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판례로 본 일용직근로자 갱신기대권 : ‘형식’보단 ‘실질’
[워킹맘산책] 판례로 본 일용직근로자 갱신기대권 : ‘형식’보단 ‘실질’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6.06.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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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슬린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김하슬린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 만료되면 별도의 해고 의사표시 없이 근로관계가 당연 종료된다. 그러나 이 원칙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면, 동일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하며 일해 온 근로자가 사용자의 단순한 갱신 거절 하나로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바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법리가 ‘갱신기대권’이다.

1. 갱신기대권이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법리의 핵심은 ‘신뢰관계의 형성’이다. 계약서에 기간이 명시돼 있더라도, 그 기간의 정함이 단순한 형식에 그치고 당사자 사이에 갱신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형성되어 있다면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 갱신이 거절된 경우 그 법률효과는 부당해고와 동일하며, 근로자는 계속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것과 동일한 지위를 갖게 된다.

2. 일용직 근로자에게 적용

갱신기대권이 가장 첨예하게 다퉈지는 영역이 바로 일용직 근로자 사건이다. 일용직은 계약 단위가 1일 또는 단기간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는 “계약 단위 자체가 1일이므로 매일의 계약 종료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형식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전지방법원은 전기 공사 현장직 근로자들이 월단위로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10~13개월 동안 별도의 갱신 절차 없이 계약을 갱신해 온 점, 공사 중지 기간에도 근로계약을 갱신한 점, 현장소장이 “준공 때까지 갈 것”이라고 발언한 점 등을 고려해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했다(대전지방법원 2023. 11. 1. 선고 2022구합106049 판결).

노동위원회 또한 일용직 방수공이 8개월 이상 동일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차기 현장 투입을 약속한 경우, 그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바 있다.(전남지방노동위원회-2025부해458).

반면, 대전지방법원은 건설현장에서 1개월 단위 계약을 10회 이상 반복한 경우에도 계약서 및 취업규칙에 “기간 만료 자동퇴직”이 명시된 점, 공정률에 따라 인력을 1개월 단위로 조절하는 건설현장 특성, 1년 내내 계약이 갱신되는 경우는 소수라는 사정 등을 근거로 갱신기대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전지방법원 2024. 11. 7. 선고 2023구합1424 판결).

3.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해서여 갱신 거절이 언제나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게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갱신 거절은 유효하며, 합리적 이유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합리성 판단의 기준은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이다. 주목할 것은, 갱신 거절에 요구되는 합리적 이유가 반드시 해고를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추가적’ 기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갱신기대권은 기간제·일용직 근로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계약 기간이라는 형식 뒤에 수년의 노무 제공이라는 실질이 있다면, 그 실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노동현장에서 계약서 한 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계약서 너머에 형성된 신뢰관계야말로 갱신기대권의 본질적 근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하슬린 노무사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국제개발협력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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