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변론종결 기준 가액 산정…“분할비율에 주가상승 고려”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지난 2017년 최 회장의 이혼 조정 신청으로 양측 법정 공방이 시작된 지 9년 만에 결론이 났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보고 두 사람의 공동재산을 약 4조원으로 산정해 재산분할 비율을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다.
SK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므로 분할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배척하고, 최 회장 보유주식은 혼인 기간 중 취득한 재산으로, 양측 모두 형성과 가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해 분할대상 재산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혼인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보유한 주식 가치가 크게 증대됐고, 노 관장의 가사 및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도 이에 기여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환송판결 취지에 따라,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 측에 전달한 비자금 300억원의 기여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또 최 회장이 혼인 관계 파탄 이전 경영권 유지나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증여한 주식 등도 분할대상 재산에서 제외했다.
쟁점이었던 주식 가치 평가 기준 시점은 파기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했다.
이는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이후 재산분할을 청구할 경우 분할대상 재산과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사이 SK 주식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주가는 변동성이 크고 상장주식은 언제든 환가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라며 “이혼확정 후 주식 처분에 따른 수익이나 손해를 혼인 관계가 해소된 쌍방에게 분담하지 않으면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청산·분배라는 재산분할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부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재산분할 방식으론 최 회장이 보유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노 관장의 몫 가운데 부족한 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상분할을 명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원과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회사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이 있는 점, 분할대상 재산의 명의와 형태, 취득 경위, 이용 상황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비율에 따른 노 관장 몫 중 부족한 금액은 최 회장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 후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취재진에 “최 회장은 지금까지 과정에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최 회장의 혼외자 존재 공지에 이어 2017년 이혼 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긴 소송전을 이어왔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최 회장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며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 1297만5472주의 절반 수준인 648만7736주 분할을 청구했다.
이혼소송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2024년 5월 SK 상장과 주식 형성 및 주식 가치증가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최 회장이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SK그룹의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해 분할액을 20배로 크게 늘린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불법 자금이므로 이 돈이 SK에 유입됐다고 해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때 위자료를 20억원으로 산정한 2심 판단은 그대로 확정돼 파기환송심에선 재산분할만 다뤄지게 됐다.
파기환송심에서 양측은 SK 주식의 분할대상 인정 여부와 기준 시점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사건을 조정 절차에 회부했으나 결렬됐고 지난달 24일 심리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