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육아일기] 나도 여자이고 싶다
[엄마육아일기] 나도 여자이고 싶다
  • 서정화
  • 승인 2013.01.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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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면서 책 읽는 여유, 지인과의 만남 등 개인적인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반면 화장품의 양, 외출복은 늘지도 줄지도 않고 그대로다.
머리 손질도 제대로 하지 못해 끈 하나로 질끈 묶고 산지 오래다.
세수 후 로션과 스킨만 겨우 바른다.

혹여나 약속이 생겨도 결혼 등 경조사가 아니고서는 화장품 가방을 열지도 않는다.
화장품 가방이 화장대 속에 깊숙이 쳐 박혀 바깥세상 구경 못한지도 한참이다.
화장품 유통기한은 이미 진즉에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에 사용하지 않다보니 양은 새것과 다름없다.
거칠어진 손과 푸석푸석해진 얼굴에 크림을 발라도 피부상태는 똑같다.

물론 문화센터 수업에 가면 간혹 화장하고 오는 엄마들도 있다.
그들을 보며 속으로 ‘부지런한 엄마다’ 하고 생각한다.
내가 게으른 탓으로 돌려야 하는지 좀처럼 나는 화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외출을 위해 씻고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아이 먹을 것, 기저귀 등을 챙기는 시간도 빠듯하다.

집에서 입는 옷과 외출복의 경계가 사라진지도 오래다.
아이 밥 먹이느냐 옷에 붙은 밥풀을 못보고 그대로 나갈 때도 있다. 밖에서 남몰래 확인하고 혼자 얼굴 붉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여자가 아닌 엄마로서의 삶이 보람되고 기쁘지만, 나 자신에 대한 투자는 전혀 하지 못할 때면 서글픈 생각이 절로 든다.

나도 여자인데...
나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데...

이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아들 녀석은 엄마 머리를 끌어 당겨 입술에 뽀뽀를 해준다.
지금 이 순간은 여자가 아닌 엄마로 충실해야 할 때인가 보다.

 

 

 

 엄마육아일기 주인공 서정화는…

2005년 시민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경기신문과 뉴시스 경기남부본부에서 근무했다.
결혼을 하며 전업주부를 선언, 2011년 첫 아들을 낳았고 2013년 6월 둘째를 출산할 예정이다.
강호순 사건, 쌍용차 사태 등 현장 근무가 육아보다는 쉬웠다고 절실히 느끼는 초보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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