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준 표준유아교육비 한계, 물가상승 반영 재산정을”
성공적 유보통합 달성 위해 ‘영유아특별회계’ 별도 신설 제안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하나의 교육체계로 묶는 유보통합이 2026년 완성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상향 평준화’와 ‘국가 책임 강화’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단계적 무상교육 확대(2026년 4~5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엇갈린다.
베이비타임즈는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서울지회 정금숙 지회장을 만나, 통합 정책의 방향과 사립유치원 현장의 우려를 심층적으로 들어봤다.
“하드웨어는 통합, 소프트웨어는 아직 불투명”
정 지회장은 유보통합의 방향성에 대해 “부처 이원화로 인한 서비스 격차 해소와 부모 부담 ‘0원’ 정책은 분명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교사 자격 체계와 안정적 재정 확보 방안이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전으로 가는 것은 현장의 불안감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운영 세부안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사립은 정책 파트너여야 한다”
사립유치원들은 정부의 소통 노력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정책 설계가 국공립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정 지회장은 “사립유치원의 특수성과 운영 자율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통합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사립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 파트너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생존의 문제
정 지회장은 유보통합 이후 사립유치원의 강점으로는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역량과 학부모 요구에 대한 유연한 대응, 축적된 유아교육 전문성을 꼽았다.
반면 우려로는 국가 지원 확대에 따른 자율성 침해, 보육교사와의 자격 통합 과정에서의 전문성 하향 우려, 학령인구 감소 속 폐원 위험을 지적했다.
“경쟁 심화 속에서 영세 사립의 도산은 지역 ‘교육 사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표준유아교육비, 2020년 기준으론 한계”
저 지회장은 표준유아교육비를 2020년 기준으론 책정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표준유아교육비 55만7000원은 2020년 산정 기준이다.
정 지회장은 “물가 상승률과 교사 처우 개선 비용을 반영한 현실적 재산정이 필요하다”며 “지역 간 편차를 고려한 차등 산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 자격 통합, ‘연착륙’이 관건
사립 교사들의 가장 큰 우려는 ‘전문성 하향 평준화’다.
“4년제 유아교육과 졸업 후 정교사 자격을 취득한 교사들이 단기간 연수로 통합되는 구조에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정 지회장은 밝혔다.
또한 추가 연수 부담과 향후 임용 체계 혼란도 현장의 불안 요인으로 지적됐다.
처우 개선, 공립 수준으로 상향해야
정 지회장은 ▲국공립 수준의 호봉제 적용 ▲행정 전담 인력 국고 지원 ▲신분 안정성 명문화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형평성의 핵심은 교사와 학부모가 받는 혜택이 설립 주체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 확대, ‘시간’보다 ‘질’이 중요”
학부모 우려인 돌봄 공백에 대해서는 “단순 시간 연장이 아니라 안전하고 질 높은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침 7시~저녁 8시 확대 운영은 전담 인력 인건비와 급·간식비가 전제되어야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담임교사가 돌봄까지 전담하면 교육의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재원 문제…‘영유아특별회계’ 신설 제안
성공적 통합의 선결 과제로는 별도의 ‘영유아특별회계’ 신설도 제시했다.
“초중등 교부금을 전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재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사유재산권과 공공성, 접점은 ‘제3의 모델’
사립유치원 건물·토지는 개인 자산이라는 점도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 기여금 인정, 국가 매입 전환, 폐원 지원 등 ‘명예로운 퇴로’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원은 평등하게, 운영은 다양하게”가 그의 해법이다.
CCTV 의무화, 보완 논의 필요
2015년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가운데 유치원도 아동학대 에방 차원에서 CCTV 설치가 확대된 데 대해 정 지회장은 개인정보 보호와 노후 장비 교체 지원, 지능형 CCTV의 보급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지회장은 “유치원까지 일괄 확대 적용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국회는 교실을 제외한 학교 출입문과 복도, 계단 등에 CCTV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영어유치원’ 명칭 문제와 불균형
그는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 대신에 ‘유아영어학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원임에도 유치원처럼 운영되며 공교육 기관처럼 오인되는 구조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정 지회장의 주장이다.
고액 교습비로 인한 계층 격차 고착화 우려도 제기했다.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의 통합이어야”
정 지회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보통합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입니다. 하향이 아닌 상향 평준화, 통제가 아닌 협력,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의 통합이어야 합니다.”
유보통합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유아 교육체계의 재설계다. 통합의 성공 여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제도에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