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처음 입사한 후 몇 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수습 기간이 종료한 후에 “당신은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만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통보받았다면, 수습기간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혹은 해고에 해당하는 걸까?
수습기간이란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적응도와 역량을 평가하는 단계이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분위기와 적합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수습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이번 주까지만 근무하세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이는 단순히 근로계약 종료가 아닌 해고에 해당한다.
판례는 수습 계약을 본계약 체결 이전에 근로자의 업무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 적격성을 평가·판단하기 위해 설정하는 기간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수습 계약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한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수습기간 도중에 또는 끝나고 이루어지는 본채용 거부는 사용자가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행하는 본채용 거부는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관련 규정들이 적용된다.
1.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본채용 거부 역시 해고의 일종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만, 법원은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본채용 거부의 정당한 이유는 통상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습기간 동안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한 결과에 근거해 본채용을 거부할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고,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돼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정당하고 어떤 경우에 정당하지 않은 걸까?
1) 정당성이 인정된 경우 : 객관적인 평가 자료에 근거한 본채용 거부
판례는 수습사원에 대한 수차례의 업무수행 평가 결과가 저조하고, 선임연구원 등으로부터 ‘논문 작성의 기초지식 전무’, ‘업무 지시 이해 불가’ 등 구체적이고 부정적인 평가 의견이 있었으며, 수습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등 객관적인 평가 자료에 근거한 본채용 거부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 정당성이 부정된 경우 : 주관적, 추상적인 평가에 따른 본채용 거부
반면 사용자가 본채용 거부 사유로 ‘회사의 운영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추상적인 이유를 들거나, ‘업무 진행 상황 공유 미흡’ 등 일부 지적 사항만으로는 본채용을 거부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사용자의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평가가 아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2. 사유와 시기를 적어 서면 통보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고의 존부, 시기, 사유를 명확히 하여 분쟁을 예방하고 근로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효력 규정이다.
본채용 거부도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므로, 수습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 시에도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 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서면통지 시에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본채용 거부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실질적인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 단순히 ‘수습계약 종료’나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취지로만 통지하는 것은 위법한 통지로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수습기간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 모든 것들에 앞서 그 어떤 서류에도 서명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날인된 사직서가 존재하는 경우 권고사직(회사가 사직을 제안하고 근로자가 동의했다.)으로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1) 서면 통보 여부 확인 : 말로만 통보받았다면 해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문자, 이메일)를 보관해야 한다. 특히 통화 녹음 등을 활용하여 해고했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때 절대 “나가겠다”, “알겠다” 등의 발언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2) 해고 사유 요구 : 근로자는 본채용 거부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권리가 있다. 왜 해고가 되는지 물어보고 추상적인 답변을 듣는다면(“우리랑 맞지 않아서”, “이 일을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등)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3) 노동청 상담 또는 진정 제기: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지방노동청 또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진행한다.
수습기간 근로자라도 근로자에 해당한다. “수습이라서 그냥 내보내도 된다”는 말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일수록 ‘이건 나의 선택인지, 회사의 해고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고 모든 것에 서명하기 전에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한 후,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그 인식 하나가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김하슬린 노무사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국제개발협력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