라며 “둘째 아이도 아내만 괜찮다면 조산원에서 출산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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