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이주여성지원센터’ 개관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이주여성지원센터’ 개관
  • 지성용
  • 승인 2015.01.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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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 목사 “버려지는 이주민 아기 외면할 수 없었지요”

‘이주여성지원센터’ 지난 14일 개소식 가져

[베이비타임즈=지성용 기자] 이주민 구호단체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가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이주여성지원센터’를 열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거나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이주여성들을 위한 시설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이라면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김 목사가 큰 짐을 하나 더 짊어진 것이다.

▲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 목사는 “이주여성의 아이들도 귀중한 생명”이라며 “그들이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돕겠다는 취지로 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지원센터는 1년 전 김 목사가 받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15살 된 조선족 소녀가 낳은 아이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는 국내 한 미혼모센터의 연락이었다.

한국 국적자가 아니면 도와줄 수 없다는 미혼모센터의 설명에 김 목사가 뒤늦게 나섰지만, 소녀는 아이를 두고 중국으로 떠나버린 뒤였다.

조선족 소녀의 사연을 접하며 김 목사는 사각 지대에 놓인 이주여성 임산부들의 현실을 인지하고 대책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주여성 임산부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될 경우 도움을 받기 쉽지 않고, 심지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180만명을 넘어서고 외국인들 간 결혼과 동거, 출산이 증가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출산도 늘고 있다.

혼전 동거나 혼외 관계 등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경우에도 국내에선 합법적 낙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미혼모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한국 국적 취득이 불가능한 탓이다.

외국 국적의 이주여성들은 국내 미혼모센터나 영아원 등이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딱히 기댈 곳이 없는 처지다.

김 목사가 해결책으로 먼저 떠올린 것은 이주민 아기를 위한 베이비박스였다. 김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외국인의 아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런 아이를 보살피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버려지는 생명을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지난 14일 서울 오류동에서 개최된 ‘이주여성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왼쪽 여덟번째)와 관계자들이 축하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혔다. 입양아 모임 회원들이 “버려지는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 봤느냐”고 하면서 항의방문을 했다. 입양 후 30~40년 뒤 뿌리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을 때 절망감을 생각해 봤느냐는 말을 듣고, 김 목사는 엄마가 아이를 버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이주여성들과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게 됐고, 은행 융자와 후원금 등으로 어렵게 건물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까지 거쳐 지금의 공간을 마련했다.

지원센터는 지하 1층, 지상 5층의 800㎡ 규모다. 산모와 영아가 생활할 방 12칸 등 최대 200명이 함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새 단장을 마친 지원센터는 엄마와 아기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모자원과 영아원, 조금 자란 아이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그룹홈까지 갖췄다. 상담, 정기검진, 양육 지원 등을 제공하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주여성들의 출산과 양육을 돕는다.

▲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이주여성지원센터 전경.

 


이주여성들의 원활한 상담을 위해 베트남과 몽골, 캄보디아, 중국, 러시아 등 15개 언어로 통역이 지원된다. 이곳에는 이주여성 가정 뿐 아니라 난민 여성, 기혼모 가정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까지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받아들일 예정이다.

김 목사가 이끄는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학교 등과도 연계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 14일 개소식이 열린 지원센터 건물 4층에서는 3명의 이주민 영아와 엄마가 따뜻한 방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쉬고 있었다.

센터에 가장 먼저 입소한 고지연(가명) 양은 예쁘다고 반기는 사람들에게 연신 방긋방긋 웃어 보는 이들을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또한 법무부 이주민지원센터에 머물고 있는 난민신청 가족 28명이 참석해 지원센터의 개소를 반겼다.

▲ 이주여성지원센터에 입주한 필리핀 이주여성.

 


이주여성지원센터는 개소도 하기 전에 예닐곱 명의 어린이와 이주여성, 난민 지위의 모자가 입소 신청을 마쳤다.

김 목사는 “모두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방치되는 사람”이라며 “하지만 이들에게도 자기 뿌리를 지키면서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장 생존이 절박한 사람들인데 우리 정부는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해 온 김 목사는 “이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인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강조한다.

김 목사는 “합법·불법을 통틀어 외국인 체류자 200만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며 “함께 산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은행 융자와 후원금 등을 들여 건물을 매입했지만, 융자금을 갚고 향후 운영비를 조달하려면 뜻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어린이 물품이나 후원금을 보내거나 봉사를 하실 분은 누리집(www.g4w.net) 또는 (사)지구촌사랑나눔 후원사업본부(02-849-998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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