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정책 실효성 높이면 합계출산율 1.6명대 가능”
“저출산 정책 실효성 높이면 합계출산율 1.6명대 가능”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3.12.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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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초저출산 대책 보고서…6개 분야 개선땐 출산율 0.8명↑
수도권 인구 집중도 낮추고 육아휴직 늘리면 출산율 1.625명
“출산율 0.2명 늘리면 한국 잠재성장률 0.1%p 높일 수 있어”
출산율 ‘세계꼴찌’…“아이 중심 지원 늘리고 양육부담 줄여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및 한국의 합계출산율 비교. (자료=한국은행 제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및 한국의 합계출산율 비교. (자료=한국은행 제공)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육아휴직 미흡 등 불안한 양육환경, 수도권 인구 집중 등 출산 기피 요인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집값을 2015년 가격으로 낮추면 현재 0.7명대에 불과한 한국의 출산율을 1.6명대로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현재의 초저출산이 이어지면 한국 인구가 2070년 4000만 명 이하로 내려갈 확률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합계출산율을 약 0.2명 끌어올리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40년 평균 0.1%포인트(p)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정책 수단을 활용해 고용·주거·양육 여건을 개선하면 출산율이 최대 0.845명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산율이 0.78명인 것을 고려하면 출산율을 최대 1.625명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분석한 부문별 출산율 개선 효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지출 증대 0.055명 ▲육아휴직 확대 0.096명 ▲청년 고용률 증가 0.119명 ▲도시 인구집중 완화 0.414명 ▲혼외 출산 용인 0.159명 ▲집값 하락 0.002명이다.

저출산 대책별 합계출산율 제고 시나리오 분석. (자료=한국은행 제공)
저출산 대책별 합계출산율 제고 시나리오 분석.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배경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6개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 지출을 현재 1.4%에서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이 부문 지출 비중은 1.4%로 OECD 평균 2.2%보다 0.8%포인트 낮다. 한은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지출을 늘리면 출산율이 0.055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육아휴직은 실사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법정 육아휴직 가능 기간은 52주(1년)지만 실제 이용기간은 10.3주에 그쳐 OECD 평균 61.4주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육아휴직을 OECD 수준까지 늘리면 합계출산율이 0.096명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한국의 청년층(15~39세) 고용률(2019년 기준 58.0%)을 OECD 34개국 평균인 66.6%까지 높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0.119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또 도시인구 집중도(인구밀도×도시인구 비중)를 현재의 431.9에서 한국의 4분의1 수준인 OECD 평균 95.3으로 낮추면 출산율이 0.414명 대폭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혼외 출산을 용인해 현재 2.3%인 혼외출산비중이 OECD 평균 수준인 43%로 높아지면 출산율이 0.159명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많은 유럽국가가 혼인외 출생아에 대해 차별없는 지원을 제공하면서 출산율 상승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혼인외 출생아 비중은 OECD 34개국 평균 43%이며, 프랑스는 61%, 아이슬란드는 69.4%에 이른다.

또 집값을 2015년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도 출산율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가 2015년(100) 수준으로 하락하면 출산율이 0.002명 늘어날 수 있다고 한은은 예상했다.

한은은 현재의 저출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 인구가 2070년 4000만 명 이하로 내려갈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또 2050년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확률이 6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60년에는 역성장 가능성이 80.1%까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2040년대 기준으로 잠재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려면 출산율을 0.2명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의 분석 결과 한국의 2021년 출산율 0.81명은 OECD 34개국 중 최저이며, 전세계 217개국 중 홍콩(0.77명)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이다.

국가 단위로 한정하거나 인구 1000만명 이상(92개국)으로 한정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하락했고,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0.7명까지 떨어졌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3명으로, 2024년에는 0.70명으로 급겨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1960~2021년 출산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출산율 하락 속도가 217개국(자치구 등 지역 포함)을 통틀어 1위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이 기간 5.95명에서 0.81명으로 86.4% 떨어졌다. OECD 회원국 출산율이 이 기간 평균 3.29명에서 1.58명으로 52% 하락한 것보다 훨씬 가파르다.

한국의 저출산 원인 분석 결과.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국의 저출산 원인 분석 결과.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진 것에 대해 청년층의 경쟁 압력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딜로이트가 지난해 46개국 MZ세대(1983~2003년생) 2만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우려하는 사항으로 생활비를 꼽은 비율이 한국 MZ세대는 45%로, 글로벌 평균(32%)보다 높았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중 주거비 부담이 가장 컸다. 주거비 압박을 받는 사람일수록 결혼 의향과 희망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16개 시·도별 패널 분석에서도 주택전세가격이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양육환경, 양육비용 등 양육 불안도 저출산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패널분석에서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짧을수록 출산율이 낮게 나타났으며, 개인별 분석에서는 자녀에 대한 지원 의무감이 강한 청년일수록 결혼 의향과 희망 자녀 수가 낮게(적게) 나타났다.

한은은 특히 한국의 출산율 하락 원인으로 ▲혼인율 하락 ▲혼인 후 무자녀 증가 ▲유자녀 기혼여성의 평균 자녀 수 감소로 진단하고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은 장기시계에서 보면 혼인율 하락이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양육 불안 완화 대책이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가족 관련 정부지출 확대 등 정부 지원 확대,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환경 조성, 아이 중심 지원체계로 전환 등 육아 및 가족을 직접적 지원목표로 삼는 정책을 중심으로 예산을 재편성·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고용과 주거 불안, 경쟁 압력을 낮추기 위한 구조정책과 저출산 대응 예산을 늘려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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