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및 확대 적용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문의가 여전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
회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니까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바람직하다. 다만,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체적 의미를 모른다면 단편적 또는 일시적으로는 법을 지킬 수 있겠지만 완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하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의미와 그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왜 굳이 ‘안전보건관리체계’라는 명칭을 사용할까? 안전보건관리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이니 ‘체계’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즉 우리 회사가 안전보건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system)를 만들라는 것이다.
취지가 그렇다 보니, 이하에서 살펴볼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세부 의무(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각 호) 중 일부는 추상적이어서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간략하게만 살펴보자.
①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할 것
➔ 회사의 모든 정책, 제도는 대표자의 생각과 언행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대표자가 주도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의지를 보이고, 이를 목표와 경영방침으로 나타내라는 것이다.
②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둘 것
➔ 안전보건관리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만 수행하는 부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우선 본업을 열심히 해서 회사가 성장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해당 의무는 상시근로자 수가 500인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 여부를 검토하면 된다.
③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절차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점검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
➔ 보통의 재해는 작업자가 ‘위험한 것’에 접촉해서 발생한다. 따라서 ‘위험한 것’을 개선한다면 재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험성평가’를 충실히 실시하라는 것이다.
④ 재해 예방 등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그 편성된 용도에 맞게 집행하도록 할 것
➔ 안전보건예산을 미리 편성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것’이 있어도 예산 편성에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느라 현장 개선이 늦고, 사람이 다칠 수 있다.
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계자 배치
➔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관계자를 충실하게 선임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안전보건관리업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⑥ 안전보건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시행할 것
➔ ‘위험한 것’을 맞닥뜨리는 사람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들로부터 안전보건에 관한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면 개선책을 마련해서 이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⑦ 비상조치매뉴얼을 마련하고, 해당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는지 점검할 것
➔ 사업장에 비상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 자체적으로 비상조치매뉴얼도 만들고 훈련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실제로는 비상상황이 매우 드물게 발생하고 따라서 이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으니 매뉴얼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해당 매뉴얼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보라는 것이다.
⑧ 도급, 용역, 위탁 시 수급업체의 안전보건 확보
➔ 지면상 그 구체적인 의무는 생략했지만, 해당 의무는 간접적으로 수급업체의 안전보건이 확보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이다. 안전보건 관련 법령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도급이 활성화되다 보니, 결국 마지막에 업무를 맡은 업체의 종사자가 가장 위험한 일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보다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함이다.
(다만 도급, 용역, 위탁을 맡긴 업무가 ‘우리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보다 직접적인 조치를 해야할 수 있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안전보건관리를 충실하게 할 수 있는 ‘틀’을 만들라는 것이고, 그러한 ‘틀’이 충실히 구축·이행된다면 안전보건관리도 자연스레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체계’를 구축한다고 해서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구체적인 의무(예:산업안전보건법령상 각종 의무)들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우리나라의 (중대)재해를 더욱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