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협력에 관한 생각
[교육칼럼] 협력에 관한 생각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5.12.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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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교실에서 모둠 활동을 할 때 친구와 다툼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실제로 모둠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일을 많이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자기 몫이 많다고 불평하는 학생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럴 때 사람들은 ‘저 아이는 협력이 안 된다’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협력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배워 나가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협력의 과정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른들은 단순히 함께 일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둠 활동에서 학생들의 협력은 자기 의견을 말하는 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일,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 감정을 조절하는 일, 맡은 역할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서툴면 협력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어른의 눈에는 단순히 ‘안 한다’로 보일 수 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모둠 활동을 관찰해보면, 협력이 서툰 아이들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역할이 정해질 때도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활동이 끝날 무렵 “왜 너는 한 게 없냐”는 말을 듣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일을 많이 떠맡은 아이는 점점 불만이 쌓인다. 결국 모둠 안에서는 말이 줄어들고 눈치만 오가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무임승차하는 친구’, ‘까다로운 친구’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이 상황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대부분의 아이는 협력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없다. 다만 협력하는 방법을 충분히 연습하거나 경험해 보지 못했을 뿐이다. 집에서도 교실에서도 어른이 역할을 정해주고 결과를 관리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 스스로 조율하고 조정해 볼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니 막상 모둠 활동이 주어지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멈추게 된다.

‘협력은 착하면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 협력은 절차를 알고 말하는 방법을 익히며, 감정을 다루는 연습을 통해 길러진다. 이 점을 이해하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왜 저렇게 행동하니”라는 질문 대신 “아직 어떤 부분이 어려운가”를 묻게 된다. 이 질문은 지도 방법을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첫 번째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누는 일이다. 단순히 “각자 알아서 하자”는 협력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둠 발표 활동이라면 자료를 찾는 역할, 내용을 정리하는 역할, 발표를 맡는 역할처럼 기능 중심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이때 역할의 크기를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특정 학생에게 부담이 쏠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 분명할수록 책임감을 느낀다.

두 번째 방법은 활동 뒤에 짧은 생각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는 결과를 평가하는 시간이 아니라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누가 잘했는가”를 묻기보다 “어떤 점이 편했는가”, “어떤 순간이 힘들었는가”를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협력이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지나갔을 감정들이 회고를 통해 언어가 된다.

세 번째로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협력 상황에서는 불편한 감정이 반드시 생긴다. 문제는 감정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활동 중간에 잠시 손을 멈추고 물을 마시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가라앉을 수 있다. “잠깐 쉬고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 한마디도 협력을 이어 가는 중요한 기술이다.

가정에서도 이러한 경험은 이어질 수 있다. 형제자매와 함께 집안일을 할 때 결과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과정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 누가 더 많이 했는지를 따지기보다 어떻게 나누었는지,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를 이야기해 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런 대화는 학교에서의 협력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아이는 협력이 특정한 상황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방식임을 배우게 된다.

협력이 서툰 아이는 배려를 모르는 아이가 아니다. 아직 배려를 연습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이의 행동을 성격으로 단정하는 순간 지도는 멈춘다. 반대로 기술로 바라보는 순간 지도는 시작된다. 협력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 반복을 통해 익숙해진다. 그 과정을 허용해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모둠 활동에서의 작은 갈등은 학생들이 사회를 배우는 과정의 일부다. 완벽한 협력을 기대하기보다 서툰 협력을 연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오늘도 관계 속에서 배우고 있다. 다만 그 배움은 조용히, 때로는 갈등의 모습으로 나타날 뿐이다. 협력은 아이 안에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자라는 중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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