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기대한 대로 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실패라고 부른다. 실패는 대체로 반갑지 않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지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정일 수도 있다. 지금은 잘되지 않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다음에는 더 잘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실패는 끝이라기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어른들은 이런 식으로 실패를 다시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에게 실패는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니라 패배처럼 느껴진다. 잘못한 일, 뒤처진 상태, 부끄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예를 들어 시험 점수가 기대보다 낮게 나왔을 때, 아이들은 그것을 곧바로 실패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시험에서 틀린 것이 과연 실패일까? 틀린 문제는 어쩌면 ‘모르는 것을 발견한 순간’일 수도 있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된 기회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시험에서 틀린 경험은 실패라기보다 배움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볼 수도 있다.
필자 역시 어릴 때는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 일이 싫었다. 틀렸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싫다고만 생각하고 덮어 두면 결국 비슷한 문제를 다음에도 틀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왜 틀렸는지 들여다보고 다시 풀어 보면, 그 경험이 오히려 다음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실패 자체일까, 아니면 실패를 다뤄본 경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까?
많은 어른은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실수를 줄여주려 한다. 틀리기 전에 알려주고, 넘어질 것 같으면 먼저 도와주고, 어려운 상황을 미리 막아준다. 아이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것도 있다. 바로 실패를 다루는 연습이다.
회복 탄력성은 어려움이 없는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어려움을 겪은 뒤 다시 회복하는 힘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힘은 성공 경험만으로 자라기보다, 잘되지 않았던 경험 이후 다시 시도해 보는 과정에서 길러질 가능성이 크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걷는 법도 그렇게 배운다. 수없이 넘어지고 균형을 잃어보면서 익힌다. 넘어졌다고 걷기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공부도, 관계도, 생활도 비슷하다. 작은 실패를 통해 다시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때로는 어른들이 아이의 작은 좌절까지 지나치게 막아주려 할 때가 있다. 숙제를 틀릴까 봐 정답을 먼저 알려주고,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곧바로 대신 해결해 주고, 조금 어려운 과제는 대신 정리해 주기도 한다.
당장은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아이는 스스로 부딪히고 회복해 보는 기회를 적게 갖게 된다. 작은 실패를 막아준 대가로 큰 실패를 견디는 힘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초등 시기에는 작은 실패를 비교적 안전하게 경험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시험에서 틀려보는 경험, 놀이에서 져보는 경험, 친구와 갈등을 조정해 보는 경험 같은 것들이다. 어른 눈에는 사소해 보여도 아이에게는 중요한 배움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부모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작은 실패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조금 틀리거나 서툴러도 바로 개입하지 않고 기다려 보는 것이다.
답을 바로 고쳐주기보다 스스로 찾게 두고, 실수했다고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다. 물론 이런 방식은 당장 속도가 느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꼭 느린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배우는 힘을 키우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둘째, 결과보다 회복의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칭찬은 성공했을 때 주어진다. 하지만 실패 후 다시 시도한 순간 역시 중요하다. 틀렸다는 사실보다 다시 해보려는 태도, 졌다는 결과보다 다시 참여한 용기를 봐주는 경험은 아이에게 실패가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셋째, 실패 이후의 질문을 바꿔볼 수 있다. “왜 틀렸어?”라는 질문보다 “무엇을 배웠니?”,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볼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은 아이를 방어적으로 만들기보다 생각하게 한다.
넷째, 어른이 실패를 숨기지 않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교사나 부모가 자신의 실수와 다시 시도했던 경험을 자연스럽게 말해줄 때, 아이는 실패를 이상한 일로 보지 않게 된다. 실패를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경험보다 넘어져도 괜찮았던 경험일 수 있다. 다시 해본 기억, 회복해 본 기억은 아이 안에 오래 남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 없는 길이 아니라, 실패를 건너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힘은 작은 넘어짐을 허락하는 어른 곁에서 자란다. 이 점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