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문제로 전공의들이 지난 2월 19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제출한지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지난 2월 1일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고 이어 2월 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은 2월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90%에 가까운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2월 7일 수련병원에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리고 2월 19일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복귀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처분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논란이 이어지던 중 4월 1일 대통령이 나서 50분 간 의대 증원 규모가 2000명인 이유를 설명했고 이어 보건복지부도 의대 정원 확대를 1년 유예할 계획도, 추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미 시작한 일을 중도에 그만둘 수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기호지세(騎虎之勢)라 한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로 만일 도중에 내린다면 도리어 호랑이의 먹이가 될 뿐이니 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4월 1일 대통령의 담화로 대통령은 직접 출구를 닫았고 누가 태웠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 정부도, 의사들도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서 호랑이를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떻게 안전하게 호랑이 등에서 내릴지 고민하기에는 머리가 너무 아프니 일단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면허정지 처분 및 형사처벌, 면허취소까지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의 효력
여기서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다.
정부의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유효하다면 이를 불이행하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의료법 제66조 자격정지 등의 규정에 따라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의료법 8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금고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료법 제65조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다.
그러나 업무개시명령이 위법한 경우 이를 근거로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모두 위법한 처분으로 무효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 제59조에 근거하고 있다. 의료법 59조(지도와 명령) 제2항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또한 동조 제3항에 의하면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정부 입장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부분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전공의들의 대응방식이 파업이나 단순히 진료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에 있다. 이는 정부도 예측하지 못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전공의는 수련병원 등과 수련계약을 체결한 자들로 이는 근로계약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하면 수련계약의 내용에 따라 개별 사안들이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수련계약도 민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민법 제660조, 제661조 및 제543조에 따라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로 근로계약이 해지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등과 수련기간에 따라 1년 내지 4년 기간의 약정을 맺기 때문에 민법 제660조의 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규정이 아닌 제661조 부득이한 사유와 해지권 규정이 적용된다.
민법 제661조를 적용해보면, 전공의와 수련병원 등 사이의 수련계약에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판례(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에 따르면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고, 고용은 계속적 계약으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고용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되며, 따라서 고용계약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부득이한 사유는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는 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그렇다면 사직서를 제출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전공의들은 ‘부득이한 사유’를 입증할 수 있을까.
정부정책으로 인하여 전공의들이 수련받을 동기를 상실한 점이나 전공의는 근로자인 동시에 수련을 받는 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수련을 더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사유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나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바가 없고 법원의 판단은 언제나 사회통념을 고려하여 선고되므로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과 전공의법 및 전공의들의 업무관행 등을 살펴볼 때, 법정 근로시간 위반에 따른 사유를 주장할 경우 해지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해야 하고 전공의법 제7조에 따르면 수련병원의 장은 전공의에게 4주의 기간을 평균하여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해 수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하여 1주일에 8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9조에 따르면 동법 제17조에 따라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 근로자는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위 법률에 의할 때 전공의와 수련병원 사이 수련계약에는 소정근로시간(수련시간)이 명시되어 있어야 하며 해당 근로시간은 1주 88시간이 넘을 수 없다.
이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은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참조)”는 입장이므로 실질적으로 계산할 때 전공의법에 의한 1주 근로시간인 88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실태조사 결과, 전공의들은 근무표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평균 근로시간 77.7시간 외에 의대 교수들의 연구 및 논문 집필에 참여하고 있어 해당 수련시간을 합하면 근로시간이 1주 평균 100시간을 훨씬 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불법적인 초과근무는 고용계약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로, 민법 제661조의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따라서 전공의들은 근로자의 지위를 갖는 동시에 수련자의 지위를 갖는 바, 자신이 교육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자유가 있는 점, 정부정책으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동기를 상실한 점을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로 주장하는 것과 동시에 수련병원 등이 근로기준법 상의 소정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하여 불법적인 초과근무를 시킨 점을 주장 및 입증하여 민법 제661조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해지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민법 제661조에 의한 해지권을 갖는 전공의들은 민법 제543조에 따라 사직서 제출이라는 상대방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근로계약의 해지의 효력은 즉시 발생한다. 이때 해지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이미 계약이 해지되어 복귀할 업무가 없는 자에 대한 업무개시를 명령한 셈이 되어 무효이다.
그리고 해지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하므로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대로 다시 수련병원에 돌아가 업무를 개시한다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를 개시하는 형태가 되므로 근로기준법 제7조 강제 근로의 금지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명령이 되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근거로 한 자격정지 등의 처분 역시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명령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자
전공의들은 1주 10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근무하면서 저임금 구조에 시달리며 지금의 대학병원 체제를 지탱하고 있었다.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대학병원의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얼마나 착취하는 구조였는지를 방증한다. 이들을 향한 일방적인 정책 발표와 법적 처벌을 먼저 이야기하는 강경 대응은 너무나 가혹하다.
전공의들의 사직은 단순한 파업, 휴업, 폐업 등의 형태와 전혀 다른 법적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사직서에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1주에 10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환자 곁에서 수련한 시간들, 전문의가 되어 펼칠 수 있었던 꿈과 사명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의미 또한 담겨있다. 이들이 이처럼 무거운 선택을 할 때까지 정부와 의료계 선배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공의들의 사직은 투쟁이 아닌 포기다. 필수의료, 지방의료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방관한 의료계와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면 의료인들이 자연스럽게 필수과, 지방병원에 분배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정부에 대해 등을 돌린 것이다.
이미 제출한 사직서는 돌이킬 수 없고 이에 대한 책임은 전공의들이 온전히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들의 등에 명령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여야 하며, 의료계 선배들은 전공의들 등 뒤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그들 앞에서 보호하고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문제의 해결은 명령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정창민 변호사 프로필>
-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2회 변호사시험 합격
- 법률구조공단 실무수습
-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