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08년작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하비 덴트는 고담 시의 검사로서 범죄 조직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노력하여 백기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하비 덴트는 영화 속 악당인 조커와 마피아들에 대항하다 납치된다.
그는 배트맨과 고담시 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출되었으나, 그가 납치되어 있었던 건물이 폭발하면서 얼굴 절반에 피부가 없어질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게 된다. 이후 하비 덴트는 피부 이식 수술을 받지 않고, 스스로를 투 페이스(two face)라고 칭하며 사적 제재를 남발하는 악당으로 전락한다.
화상 사고는 일상생활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할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가져온다. 통상 제조업에서 화상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음식점과 같은 서비스업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그렇다면 일하다가 화상 사고를 당한 경우 산재보험 및 민사 소송으로 어떠한 보상 또는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우선, 산재로 화상 사고를 당한 경우 회사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치료비에 대응하는 요양급여, 치료하느라 받지 못한 임금에 해당하는 휴업급여, 치료 종결 후 흉터 등으로 인하여 감소한 노동력에 대응하는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화상 사고로 인하여 피부에 남은 흉터를 추상장해라고 한다. 산재보험은 추상장해에 대해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6 및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별표5를 근거로 하여 흉터 부위와 면적을 고려하여 7급에서 12급의 장해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피해자가 2~3도 이상의 화상 또는 관절 부위에 화상을 입은 경우 화상 부위의 피부 조직이 수축하면서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관절 구축이 발생할 수 있다. 관절 구축으로 팔이나 다리, 고관절 등을 일정 각도 이상 움직일 수 없다면, 추상장해와 별도로 관절 기능의 장해를 이유로 장해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다.
산재로 화상 사고를 당한 근로자 입장에서 추상장해가 인정될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거나, 얼굴 등 외부로 노출되는 피부에 흉터가 남는 경우 산재보험만으로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산재보험은 정신적 고통에 대응하는 위자료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화상 사고로 발생한 흉터 등으로 대인 관계의 어려움 등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산재로 화상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회사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진행할 때 주로 문제 되는 쟁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통상 산재로 장해가 남은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손해배상액의 대부분은 사고로 인해 잃게 된 미래의 수입을 의미하는 ‘일실수입’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인 ‘위자료’를 두고 근로자와 회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일실수입을 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실수입의 감소 비율인 노동능력상실률인데, 이를 산정하기 위한 절차가 신체감정이다. 신체감정은 근로자가 재판부가 지정하는 병원에 가서 해당 진료과의 전문의와 대면 진료를 한 후 전문의가 노동능력상실률 등을 산정하는 과정이다.
신체감정에서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할 때 법원 실무상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의 교수였던 맥브라이드가 정한 장해평가표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추상장해는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에 관련 항목이 없다. 따라서 추상장해에 대한 노동능력상실률의 기준에 대하여 실무적으로 다툼이 많은 편이다.
통상 신체감정 시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2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2는 ‘외모에 현저한 추상이 남은 자’, ‘전신에 40% 이상의 추상이 남은 자’, ‘외모에 추상이 남은 자’ 등 다섯 단계로 나눠져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기준은 없어 화상의 정도와 흉터 범위 및 수준에 따른 세밀한 평가가 어렵다.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흉터를 반흔(흉터)와 추흔(보기 흉한 흉터)으로 나누고, 흉터 부위를 얼굴·팔다리·코·귀 등으로 분류한 뒤 흉터 면적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해뒀다. 그래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근거로 추상장해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인정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화상 사고를 당한 근로자와 회사는 추상장해에 대한 신체감정 시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2와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을 모두 질문한 뒤, 그중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를 주장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추상장해의 노동능력상실률 평가 기준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일까?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노동능력상실률은 1·2심 재판부가 근로자의 나이, 교육 정도, 신체장애 정도, 이직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이고, 신체감정은 보조적인 자료에 불과하므로 어떠한 기준에 의하든 그 기준을 선택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경우 적법하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0다292671 판결 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법원은 추상장해에 대해 대한성형외과학회의 추상장해평가표를 적용하여 노동능력상실률을 30%로 판정한 신체감정 결과 대신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2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을 15%로 인정한 사안에서 이러한 노동능력상실률 인정이 타당하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1991. 8. 27. 선고 90다9773 판결)
또 성형수술을 받은 A가 수술 후 코의 통증 및 호흡곤란을 겪다가 무후각증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가 아닌 대한의학회 장해평가기준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을 인정한 사안에서, 1·2심 재판부가 여러 기준을 검토한 후 그중 사안에 가장 적합한 기준을 적용해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했으므로 적법하다고 봤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0다292671 판결)
즉,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2와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 등 여러 기준 중 하나의 기준이 우월하다고 보지 않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산재로 화상 사고를 당한 근로자가 산재보험으로 치료 및 장해등급을 부여받은 이후 회사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추상장해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기 위해 성형외과로 신체감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양 당사자는 반드시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2와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라 산정한 노동능력상실률을 질의할 필요가 있다. 또 근로자는 화상으로 인하여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된다면 정형외과 등으로 추가적인 신체감정을 고려해야 한다.
<배성재 변호사 프로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경제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산재 전문변호사
- 現 강북노동자복지관 법률상담위원(2024.4.~)
- 現 근로복지공단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 前 서울동부지방법원 실무수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