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치원 대란’ 학부모들 ‘부글부글’
‘전국 유치원 대란’ 학부모들 ‘부글부글’
  • 이현아
  • 승인 2012.12.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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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의 A씨는 지난 30일 친구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시간제 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가 마침 수업이 없는 금요일, 시간을 좀 내어달라는 부탁이었다.

“안양 지역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가서 대신 뽑기를 해줬어요. 한 군데는 낙첨했는데 내일이 아니어도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다행히 나머지 한 군데는 돼서 다행이었어요. 그런데 유치원 들어가기가 이렇게 힘든가요?”

아직 미혼인 A씨에게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식구들은 물론 친지들까지 동원되는 현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 11월 말 있었던 경기 지역 한 유치원의 입학설명회 모습.

 

교육과학기술부는 앞서 10월31일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유치원 원아모집 관련 권고사항’을 안내했다.

권고안에는 모든 유치원이 추첨이나 대기자 명단 작성을 통해 균등한 방식으로 원아를 모집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선착순으로 입학생을 뽑거나 학부모 추천 입학, 여러 유치원 동시지원자를 자동 탈락시키는 행위, 교직원 자녀 우선 선발 등을 불법으로 간주하겠다는 주의도 포함됐다.

하지만 막상 지난 한 달 간 경기도 내 유치원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지난해보다 더 심한 입학 경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도내 유치원 대부분이 같은 날인 지난 1일 추첨을 실시해 사실상 예년과 다름 없는 눈치작전이 펼쳐진 탓이다.

경기도교육청과 도청 홈페이지는 일찌감치 민원글이 넘쳤다. 수지에 살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유치원 대란의 희생자가 되었다”며 “5군데 유치원에 원서를 넣고 받은 것은 달랑 대기번호 50번 하나”라고 토로했다.

분당, 평촌 등 신도시 지역 유치원 입학경쟁률은 수십대 일을 훌쩍 넘겼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직장맘들의 경우에는 대기번호조차 받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791개 사립유치원이 5일, 157개 공립유치원이 11일 추첨에 나선다.

예년과 다름없는 유치원 입학경쟁 속에 정부가 유치원 수급불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방관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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